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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의 경우 현대차노조 등이 포함된 금속연맹 산하 34개 노조가 단일노조로는 국내 최대인 금속산별노조(14만4천명)로 전환하는 등 78%의 산별노조 전환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산별 전환율이 90%에 이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국내 노동계의 또다른 축인 한국노총도 현재 16.2% 수준인 산별노조 전환율을 내년 상반기까지 50%대 초반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처럼 국내 노동계가 산별 시대로 접어들게 됐지만 노사정이 산별체제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상태여서 산별체제가 본격화되는 올헤에는 노사정간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노동계가 산별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은 노조조직률 하락 등으로 인해 현재의 기업별노조 구도로는 더이상 투쟁동력을 모을 수 없다는 절박한 사정에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의 노조 조직률은 지난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만 해도 20%를 웃돌았으나 관행적인 파업과 노동계내의 비리사건 등으로 노조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2005년말에는 10.3%로 추락했다. 노사관계 로드맵이 입법화되는 과정에서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제가 3년간 추가 유예됐지만 앞으로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등이 시행되면 노조 기반 자체가 흔들려 정부와 사측을 대상으로 한 교섭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노동계의 산별전환 추진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동계는 산별노조 전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각종 정치, 사회적 이슈에 대해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등의 예를 들면서 중앙단위에서 교섭이 이뤄지더라도 지부 또는 지회별로 이중, 삼중으로 교섭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교섭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며 산별교섭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영계는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큰 우리 사회의 여건을 감안할 때 산별교섭으로 원만한 합의를 도출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산별교섭이 이뤄지면 대기업 노조원들이 손해를 보고 중소기업체는 경영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경영 여건이 다른 사업장의 노사가 일괄교섭을 통해 합의점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경영계는 정치적, 전투적 성향이 강한 국내 노동계가 산별전환 이후 경제외적인 정치, 사회 이슈에 대해서도 일정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파업 등을 남발할 경우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는 금속노조의 경우 현대차 같은 대공장 노조들이 빠져 있었는데다 사업주들의 소극적인 자세로 인해 산별교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나 산별노조 체제가 정착되면 노사 공동으로 중앙단위 교섭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노동계는 또 산별노조는 개별 사업장의 이해관계를 벗어나 제조업 공동화나 직업능력개발 등 전체 산업의 공통적 문제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함께 노동계는 산별교섭으로 최저협약 또는 표준협약을 체결한 뒤 기업별 현실에 맞게 유연하게 적용해 나가면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 문제를 해소할 수 있고 산업별 평균값에 해당되는 협상결과를 도출해 적용하면 대기업 노조의 이기주의도 극복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산별체제로 전환하면 정치성 파업이 현재보다 더 심해질 것이라는 경영계의 지적과 관련, 노동계는 산별노조로 전환하면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책임의식도 높아져 오히려 지금보다 노사정 관계가 안정될 것이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노동계 전문가들은 기업별노조에서 산별노조로 전환하는 것은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에 '빅뱅'이라고 불릴 만큼의 충격파를 던져줄 사안인 만큼 노사정이 산별체제 정착을 위한 협의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사측이 산별교섭에 대해 정서적인 거부감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노동계는 협상 과정에서 일정한 부분에서 양보를 하는 등 지혜를 발휘해 경영계가 산별교섭의 장점을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또 공동교섭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최저협약과 표준협약 등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하고 이중, 삼중으로 교섭이 이뤄져 교섭비용이 불필요하게 증가하는 문제와 단체협약의 효율적인 이행 방안 등에 대해서도 심도깊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노동계의 산별전환이 상당 부분 이뤄졌기 때문에 노사정 모두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정부도 산별교섭에 대한 조정과 중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송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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