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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은 울산의 여러 가지 일들 중에서 알게 모르게 대기환경에서도 많은 일들이 일어났던 해였다. 2년 전부터 계속되어 오는 산업체의 연료 사용을 둘러싸고 울산의 대기 질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참으로 많은 얘기들이 오고 갔었다.
 "울산의 대기 질이 호전되고 있으나 최근 년에 답보상태에 있다.", "그나마 이 정도까지 대기 질이 좋아진 것은 20여년 이상 지속되어 온 연료규제정책과 LNG등 청정연료로의 전환 정책 덕분이었다", "이산화황은 기준치를 훨씬 밑돌고 있으나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는 기준치에 육박하거나 기준치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에 이산화황에 맞춘 정책보다는 총괄적이고 입체적인 대기 관련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등 이러한 모든 논의들은 모두 기본적인 자료들에 근거한 나름의 주장들이었다.


 가장 기본적인 자료로는 대기 질이 과연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해주는 장치(TMS-원격모니터링장치)가 측정한 자료가 있다.

 TMS는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되는 굴뚝에 장착되어 실시간으로 그 측정값을 시청과 환경관리공단에 전송해주는 장치인데,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많은 산업체의 굴뚝들과 시가 지정한 특정장소에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사람이 일일이 매시간, 매분마다 측정할 수는 없는 일이고 보면 대기관리에서 참으로 획기적인 장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런 획기적인 장치에 구멍이 생겼다! 검찰이 최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성암쓰레기소각장의 TMS자료가 조작되어 왔다는 충격적인 소식인데, TMS의 관리매뉴얼에서 조작방법 등을 담은 파일이 발견되었고 실제로 같은 기종을 사용하는 다른 업체의 굴뚝 TMS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조작이 가능함을 확인한 것이다.

 

   'TMS 조작가능' 큰 충격


 물론 현재는 재판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니어서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실제 조작을 했는지는 혐의만 있을 뿐이다. 운영회사는 시로부터 위탁 운영할 뿐이다. 대기오염방지시설을 가동하는데 필수적이지만 비용이 들어가는 소석회나 집진 필터, 암모니아 등은 사용한 만큼 정산이 이뤄지기 때문에 조작으로부터 특별한 이득을 얻을 것이 없어 보여 조작의 이유가 모호하긴 하지만 이는 재판에서 가려질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실제로 조작을 했느냐의 여부보다는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국가나 지방정부의 대기관련 정책의 기초인 TMS의 측정수치가 현실그대로를 측정한 값이 아니고 임의적 혹은 의도적으로 조작이 가능한 값이라는 것은 대기 관리의 역사를 다시 써야 할 일인 것이다.


 그동안 시나 업체들은 이구동성으로 '조작 불가'와 '믿어야 함'을 주장했었다. 그러나 도대체 어디까지를 믿어야하는 지에 대해 강한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외에 믿을 수 없게 만드는 일이 또 있다. 대기에 끼치는 영향을 따지기 위해서는 산업체의 연료사용량이 얼마인지가 중요한 자료인데, 작년과 올해의 행정감사에 제출된 자료에는 2년 동안 똑같은 양을 연료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하는가 하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또 제각각 다르게 보고한 바 있다.

 

   기초자료 수집부터 엉터리


 가장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기 위한 기초자료가 이처럼 소홀하고 아무런 근거도 없이 수집되고 기록되는 판국에 컴퓨터의 자판으로 간단한 수치만 치면 되는 중1 수준의 1차함수를 이용한 TMS조작 가능성은 차라리 전자 게임에 불과하다.
 또한 예전부두에 있는 현대중공업의 소각장 굴뚝은 지난 몇 년 동안 한 번도 필터를 교환하지 않으면서 다이옥신을 기준치 이상 배출하는 어이없음을 저질렀고, 삼성정밀화학의 탈황시설은 연거푸 2번이나 화재사고가 나면서 대기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러는 사이 관리주체인 시는 무엇을 했는가? 눈에 보이지 않는 대기오염물질이라서 순간만 지나면 다 잊혀질 것으로 생각하는가? 기본적인 대기오염물질의 관리가 이런데, 전 지구적 숙제이고 역시 눈에 보이지 않는 이산화탄소의 감축에서 가장 기본 자료인 배출량 측정은 과연 믿을 만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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