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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수산 초입의 문수학당 안에 차 향이 그윽하다.
 햇볕이 알맞게 스며드는 전통 창호속에서 저음의 목소리가 들린다. TV드라마 속에서나 보고 들은 '공자왈, 맹자왈'하는 훈장님의 목소리다.
 "자신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 즉 깨달음이 생기면 누구나 부처가되고 하나님이 된다. 사람이 도를 넓히는 것이 아니라 도가 사람을 넓히는 것이다"
 논어 속에 나오는 인능홍도(人能弘道)를 강의하고 있었다. 한동안 강의실 문을 열지 못하고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문수학당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이는 울산에서는 처음 다도를 시작한 장영동 원장이다.
 한학에 대한  높은 조예로 그에게 논어 등 사서와 주역을 배우는 이가 적지 않다. 요즘 그 수가 조금 줄긴했지만 한해 40~50명이 그의 주역 강의를 듣는다. 주역을 배우려면 사서는 기본 코스다.
 기자가 찾은 때는 논어를 배우고 있는 나이든 여성 학동(?)들의 수업시간이다. 벌써 1~2년째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무엇을 배우는 중이냐고 물었다.
삼락당(三樂堂)이라 소개한 김영매씨는 '구기구인(求己求人)'을 이야기 했다.
 김씨는 "군자는 모든 책임의 소재를 자신에서 구하나 소인은 남에게서 구한다라는 뜻"이라며 "살면서 이런 생각만 가지고 있어도 다툴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씨가 짚은 글귀를 보니 '자왈(子曰) 군자(君子)는 구제기(求諸己)요 소인(小人)은 구제인(求諸人)이니라'였다.
 그런데 김씨가 짚은 책은 이전에 보았던 세로모양의 한자가 빼곡한 고서가 아니었다. 책 표지가 '공자님의 다도강좌'라는 제목인 이 학당 장영동 원장이 직접 쓴 교재였다. 장 원장은 논어뿐만아니라 장자소학, 도덕경 등도 다도와 접목해 별도의 교재를 만들어 강의하고 있다고 한다.


 장 원장은 "바쁜 현대인들이 좀더 쉽게 선현들의 지혜에 접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담(茶談)으로 엮은 것"이라고 했다.
 장 원장의 주역교재는 손수 펴낸 '주역의 맛(우리출판사)'이다. 장씨는 이 책을 통해 주역 속에 묻혀있는 음양의 관계, 상하의 관계는 물론 군신간, 노사간, 부자간, 부부간의 관계를 32괘를 통해 풀어내었다. 
 학동들에게 왜 주역을 배우려 하느냐고 물었다.
 나무(奈武)라고 밝힌 이승현씨는 "바른 생활을 하는 선생님이 좋아서"라고 답해 학당안을 웃음으로 채웠다.
 장 원장은 문수학당 학동들과 함께 한달에 한번 정도 풍수기행에 나선다고 한다. 선현들의 지혜를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것 외에도 가끔씩 지쳐가는 스스로를 채찍하기 위해서다. '세상은 주인따라 간다'며 학동들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문수학당은 세속에 물들지 않으려 회피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 바른 삶을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찾는 '이색지대'였다. 글=강정원기자 mikang@ 사진=임성백기자 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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