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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주택인데도 우리 앞집은 강아지를 한 마리 키우고 있다. 그런데 이 강아지는 주인만 없으면 너무나 시끄럽게 짖어 어떨 땐 그 지친 목소리가 처절하기까지 하다.
 하루는 복도에서 주인아주머니를 우연히 만난 김에 강아지 얘기를 했더니 별일 아닌 듯 웃고 만다.
 그러면서 겸연쩍게 "우리 아이들이 강아지를 너무 좋아해서……. 가족이나 마찬가지거든요." 라고 말씀하신다.
 가족이란 그런 것인가? 저녁에 잠시 사람 즐겁자고 하루 종일 빈 집에서 혼자 고독하게 울부짖어야하는! 정말 가족이라 생각한다면 강아지에 대한 배려가 조금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가족'이란 말이 가슴을 더욱 씁쓸하게 하는 하루였다.
 사실 가족으로 살고 있으면서도 가족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할 때가 참 많다.
 작은 배려와 말 한마디가 가족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든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을 못할 때가 더 많은 것이다.
 특히 초·중·고 학생들이 있는 가정에서는 신학기 자녀들을 위해 가족의 역할을 다시 되짚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3월도 벌써 중반에 접어들어 학생들도 이제 조금씩 낯선 환경에 적응하며 나름대로의 학교생활 방식을 터득해 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새 학년, 새 학급, 새 친구 등 신학기 새로움을 접한다는 것은 즐거움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미지에 대한 두려움이기도 하다.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하고 어떻게 친구들을 사귈 것이며, 수업시간마다 어떻게 학습하고, 또 어떤 과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학생들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갈등하게 된다.
 그래서 학기 초의 학생들은 다른 여느 때보다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게 되고, 그로 인해 배앓이나 두통 등 신경성 증세를 보이기도 하며, 심하면 학교 부적응으로 인한 등교거부 행동까지 보여 학교 상담실을 찾기도 한다.
 이럴 때 '가족'이란 이름은 지친 마음을 감싸는 큰 힘이자 든든한 지지자이다. 특히 부모는 자녀의 가장 가까운 상담자가 될 수 있다.  
 저녁에 돌아와서 종일 울부짖었던 강아지 머리만 한번 쓰다듬어 주면 가족의 역할을 다한 것처럼 생각하는 태도는 이제는 지양해야할 사랑법이다. 가끔 가족 외식 몇 번 하는 것으로 평소 소홀함에 대한 위로를 삼아서는 안 될 것이다.
 배려란 나의 입장이 아닌 상대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자녀에 대한 세심한 관심과 함께 "너 오늘 참 힘들었구나. 그래도 하루를 잘 보내고 온 네가 너무나 대견하다."라는 자상한 메시지를 한번 보내보자.
 쑥스러운 눈빛이라도 좋고, 한 장의 서툰 편지라도 좋다. 부모의 작은 관심과 배려는 신학기 자녀들에게 학교생활 적응력을 키우는 가장 따뜻한 예방약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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