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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인간의 활동의 궁극적인 목적은 진실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진실에 대한 온전한 파악은 굳이 철학적인 논쟁을 새삼 거론하지 않더라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결론이다. 초월적인 존재인 신(神)만이 온전한 진실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사회현상을 볼 때 특정한 판단의 기준을 가지고 세상사를 바라본다. 그 중에서 흑백논리는 모든 문제를 흑과 백, 선과 악, 득과 실의 양 극단으로만 구분하고 중립적인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1년여 넘게 진행된 한미 FTA라는 민감한 협상이 격렬한 찬반 논란 속에서 지난 4월 2일 결국 타결되었다. 협상 타결 이후 찬반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한미 FTA 협상에 대한 격렬한 찬반 논쟁은 흑백논리로 점철되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한미 FTA 협상 반대론은 우리가 처한  현실에서 볼 때 반쪽짜리 진실이다. 부존자원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저개발 단계에 있던 산업화 초기 우리나라는 좁은 내수 시장만을 대상으로 산업화를 추진하기는 어려웠다.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통한 효율성 제고와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개방적이고 대외지향적인 산업구조를 선택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만, 싱가포르가 대표적인 나라이며, 결과는 '동아시아의 기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반면에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의 남미국가는 풍부한 천연자원과 넓은 국내시장을 기반으로 대내지향형 산업구조를 택하였으며 결과는 우리가 잘 알듯이 빈곤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개방형 산업구조는 우리가 처한 환경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에서 이미 체득하고 있다.
 한미 FTA 협상을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한나라당의 주장 역시 반쪽짜리 진실이기는 마찬가지이다.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된다면 그에 따른 이익을 보는 사람도 있지만, 동시에 피해를 보는 사람도 있다. 농업 및 축산업분야 협상에서 최대한 개방 시간을 연장했지만 양국의 경쟁력을 감안하면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여겨진다.
 한미 FTA 협상을 추진한 대통령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중의 하나는 이렇다. 개혁적인 대통령이 서민의 삶에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는 한미 FTA 협상을 진행하는 것은 지지자들에 대한 정치적인 배신이라는 것이다. 일리 있는 지적이며, 필자도 보수적인 정권이 집권했을 때 추진해도 될 것을 개혁적인 대통령이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파적인 이해관계를 떠나서 국정을 운영하는 대통령이라는 직무에 대해 균형된 시각으로 보면 용기 있는 선택일 수도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이라는 직책은 지지자의 성향이 국정운영의 변수가 전혀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국익이라는 전체 이익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 자리이다. 국정을 운영하는 대통령이라는 자리에서 보면 한미 FTA 협상은 전체 국부 창출에 도움이 되고, 우리나라 산업구조의 체질을 더욱 선진화시킬 수 있는 외면하기 힘든 사안이다.
 일부 우리당 국회의원 사이에서 찬반이 엇갈리는 것도 과거 여당으로서의 책임감과 서민의 삶에 대한 고민과 갈등의 반영이하고 생각한다.
 흑백논리로 세상을 보면 개인적으로 고민과 번뇌가 없다. 선과 악이 분명하며, 피아간 구분도 명료하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복잡하고 다양해져서 흑백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흑백논리가 고민과 번뇌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합리적인 대안이나 진실에 대한 접근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한다.
 우리당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안 마련에 고심해왔다. 일방적인 주장이나 행동은 한 쪽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나, 갈등을 극대화하여 사회통합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당은 정치적인 이상을 추구하되 그 실현방식에는 현실에 발을 굳건히 딛고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고민과 갈등 그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숙명처럼 늘 곁에 있음을 한미 FTA 협상에서 다시 한 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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