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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를 나라꽃이라 하지만 정작 일본이나 중국 등지에서 들여온 품종들을 우리꽃으로 알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는 심박사는 노란색 무궁화, 향기나는 무궁화 등 전 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품종 개발을 위해 오늘도 연구소에서 땀방울을 쏟고 있다.  김정훈기자 idacoya@ulsanpress.net

 

광복 63주년인 올해는 건국 60주년이기도 해서 더욱 뜻이 깊다. 겨레의 자존심 나라꽃 무궁화가 새삼 돋보이는 때이다. 무궁화 신품종 개발에 평생을 받쳐온 세계적인 무궁화 육종학자가 있다. 울산 출신 심경구 박사. 일찌기 나라의 미래 흥망은 유전자원 확보에 달려있음을 깨닫고, 세계 최대 무궁화 유전자원을 모았다. 대표로 있는 천안의 무궁화와 나리연구소 4,000여평 육종포장에는 전세계 250여종의 무궁화가 모두 갖춰져 있다. 국내 유일의 무궁화 표준 품종원이다. 땡볕 속에서도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크고 탐스러운 무궁화꽃이 활짝 피어나 광복의 8월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무궁화 원산지·유래는 어떻습니까?
 -4200여년 전에 중국의 곽박이 지은 '산해경(山海經)'이란 책에 '군자의 나라 동방에 훈화초(무궁화)가 있는데, 아침에 피었다 저녁에 진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원산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중국을 거쳐 실크로드를 통해 그리스로 전파된 뒤 유럽 전역으로 퍼진 것으로 봅니다. 유럽인들은 무궁화를 최고의 여름꽃으로 칩니다. 무궁화 학명의 'Hibiscus'는 신에게 바친 가장 아름다운 꽃이란 의미입니다. 알렉산더대왕 때 그리스은전에도 무궁화가 나타납니다. 굵기가 1m가 넘는 것도 많습니다. 유럽이나 미국과 캐나다도 관상용으로 많이 심고 있습니다. 일본도 마찬가집니다. 우리보다 더 좋아합니다.


 ▲울산 이름이 붙은 무궁화가 있다면서요?
 -모두 다섯 품종입니다. 99년에 처음으로 '처용'이란 이름을 붙인 것을 시작으로 신품종이 나오면 울산 이름을 붙이기로 한거죠. 연어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는 모천회귀의식 같은 것이죠. 처용 품종은 울산시에서도 세 그루를 가져갔는데, 그 이후 소식은 모릅니다. '처용' 외에도 '여천','태화강', '문수봉','학성'이 있습니다.


 ▲국민들은 정작 나라꽃 무궁화에 대해 잘 모르고 있습니다.
 -무궁화를 나라꽃이라고 하니까,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전세계에 무려 250여종이나 있습니다. 나라꽃 치고는 국민의 사랑과 관심을 가장 덜 받는 꽃입니다. 도리어 외국에서 더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들은 최고의 여름꽃으로 칩니다.
 우리 현실은 심지어 일본의 평성과 신태양, 히노마루를 들여와 우리말을 붙인 뒤 우리 나라꽃으로 팔고 있습니다. 중국 무궁화도 1천원에 들여와 나라꽃으로 둔갑시켜 5,000원에 팔고 있습니다.


 ▲무궁화 가운데 어떤 것이 나라꽃입니까?
 꽃송이가 한 겹만인 홑꽃을 말합니다. 홑꽃 중에서도 홍단심과 백단심만을 칩니다. 즉 '우리나라 재래종과 국내에서 연구개발된 홑꽃의 홍단심계와 백단심계 품종'이 나라꽃입니다. 일반 겹꽃이나 파랑새, 배달계, 아사달계는 나라꽃이 아닌 관상용이고, 하와이 무궁화와 부용은 무궁화가 아닙니다.


 ▲나라꽃이라면서도 제대로 돌보지 않습니다. 무엇 때문입니까?
 -나라꽃이라고 여기게 된 연유부터 말씀드리죠. 단군이 나라를 세운 때부터 삼국을 거쳐 고려, 조선까지 쭉 내려왔습니다. 우리 내면에 그런 정신문화사적인 바탕이 깔려있죠.
 결정적인 계기는 1896년 독립협회가 독립문을 세우면서 비롯됐다고 봐집니다. 그 뒤 일제에 맞서 독립투사들이 무궁화를 생명처럼 여긴게 나라꽃이란 인식을 더욱 깊게 한거죠. 현실적으로 제대로 돌보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일제의 악랄한 술책 때문입니다. 일제는 '꽃가루가 눈에 들어가면 눈이 먼다, 진딧물이 많다, 하루살이 꽃이다' 등등 얼토당토 않은 이유로 뽑아없애야 할 꽃이란 인식을 확산시켰습니다. 아직도 완전히 씻어지지 않았습니다. 무섭죠.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바로 잡힐겁니다. 언론의 역할이 큽니다.


 ▲법으로 나라꽃이라  정했습니까?
 -국가에서 나라꽃으로 지정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정서상으로만 나라꽃입니다. 창피한 일이죠. 북한은 91년 4월에 함박꽃나무에 목란이란 새이름을 붙이고, 법으로 나라꽃으로 지정했습니다. 우리도 80년대 중반에 나라꽃을 지정하려 했습니다. 무궁화 대신 다른 것으로 정하려다 역풍을 맞아 흐지부지됐고 지금까지 그대로입니다.


 ▲통일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죠?
 -통일을 염원하는 뜻에서 '통일'이란 홍단심 품종을 개발했습니다만, 당연히 통일 이후를 대비해야 합니다. 나라꽃 무궁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국가 상징성을 살려나가야 합니다.


 ▲처음 개발한 것은 무엇이고, 몇 종이나 됩니까?
 -91년에 처음 개발했으며, 60여종 됩니다. 신품종 개발에 골몰하고 있는데, 청와대에서 요청이 왔습니다. 외국서 국빈이 오는데, 밤에도 볼 수는 없느냐는 겁니다. 밤에도 피어있는 신품종을 만든거죠.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30시간 피어있었습니다. 그전까지 우리 무궁화꽃은 새벽 4시쯤 피어 오후 5시쯤이면 진다는 고정관념을 깬거죠. 평생을 독립운동에 헌신하시고 성균관대학을 설립하신 심산(心山) 김창숙(金昌淑) 선생을 기리기 위해 그 분의 호를 붙여 '심산'이라 명명했습니다.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모두 애착이 가죠. 굳이 꼽자면 '삼천리'와 '화합'입니다. 모본이 재래종으로 특별한데다 국운부흥과 동서화합을 상징하는 큰 뜻을 갖고 있습니다. 안동 예안향교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100년생을 어머니로, 남원 산동면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6.4m 무궁화를 아버지로 해서 2002년 8월 1일 홍단심 삼천리와 백단심 화합을 만들었습니다. 화합은 당초 대한이라 했다가 동서화합을 기원하는 뜻에서 고쳤습니다.


 ▲그 외에도 특별한 것은?
 -독도를 상징하는 신품종도 만들었습니다. 일본이 자기 영토라고 우기는 데에 대한 경각심을 갖자는 뜻에서 만든거죠. 바탕이 청색인 청단심입니다. '동해'라고 명명했습니다. 동해를 만든 뒤에 우리나라 지도모양을 한 무궁화동산을 만드는 곳이 있으면 육지는 홍단심 삼천리와 백단심 화합으로 심고, 독도는 청단심 동해를 심도록 조언을 해줍니다.


 ▲미국에서 로열티를 받는 품종도 개발하셨죠?
 -'안동2'란 품종입니다. 우리나라 식물 가운데 최초이자 유일하게 로열티를 받고 있습니다. 미국 상표명은 릴킴(Lil Kim)인데, 릴은 리틀(Little)을 뜻합니다. 나무가 작기 때문에 붙인 이름입니다. 처음부터 관상용으로 화분에 심을 수 있게 50㎝ 정도로 만들었습니다. 스프링 메도우란 회사가 포기당 7달러 99센트에 팔고 있습니다. 로열티는 10센트를 받습니다. 또 국제특허를 받기 위해 태화강과 처용 등 무궁화 11종과 개나리 3종을 미국 현지에서 계약재배중에 있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습니까?
 -금강산과 평양에도 신품종을 보급했으면 합니다. 남북이 지금은 나라꽃을 달리 하고 있지만, 이전에는 다함께 좋아하지 않았습니까? 젊은 세대들에게도 더욱 어필할 수 있게 노란색 무궁화와 향기 나는 무궁화도 개발할 생각입니다. 집에서도 쉽게 키울 수 있게 키가 1m를 넘지 않는 품종도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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