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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차 사태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왜 우리나라만 노조가 파업을 하면 이렇게 극한 대결로 가야만 하는가를 궁금해 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 노동 시장에는 '시장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무슨 이야기인가?
 파업은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간에 노동의 가격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일어난다.
 만일 노(勞)가 100원을 달라고 하고 사(使) 는 80원밖에 주지 못하겠다고 주장할 때 끝까지 타협이 되지 않으면 파업까지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만일 회사 밖에 '나는 90원에도 일하겠다'는 사람이 얼마든지 있다면 100원을 요구하는 노조원은 시장가격보다 10원 비싸게 부르는 것이다.

 

   '파업'때 외부에서 사람 채용


 만일 노조원이 파업을 할 때 사용자가 시중에서 90원을 받고 일하겠다는 사람을 고용할 수 있다면 노는 90원 이상을 요구하기 힘들 것이다. 즉, 시장이 작동하면 노조가 무리한 가격을 고집할 수 없는 것이다. 또 설혹 그래도 합의가 되지 않아 파업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회사가 외부에서 사람을 고용할 수 있다면 노조의 협상 교섭력은 현저히 낮아진다. 자연히 타결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파업이 일어났을 때 회사가 외부로부터 사람을 채용할 수 있는 이 선택권을 노동법에서는 '대체고용권'이라 부른다.
 노조 권리가 특별히 강한 유럽 나라들을 포함해 대부분의 선진국이 이 대체고용권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지 인정하고 있다.


 이 대체고용권이 가지는 효능은 1980년대 미국에서 웅변적으로 입증이 되었었다. 1980년대 당시 미국에서는 이미 대법원 판례로 이 대체고용권이 공식적으로 허용되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기업도 차마 이 권리를 발동하지 못하고 있었다. 노조의 심기를 건드릴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던 참에 1981년 레이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미국 항공관제사들이 파업을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때 레이건 대통령은 사실상 사문화되어 있던 이 대체고용권을 과감히 행사했다. 은퇴한 사람, 군인 등 외부에서 관제 기술을 가진 사람들을 과감히 고용함으로써 관제업무가 계속되도록 했고 자연히 시간이 지나면서 노조가 굽히고 들어 올 수밖에 없었고 파업은 종식되었다.
 문제는 대통령이 대체고용권을 발동하는 것을 보고 일반 기업들도 이를 발동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것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그 이후 10년 동안 미국의 파업 건수는 6분의 1로 줄고 파업에 참여하는 근로자 수는 10분의 1로 줄게 되었다. 미국에 항구적인 노사평화가 찾아 온 것이다.

 

   빠른 합의도달로 노사평화


 왜 이렇게 되었는가? 한 마디로 노동시장에도 '시장의 원리'가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파는 사람은 더 비싸게 사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거기에 팔 수 있고 사는 사람도 더 싸게 팔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그쪽에서 살 수 있는 곳, 어느 곳에서나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매매를 할 수 있는 곳, 그 곳이 시장이다. 노동시장에 이 시장의 원리가 작동하면 노조도 궁극적으로 시장 가격이 적용될 것을 알고 그 이상을 요구하지 않게 된다. 반면 사용자는 시장 가격을 줄 용의는 있다. 때문에 노사가 시장 가격에 준하는 합의에 금방 도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시장이 노사 평화를 만드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노사평화가 미국이 경쟁력을 회복하고 1990년대 사상 최장기 호황을 누리게 된 원초적 기반을 제공했다고들 한다.
 불행히도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과 달리 이 대체고용권을 사실상 허용하지 않고 있다. 대체고용을 못하게 하는 것은 사실상 노조에 기업 내 노동의 '공급 독점권'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우리가 독점의 폐해를 그렇게 비판하면서 유독 노조에만 독점권을 인정해야 할 어떠한 논리적 근거도 없다. 노조는 사실상 독점에 의한 초과이윤을 누리고 있고 그것이 '노동귀족'을 양산해 왔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거의 90%가 비노조원이라는 사실에서 볼 때, 노조의 독점권과 그에 따른 초과 이윤 향유는 근로자 전체로 볼 때는 심히 불공평한 것이다.
 노조의 욕심을 탓하지 말자. 노조로 하여금 독점적 이윤을 누릴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놓고는 누린다고 탓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제도를 '시장'이 작동하는 쪽으로 바꾸어야 한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라야 한다. 우리 정치 지도자들이 진정으로 나라의 떡을 키우기를 원한다면 글로벌 스탠다드의 핵심인 대체고용권을 법제화하고 이를 과감히 실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쌍용차 사태 같은 불행을 막고 우리가 항구적 노사평화를 얻는 가장 근원적이고 확실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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