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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졌던 동물학자 로이 챔프맨 앤드뉴(Roy Champman Andnews)박사는 1912년 울산을 방문해 고래잡이의 여러 광경을 목격하고 돌아갔다. 앤드뉴 박사는 울산에서 보고, 느끼며 사진기에 담았던 기록을 두해 뒤인 1914년에'Whale Hunting With Gun and Camera'란 책을 내놓았다. 이 책속의 한 대목에 이렇게 묘사된 부분이 있다.

 

   앤드뉴, 귀신고래 멸종 경고


 '일본을 방문하는 동안 나는 한국연안에서 고래잡이의 표적이 되고 있는 kokujira(사악한물고기)라 불리는 고래를 알게되었다. kokujira는 한국계 귀신고래이다. 이 귀신고래의 모습에서 호기심이 생겨 울산을 방문 하게 되었다'고 했다. 앤드뉴는 울산의 장생포항에서 처음으로 한국계 귀신고래를 알게 되었고 채 숨이 끊어지지 않은 귀신고래가 최후의 숨을 몰아쉬며 슬피 울고 있는 장면을 사진에 담아 훗날 세계적으로 동물보호, 즉 포경금지란 호응을 얻어내는데 큰몫을 하게되었다.


 앤드뉴는 울산에서 느낀 소감은 슬픔 그 자체였다.
 '거무스름한 고래의 꼬리가 매달려져 있는 항구의 광경은 내가 새로운 종의 고래를 발견 했거나 아니면 30년 동안 과학자들에게서 사라졌던 고래를 재발견 하는 것이 었기에 분명한 것은 나의 가슴이 고동칠만큼 흥분하게 만든것이다'라고 했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대서양 연안에서는 귀신(회색)고래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정말 그랬을까? 필자가 태어나기 이전인 30년전의 상황이 그러했다면 지금의 이 글을 쓰는 나는 더욱 흥분되어 가슴이 방망이질 치는 순간이다. 그러나 흥분은 곧 급속하게 냉기로 변해 가슴을 얼음처럼 차갑게 가라앉힌다. 이미 앤드뉴는 그 때 한국계 울산만의 귀신고래가 미국과 같이 고래사냥꾼들에 의해 멸종을 앞두고 있음을 예견하고 있었다는 기록을 보았기 때문이다.


 1세기가 지난 현재, 아니 훨씬 이전의 1970년대부터 한국의 연안에는 단 한 마리의 귀신고래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어느 곳에서도 발견되었다는 제보나 목격자도 없으니 멸종되었음이 분명하다.
 앤드뉴의 예언은 적중했다. 이제 한국계 귀신고래는 영원히 우리 곁에서 사라진 전설속의 동물로 남게 되었다. 가령 태평양 어느 곳으로부터, 또는 오오츠크해역 어느 경로를 통해 동서해로를 통해 찾아온다 해도 더 이상 우리연안에서는 서식할 공간이나 장소가 없다. 그 원인은 고래를 연구하는 전문가가 아니어도 분명하게 잘 알수 있다. 첫째가 청정해역이 아니며, 두 번째가 먹이사슬이 없어 머물지를 못하고, 세 번째가 38이남의 해안은 온갖 시설물과 구조물(정치망, 어초, 양식장, 방파제, 수온변화 등)로 바닷길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과거로 되돌아 가보자. 천혜의 수자원이 풍부하던 울산(염포만, 미포만, 일산만, 개운포, 서생포 등)은 세계에서도 드물게 보는 멸치잡이의 본고장이었다. 먹이사슬이 풍부해 멸치를 비롯한 오징어, 새우, 치어들이 지천으로 만과 포에 모여들었다. 새끼를 기르고 보호하는 지형적특성을 갖춘 깊고 얕은 바다속은 고래들이 번식하고 서식하는 최적지였다. 그래서 생겨난 '극경회유해면(克鯨廻遊海面)'이란 생태적 호칭을 얻게 되었다.


 필자가 어린 시절에 보았던 귀신고래가 새끼를 거느리고 현대중공업이 자리한 미포만(尾浦彎)의 홍상도(紅裳島)부근, 영빈관이 자리한 두용산(頭龍山)끝머리, 방어진 대왕산(大王山)의 용추암(龍湫岩)언저리에서 바다속에서 놀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천적(솔피)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가운데 두고 평화롭게 유영하는 모습은 한가족이 나들이 하는 인간과 닮기도했다. 임신을 하고 10개월 만에 분만을 하며 6개월 동안 등에 엎어 키우는 보살핌이며 젖이 두 개인 것은 인간을 가장 닮은 생태이다. 그 평화로운 모습이 포경선에 발각되는 순간 산산이 깨어진다. 수컷은 포경선을 유도하기 위해 바다쪽으로 도망치고 암컷은 새끼를 거느리고 물속 바위 사이로 피신하여 감쪽같이 은신해 버린다. 이런 영리함 때문에 붙은 이름이 '귀신고래'이다. 그러나 인간의 간교함을 따를 수는 없다. 고래를 놀라게 엔진을 풀 가동하여 스크류의 물거품으로 밖으로 내몰아 어미를 포살한다. 이 때 새끼와 수컷은 피바다 물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슬픈소리를  내며 운다.

 

   뒤늦게 나마 다시 노력해야


 지금 울산 장생포에서는 고래유람선을 타고 귀신고래회유해면으로 탐경을 나가고 있으나 그리 쉽게 고래를 볼 수 없다고 하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앤드뉴 박사의 사진속에 남겨진 '울고 있는 고래'를 보며 뒤늦게나마 귀신고래가 다시 돌아오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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