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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울산과학기술대학교 이사장으로 연임한 이두철 삼창기업 회장이 대학의 발전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은경기자 usyek@ulsanpress.net

 

 사람이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고 한 평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너나 없이 기나긴 인생 행로에서 세 가지의 즐거움을 갖추기를 열망한다. 인생 삼락(三樂)이라 불리는 세 가지 즐거움이란 부모가 살아 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 하늘과 사람에게 부끄러워할 것이 없는 것,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가르치는 것을 이른다. 군자(君子)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덕목으로 꼽힌다. 군자 삼락이라고도 부른다. 그 중에 천하의 인재를 얻어서 키우는 일이야말로 지고지선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3일 울산과학기술대학교 이사장으로 연임한 이두철 삼창기업 회장도 천하의 인재를 키우는 소임에 더욱 매진할 모습이었다. 군자 삼락 가운데 으뜸인 미래자산을 키우는 일이 그 아니 즐겁지 않으랴. 이두철 이사장을 만나기 위해 지난 주말 남구 신정3동 삼창기업 회장실을 찾았다. 때 마침 켜놓은 TV에서는 공교롭게도 현대자동차 노조의 새 위원장으로 중도·실용노선의 후보가 당선됐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자연스레 상의 회장 시절 겪었던 현대자동차 노사분규 이야기가 나왔다.

 

   법인화 국립대 자율·창의적 학사운영 가능

 

 ▲상의 회장 재직 때 현대자동차의 노사분규가 조기에 타결되도록 무척 애를 쓰셨죠?
 -조금 전 TV 뉴스에서 중도·실용노선의 인물이 노조위원장으로 당선됐다는 소식에 감회가 새롭습니다. 제가 회장으로 있을 때 분규를 조기에 타결되도록 촉구하기 위해 현대자동차 공장을 애워싸려고 한 인간띠잇기 행사가 이제야 그 효과를 거두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오늘 인터뷰는 울산과기대 이사장으로 연임한 것과 상의회장 재직 당시, 회장님이 경영하고 계시는 삼창기업에 대한 이야기 등으로 나눠서 했으면 합니다. 일반의 예상을 깨고 이사장으로 연임한 것을 축하드립니다. 재임 기간은 어떻게?
 -초대 이사장이라는 큰 영광을 누린데 이어 연임하게 돼 어깨가 더 무겁습니다. 주위에서 도와주신 덕분에 연임됐다고 생각합니다. 초대 이사장으로서의 재임기간은 2007년 9월 13일부터 지난 9월 12일까지였습니다. 2대 이사장으로서 재임기간은 지난 23일부터 2011년 9월22일까지 2년간입니다.


 ▲국립대학법인이라는 것이 일반에게는 생소합니다. 어떤 일을 하는 겁니까?
 -국립대학은 교과부의 지도·감독 아래 있어서 자율성이 떨어집니다. 법인은 총장에게 거의 모든 권한이 부여돼 있어서 세계적인 시대조류에 맞춰 신축성있게 학사행정을 펼 수 있습니다. 국비지원이 적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울산과기대 이사회는 저를 포함한 13명의 이사와 2명의 감사로 구성돼 있습니다. 매년 예산(안)과 결산(안) 및 각종 주요 정책에 대한 심의를 합니다.


 ▲울산과기대가 지난 3월 개교하고 한 학기가 지났는데, 국내 최초 법인화대학으로서 현재까지의 평가는?
 -첫 법인화 대학으로서 과연 성공할 것인가하는 우려가 많았죠. 지난 9월 18일 성과를 살펴보기 위해 방문한 이주호 교과부 차관도 만족감을 나타냈습니다. 우수한 학생과 우수한 교수진 유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등에서 일반 국립대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울산시는 향후 매년 100억원씩 15년간 지원합니다. 최근에는 울주군이 30억원을 내놓았습니다.
 우수한 실력을 갖춘 교수는 정년제한(65세)을 철폐해서 70세까지 근무하게 할 수 있는 새로운 규정도 만들었습니다. 부교수 경력이 2년밖에 안된 교수를 정교수로 채용합니다. 우수한 교수발탁에 걸림돌이 없어진 겁니다. 애초에 1천명을 입학시키려 했으나 500명으로 대폭 제한해 우수한 학생만 선발하는 융통성도 발휘했습니다. 자율성이 보장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연 500~600억 국고지원…예산확보 문제없어


 ▲울산과기대가 목표로 하고 있는 미국 MIT 같은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이 확보돼야죠?
 -법인화 대학이라고 해서 정부가 예산에서 홀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연간 500~600억이 지원됩니다. 그래서 이사진이 지역정치권과 힘을 모아 매년 정부예산이 순조롭게 지원되도록 할 작정입니다.
 이공계 특성화대학인 울산과기대가 배출하는 학생들은 기업체에 진출하게 마련인데, 울산의 기업이 지원을 하도록 요청할 계획입니다. 현재 경동도시가스가 50억원을 출연했습니다만, 내년쯤 기업의 상황이 나아지면 기업을 순방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울산시민들의 관심도 더욱 절실합니다. 시민들이 계속해서 울산과기대에 관심을 보여줘야 발전할 수 있습니다.


 ▲울산상의 회장으로 얼마동안 재직하셨죠?
 -2004년부터 올해 3월까지 5년간 재직했습니다. 그러니까 제14대, 15대 회장을 지낸 셈이죠.


 ▲2004년에 취임했을 때 많이 힘들었죠?
 -직전에 있었던 금융사고로 울산상의의 이미지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지 않았습니다. 힘들었습니다. 모 회원기업과는 법정소송까지 벌어져 더욱 그랬습니다. 대한상의를 방문해서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협조를 구했습니다.


 ▲현장을 가장 많이 찾은 회장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추락한 이미지 회복에 큰 도움이 됐죠?
 -사람이란 마음을 열고 진심을 내보일 때, 더욱 친밀해지는 게 아닙니까? 그러려면 자주 현장에 나가 그 분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서로가 공생할 수 있는 길이 보이는 것이죠. 상의의 역할은 바로 그런 것입니다. 그렇게 진심이 보여지면 이미지는 자연스레 회복되게 마련입니다.


 ▲울산상의를 전국에 깊이 인식시킨 사업을 상당수 추진하셨죠. 전국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은 어떤 것입니까?
 -먼저 '기업사랑 지역사랑' 운동입니다. 산업수도인 울산시민들이 지역과 나라를 먹여살리는 기업에 대한 애정을 갖지 않으면 기업이 설 자리는 없다고 여겼습니다. 당시 전국적으로 반기업정서도 상당 했고요. 2005년 4월에 기업체 대표와 근로자,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기업사랑 선포식을 갖고 지속적인 기업사랑 운동을 펼쳤습니다. 그와 연계해서 지역사랑운동도 폈습니다. 시민들이 기업에 대해 사랑을 베푸는 만큼 기업도 지역공헌에 나서는 등 당연히 지역사랑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한거죠. 2005년 6월에 기업이 사회적인 기능과 역할을 다하자는 지역사랑 선포식을 가졌습니다.

 

   '기업사랑 지역사랑' 운동 전국적 반향


 ▲기업사랑 지역사랑운동은 대한상의 차원에서도 큰 화제가 됐죠.
 -그랬습니다. 울산상의의 나쁜 이미지를 씻는데에 큰 몫을 한거죠. 전국 각 지역의 상의가 크게 주목했습니다. 2007년 10월에는 기업사랑 혁신우수사례로 뽑혀 울산상의가 최우수 기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차지했습니다.


 ▲그 운동의 시발은 한해 전에 있었던 SK 주식사주기운동이었죠?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2004년에 울산공단의 시발이었던 SK에너지가 소버린과 분쟁이 일어나 경영권이 넘어갈 위기에 처했습니다. 지역에 뿌리를 내린 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취지에서 울산상의의 주도로 주식사주기운동을 편거죠. 석달만에 10만여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결국 소버린이 손을 들었습니다.


 ▲기업사랑과 관련해 앞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눴습니다만, 현대자동차 노사분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2007년이었죠. 현대자동차 노조가 FTA반대 정치파업을 하려고 했습니다. 행울협이 인간띠잇기를 하려고 한 겁니다. 파업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로 대신했습니다만, 노조에는 압박으로 비쳤을 겁니다. 행울협 대표단이 서울의 금속노조 본부와 민노총 본부를 잇따라 방문해서 파업철회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산업수도인 울산을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노사문제가 안정돼야 한다고 판단하고 상의가 앞장선 겁니다. 이 모두가 기업사랑 지역사랑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입니다.

 

   '1사1교 자매결연' 학생들에 기업사랑 뿌리


 ▲전국 최초 '1사1교 자매결연'이 큰 화제를 일으켰죠?
 -전교조가 은연중에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에게 반기업정서를 심어주는 것에 자극받아 추진하게 됐습니다. 기업 종사자의 자녀들이 학교에 다니고 있으므로 울산에 뿌리를 내린 기업이 울산의 학교를 돕는데에 앞장서자는 취지로 시작한 겁니다.
 2007년 5월 91개 기업대표와 107개 학교장이 모여 전국 최초로 기업과 학교간의 합동자매결연식을 했습니다. 이 소식이 신문과 방송을 통해 전국에 널리 알려졌고, 자연스레 화제를 일으켰습니다. 나중에 울산의 초중고 217개교와 170개 기업이 자매결연을 했습니다. 삼창기업도과 저의 모교인 삼평초등학교 등 네 개 학교와 했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일을 하셨죠. 시간관계상 대표적인 두 가지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2010년에 울산이 수출 1,000억 달러 달성의 초석을 다지는 데에 애쓰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퇴임하기 전해인 2008년에 울산이 788억달러를 달성했습니다. 산·학·관·민이 힘을 모아 돌파구를 찾아 지속적으로 수출을 늘려가면 2010년에는 1,000억 달러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봤습니다. 2006년에 구체적인 전략을 담은 로드맵을 만들도록 울산대학교에 용역도 했습니다. 하지만 미증유의 세계적인 경제불황으로 미지수입니다.

 

   울벌라이제이션 주창 '글로벌 울산' 초석


 ▲울산의 세계화를 위해 울벌라이제이션(Ulsan+Globalization)을 주창하셨죠?
 -울산산업의 역동성과 '기업사랑 지역사랑' 등 시민의식이 울산특유의 정체성이라고 봅니다. 이 정체성이 더욱 개발돼 울산을 세계 일류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래서 2008년 1월 4일 울산지역 각계 대표들이 모인 신년인사회에서 울산의 미래비전을 담은 울벌라이제이션을 주창했던 겁니다.


 ▲이제 삼창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순서입니다. 대학교를 졸업하시고 직장생활부터 하신 겁니까?
 -부산공고 전기과를 나왔습니다. 당시 집안이 어려워서 대학을 못간거죠. 학교를 졸업한 뒤에 자원해서 군대에 갔습니다. 1967년 제대하고 유네스코(UNESCO)의 FIC교육을 받았습니다. 전국에서 15명 정도를 선발해서 자동제어분야를 가르치는 과정이었죠. 제가 전기과를 나왔으니 제대로 고른 셈이었죠. 당시 우리나라는 자동제어분야에서는 걸음마 단계였습니다.

 
 ▲그 뒤에 진로를 어떻게 했습니까?
 -대성메탄올에 잠시 근무했습니다. 그리고는 자동제어분야의 자동화시스템이 필요한 곳에 나가 일했습니다. 석유화학단지의 납사크리킹센터의 시운전에도 참여했고, 현대조선의 선박 자동화시스템에도 참여했습니다.

 

   74년 현풍엔지니어링 지금의 삼창 모태


 ▲창업을 언제?
 -1974년 5월에 현풍엔지니어링이란 회사를 세웠습니다. 당시에는 엔지니어링이란 이름을 쓰는 회사가 없었습니다. 저희 회사가 최초였을 것입니다. 직원은 12명에 자본금은 60만원 정도였습니다. 88년에 상호를 삼창기업으로 바꿨습니다.


 ▲자동제어분야에서는 기술력이 대단했으니 순풍에 돛을 단 격이었겠습니다.
 -아니죠. 기술력은 있었습니다만, 관리에 대한 능력이 모자랐습니다. 당시에 부가세가 생겼는데, 일을 해주면 10%를 더 받는 것이었습니다. 그걸 모아 놓아서야 했었는데, 공돈으로 여기고 다써버려 나중에 큰 곤욕을 치렀습니다. 더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특수대학원을 비롯한 여러 대학의 교육기관에 들어가 배움의 길에 열중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자동제어분야 기술력을 바탕으로 원자력발전소에도 진출한거죠. 사업장은 어디에 있습니까?
 -회사에 원자력사업본부를 두고 있습니다. 고리와 영광, 월성, 울진 등 원전이 있는 곳에는 모두 사업장을 두고 저희 직원이 나가있죠.


 ▲그동안 다닌 교육기관 가운데 가장 인상에 남는 곳은 어느 곳입니까?
 -94년 미국 하버드대학의 최고정책결정자과정과 97년에 다닌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의 최고경영자과정입니다. 1개월 과정이었지만, 꽉 짜인 스케줄 때문에 정말 열심히 하지 않고는 따라 갈 수가 없을 만큼 벅찼습니다.

 

   사업장 있는 지역 장학금 등 사회환원 철저


 ▲배움에 대한 열정 때문에 많은 곳에 장학금을 주는 겁니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제가 상의 회장으로 있을 때 울산의 기업에게 지역사랑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만, 저희 회사 사업장이 있는 지역에는 학생 장학금 등 사회환원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그 지역에 대해 사랑을 베풀면 어느 날에는 되돌아오게 마련입니다.


 ▲다른 곳에도 장학금을 주고 있죠?
 -서울대학교 원자력과에 정기적으로 지원금을 주는 등 여러 곳에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외국에는 사업장이 있는 중국 최고 대학이라는 청화대와 북경대 학생 60여명에게도 장학금을 주고 있습니다. 친한파를 육성하자는 뜻도 있습니다. 보다 체계적으로 장학사업을 펴기 위해 3년 전에 삼창장학재단을 세웠습니다.


 ▲국내외 법인체는 몇 곳이나 됩니까?
 -국내에는 12곳이 있고, 외국에는 중국의 3곳을 비롯해서 두바이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9곳이 있습니다.


 ▲첨단소재를 많이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휴대폰에 들어가는 마이크로퓨즈와 태양전지에 쓰이는 솔라페이스트와 세라믹보다 한 단계 앞서는 신소재인 그라핑 등이 있습니다.


 ▲전체 직원은 얼마나 되고, 매출액은 어느 정도입니까?
 -직원은 1,000명 가량 됩니다. 직원은 대부분 엔지니어고 관리직은 최소인력에 불과합니다. 매출액 규모는 넘어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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