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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9일 헌법재판소가 미디어 관련법에 관한 판단을 내렸다. 그동안 법안 통과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을 보아온 터라 내심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다. 절차과정에서의 흠결이나 법률의 취소 또는 무효 확인 여부의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9명의 재판관들은 각기 다른 논거를 내세우면서 다양한 의견을 피력하였다. 그러면서 결국은 야당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청구에서 심의 표결권이 침해되었음을 인정하면서 위 법안의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에서는 적극적으로 유효 또는 무효의 판단을 내리지 않고, 무효라 볼 수 없다면서 기각결정을 한 것이다.

 

   법원의 판단 명확하고 선언적이어야


 일반적으로 모든 분쟁의 해결은 최종적으로 법원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고 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최소한의 약속이자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마지막 보루로서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법원의 판단은 명확하고 선언적이어야 하여야 하며 당사자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사건 중에는 사실관계의 진위를 판단하기 어려운 사건도 많이 있을 수 있다. 현장에 있지 않은 판사에게는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가 곤혹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 하다라도 판결을 함에 "잘 모르겠다."라는 취지로 판결을 할 수는 없다. 어느 한쪽의 주장에 대하여 이에 합당하는 증거가 없어 그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결을 하는 것은 그러한 연유에서이다.

 

   얼마나 많은 국민을 설득시킬지 의문


 헌법재판소 또한 법원과 마찬가지로 분쟁을 최종적으로 해결한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다만 법원과 달리 그 판단의 대상이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와 국가기관간의 권한 다툼 등 그 대상이 다를 뿐이다. 헌법재판소의 재판관은 법관의 자격을 가져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도 법원과 유사한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헌재의 결정은 법원의 판결처럼 그 의미가 명확해야 하고 선언적이고 당사자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헌재의 결정은 그러하지 못한 것 같다. 법률의 형성과정에 잘못이 있어 위법하지만 그래도 그 법률은 무효까지는 아니라고 한다. 이번 결정을 내린 재판관들이 법조인으로서 상당한 경력을 가진 분들이라 일단 수긍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는 토지구획정리조합과 같은 집단 내부의 의사결정이 정당한가에 대하여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이 때 법원은 그 의사결정에 이르게 된 과정에서 정족수 미달이나 통지의무를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절차적인 잘못이 있을 경우 가차없이 그 의사결정의 효력을 무력화한다. 그러나 헌재는 명확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잘못은 분명히 있었지만 그 법의 효력은 "잘 모르겠다."는 취지로 판단하면서 사실상 효력을 인정하였다.  이러한 헌재의 결정이 당사자를, 그리고 얼마나 많은 국민을 설득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결과만능주의 조장하는 것 같아 쓸쓸


 그리고 "이번 결정으로 입법절차의 비민주적인 절차를 지적해 재발가능성을 막는데 의의가 있다."고 하나 헌재의 소망과 달리 절차는 무시하더라도 통과만 되면 상관없다고 생각하여 오히려 비민주적 절차가 만연할 가능성이 더 크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과정이 아닌 결과만능주의를 국가기관이 앞서서 조장하는 것 같아 떨어지는 가을낙엽이 더욱 쓸쓸하게 느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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