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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김동성의 금메달을 가로챘던 아폴로 안톤 오노 선수의 '헐리우드 액션'은 그해 우리 국민을 가장 분통 터트리게 하는 사건이었다. 그래서 미국 쇼트트랙의 오노 선수는 국제무대에서 보다는 한국에서 더 유명하다.
 당시 김동성 선수는 쇼트트랙 1,500m 결승에서 1위로 골인해서 금메달이 확정되는 듯 했지만, 환호도 잠시 김동성은 실격 처리되고 2위로 들어온 오노가 금메달을 강탈해갔다. 김동성이 추월하려던 오노를 방해했다는 판정이었다. 우리는 이 사건을 오노의 '헐리우드 액션'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헐리우드 액션'이라는 단어가 요즘 필자의 뇌리에서 자꾸 떠오른다.
 지난달 27일 민주노동당 울산시당과 민주노총 울산본부를 비롯한 9개 단체가 '제대로 된 울산국립대 설립을 위한 공개질의서와 대안 제시를 위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요지는 '사실상 사립대학만도 못한 대학을 울산에 설치하는 것으로 울산시민의 염원에 찬물을 끼얹었고, 결국 국립대학이 아니며 비전도 없는 반쪽짜리 국립대학이다'라는 것이다.
 울산국립대학 설립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기까지 크게 세 번의 어려운 고비가 있었다. 첫 번째는 울산국립대학 신설이 확정되는 것이었다. 이전 정부가 모두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지켜지지 않은 장기화된 숙원이었다. 두 번째는 울산국립대학 건축비 분담 문제였다. 건축비 전액을 울산시가 분담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혀가다가 울산시와 정부가 반반 분담하는 방식을 어렵게 이끌어 냈다. 마지막 고비는 울산국립대학 설립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는 과정이었다.
 울산국립대학 설립에 관한 법률은 국회 교육위와 법사위 심의를 거쳐 지난 3월 6일 본회의 의결에서 우여곡절 끝에 통과되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본회의에서 반대토론을 했다. 반대토론 요지는 울산국립대 설립은 찬성하지만 국립대학 법인화에는 반대하므로 동 법안에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현실적으로 울산국립대 설립이 불가능해질 상황이었다.
 울산국립대학 신설은 이미 2005년 9월 정부방침으로 결정되었고, 법인 형식은 설립의 전제조건이었다. 정부방침대로 2009년 3월 개교를 위해서는 금년 8월에 착공해야 했다. 8월 착공을 위해서는 근거법령이 있어야 했다. 지금에 와서 현행 국립대 형식으로 설립하자는 것은 사실상 울산지역의 국립대학 신설을 부정하고 딴지거는 '헐리우드 액션'에 다름 아니었다.
 최순영 의원이 국회 본회의 반대 토론과 같은 내용과 논리로 민주노동당 울산시당과 민주노총 등은 기자회견을 통해서 '반쪽짜리 국립대학'이라고 다시 한 번 딴지를 걸고 있다.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기자회견에 참가한 9개 단체가 제기한 문제가 시점이나 내용적으로 합당한 것인지 역으로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울산국립대학이 사립대학이라는 주장에 관하여 울산국립대학에 설립에 관한 법률안 제15조 제1항은 "국가는 국립대인 울산과학기술대학교의 재정건전화를 위해 지속적인 재정지원을 하여야 하며, 다른 국립대학에 대한 국가의 지원과 형평을 맞추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2항은 "이사를 추천한 기관(교육부, 기획예산처, 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 과학기술부)의 장 및 그 소속기관의 장은 시설비의 보조, 장학금의 지급, 산학협력체제 구축 등 울산과학기술대학교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을 비롯한 9개 단체가 대안으로 제시한 안은 현재의 울산국립대 설립안을 포기하고 한국과학기술원울산분원을 설치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울산국립대학에 대한 '헐리우드 액션'을 통한 딴지걸기는 울산국립대학 설립과 울산시민의 뜻과 동떨어진 것이다. 이제는 울산국립대학이 울산의 자부심은 물론 우리나라의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다 같이 뜻을 모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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