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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이야 시민운동이나 시민단체라는 말에 별로 이의를 다는 사람이 없겠지만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약칭)이나 환경운동연합과 같은 제2세대 시민단체가 출현하기 전인, 불과 20년전까지만해도 이러한 말의 의미나 그 필요성을 이해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오늘날 수많은 시민단체가 출현하여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 21세기를 가히 시민단체 전성시대라 불러도 무방하리라 본다. 그러나 유신시대부터 시민단체에 몸을 담고 시민운동을 직업 삼아 해온 전문시민운동가의 입장에서는 80년대 말의 민주화 이후 우후죽순처럼 급증한 시민운동가들 가운데서도 시민운동의 기본정신을 망각한 듯 한 행동을 일삼는 예가 허다하여 쓴웃음을 지을 때가 많다.
 YMCA나 YWCA 그리고 흥사단과 같은 한국의 제1세대 시민단체들이야 이미 1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제2세대 의 장자격인 경실련이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해이기 때문에 차제에 시민운동을 함께 성찰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흔히 시민단체를 NGO(Non-governmental Organization)라고 부르는데, 이는 정부기구를 제외한 모든 조직들을 일컬으며, 시민단체에 대한 보다 정확한 명칭은 CSO(Civil Society Organization)이다. 여기서 시민이라는 말은 '자기의 권리와 책임을 인식하고, 주체적으로 깨어있는 사람'으로서 중세봉건사회의 절대적 지배체제를 해체해 가는 시민혁명의 주체를 말한다. 시민혁명의 진전은 구성원 모두의 정치참여의 틀을 확대해 갔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관료제도가 불가피하게 된다.
 또 다른 한쪽에서의 산업혁명은 생산조직을 대규모화 해감에 따라 거대시장자본들이 출현하게 된다.
 그 와중에서 소시민들은 거대 시장자본과 관료조직에 비해 허약하기 짝이 없다. 따라서 시민단체란 개인의 주권을 회복하고, 자주성을 촉진해 가는 기구이며, 거대한 관료제도와 산업제도 속에서 순수한 봉사정신으로 개개인의 존엄성과 자유를 회복하고, 시민의 몫을 다시 찾는 것이 시민단체의 과제이며 사명이다.
 이를 위해 서구 선진국들은 여러 형태의 시민사회 활동을 전개해가고 있다. 그리고 이들 운동의 기본성격은 시민 모두의 공익을 위해 '비정부적이고'(non-governmental), '비영리적인'(non-profit) 동시에 비정치적인(Non-political) 특성을 갖는다.
 특히,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되면서 시민사회활동을 정치적 야심을 실현하기 위한 디딤돌로 삼는 경향이 빈번해진다. 그러나 순수한 봉사정신의 결과로 대중적인 지지를 얻어 정계로 진출하는 것이야 바람직한 일이지만, 정치적 야심을 실현하는 도구로 시민운동을 이용하는 일은 시민운동의 존립을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사회의 주인인 시민들의 시민의식과 역량이 표출되어 민의가 반영되는 깨끗한 정치질서, 그리고 경제정의, 문화와 교육, 복지와 환경 등 시민들의 생활세계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를 새롭게 건설해가는 시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물론 정부의 책임이지만 동시에 시민들의 책임과 권리이다. 시민의 참여가 없으면 권력은 그 속성상 소수집단에게 집중하게 되므로, 시민운동단체는 권력의 횡포에 맞서서, 시민 개개인이 해결해 내지 못하는 문제점들을 연대를 통해 풀어가야할 사명감을 갖는다.
 그러므로 미래 사회는 자발성과 창의성을 근거로 하는 시민단체에 의해 지탱되어 갈 수 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연대와 참여가 필수적이며, 시민모두가 영리적인 목적이나 정치적 야심을 버리고, 순수한 봉사정신에 입각하여 시민사회단체에 참여하는 길이 우리사회에 희망을 가져다주는 첩경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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