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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위기 이후 급감했던 세계 자동차 수요는 각국 정부가 노후차 교체 프로그램을 연이어 수립하여 운용함으로써 지난 8월 이후 회복세로 전환되었다. 2009년 세계 자동차 판매는 선진국 수요가 감소한 반면 신흥국 수요가 증가하여 전체로는 전년비 4.3% 감소한 6,377만대를 기록할 예상이다. 2010년 세계 자동차 판매는 경기 회복에 따라 2009년 대비 3.1% 증가한 6,575만대를 기록할 전망이나, 2008년 수준을 하회할 예상이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세를 시현하고 유가와 금리가 상승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선진국의 고실업률과 가계부채 등이 자동차 수요를 제약하면서 소비자들은 경제성을 고려해 합리적인 가격에 효율성이 우수한 차량 구매를 확대할 전망이다. 국가 및 지역별로는 EU의 자동차 수요가 미래 수요의 사전 소진에 따라 감소할 것이며, 여타 선진국의 수요는 미미한 회복세를 보일 예상이다. 신흥국의 수요는 전반적으로 증가할 것이나 중국의 수요 증가세가 한 풀 꺾일 전망이다. 차종별로는 소비자들이 연비와 환경을 중시하면서 중소형차 판매가 강세를 이어갈 것이며,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를 비롯해 다양한 그린 카 모델이 출시될 예상이다.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선진국 자동차업체들이 신흥시장과 중소형차 시장 진입을 강화하면서 업체간 경쟁도 심화될 예상이다.


 2008년 말부터 불어 닥친 세계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 열풍은 미국 GM과 크라이슬러의 파산과 이에 따른 서유럽 자동차업체의 구조개편을 유발하였다. 또한 사상 최대의 순익을 경신하면서 자동차산업의 역사를 바꿔 놓았던 도요타가 대규모 적자에 직면하고 있다. GM이 뉴GM으로 탄생하고, 크라이슬러가 피아트에 매각되었으며, 폴크스바겐은 포르쉐와 스즈끼의 지분을 인수하고, 르노와의 합병까지 모색했던 푸조는 미쓰비시의 지분 인수를 모색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스즈끼 지분을 인수하여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인도와 동남아시아 진출을 강화할 수 있게 되었으며, 스즈끼는 디젤기술을 포함한 다양한 폴크스바겐의 기술을 습득할 수 있게 되었다. 도요타가 후지(수바루) 등 자국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반면 GM과 포드는 일본업체와의 협력관계를 청산하고 있다. GM은 도요타와 미국 NUMMI 공장 합작생산을 종료한 데 이어 스즈끼와의 캐나다 합작생산도 종결하였다. 중국 완성차업체들은 자국업체간의 인수합병과 함께 매물로 나온 볼보와 사브 및 선진국 부품업체를 적극 인수하고 있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업체들은 구조조정과 함께 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부응해 미래를 위한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도요타와 혼다가 하이브리드자동차의 기술과 시장을 선점하자, GM은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맞서면서 2010년 출시를 앞두고 있다. 도요타는 경쟁업체들이 차별화된 그린 카 개발 전략으로 대응해 오자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2010년에 조기 출시하고 전기차의 개발에도 착수하였다. 르노닛산, 푸조와 미쓰비시는 전기자동차의 조기 상용화와 판매를 추진하고 있으나, GM은 전기자동차의 판매가 가격과 성능 문제로 인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클린디젤자동차의 성능을 향상시키고 있으며, 보쉬는 리터카, 즉 1리터로 33km 주행이 가능한 디젤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포드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모델을 다양화하고 있으며, 혼다는 하이브리드 모델의 가격 인하를 주도해 나갈 계획이며, 혼다와 함께 BMW와 현대는 연료전지자동차의 시험을 확대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산업의 경쟁 구도에 일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그린 카 대전이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GM과 크라이슬러의 선회 전략도 성과를 내고 있다. GM은 2010년안에 미국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구제금융을 상환할 계획이며, 크라이슬러는 판촉 전략을 강화하면서 이미지를 개선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세계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 소용돌이 속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으로 거두고 있다. 그러나 2010년 세계 자동차산업 환경은 녹록치 않을 예상이다. 경쟁업체들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전열을 정비했고, 유가와 원화 가치가 상승할 것이기 때문이다. 원화 절상으로 수출가격경쟁력은 약화될 것이나 수입 가격은 하락함으로써 수입차의 내수 시장 판매가 증가할 예상이다. 원자재 가격 역시 경기 회복에 따라 상승세를 보일 예상이어서 자동차업체의 원가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산업 경기는 2010년에 상고하저 현상을 보일 예상이다. 특히 하반기로 접어들수록 외국 경쟁업체의 경쟁압박이 가중될 것이며, 연말에는 2011년 신차 모델이 대거 출시되면서 세계시장에서의 경쟁이 격화될 예상이다. 2010년은 국내 자동차산업에게 2009년보다 힘겨운 한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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