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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사무실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전화 받는 곳이 어디며, 상대가 누구인지 확인해 보지도 않고 대단히 화가 난 목소리로 다짜고짜 항의하기 시작했다. 이유인 즉 자신의 손자가 일기를 쓰지 않아 그 까닭을 물어보니,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이 일기검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손자는 일기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기검사를 하지 않는 이유를 알아보니 일기검사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자신의 자녀가 학교에 다닐 때는 매일 매일 담임선생님이 해주시는 일기검사를 통해 바른 글씨, 칭찬, 상을 받는 즐거움으로 일기쓰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또 그 일기를 차곡차곡 모은 결과 후일 자신의 자식이 살아가는 삶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것을 얘기하면서 어린 학생에게 인권보다도 인성지도에 더 도움이 되는 것을 생각하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안된다는 이야기였다.
 초등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초등학생 일기장 검사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과 아동인권의 보호와 향상을 위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자 어린이들의 일기검사가 인권을 침해하는 지에 대한 찬·반의견이 팽팽하다.
 초등학교에서 아동의 일기장을 검사할 경우, 아동이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사생활의 내용이 외부에 공개될 것을 예상하여 일기를 쓰게 되어 자유로운 사적 활동 영위를 방해받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고, 또한 아동이 검사를 염두에 두고 일기를 작성하면 아동의 양심 형성에 교사들이 실질적으로 관여하게 될 우려가 있다.
 다른 의견도 많다. 초등학생은 아직 미성숙자이기 때문에 초등학교 일기검사의 교육적 목적으로 제시되는 일기 작성의 습관화와 생활반성, 글짓기 능력 향상, 글씨공부 등을 살펴볼 때, 소중한 삶의 기록을 남긴다는 점에서 초등학교에서 일기쓰기를 습관화하는 것은 유익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은 특별한 사유 없이 학생들에게 일방적인 가정방문이 허락되어 있지 않으므로 경륜이 높고 노련한 교사는 일기를 통해 학생들이 현재 처해 있는 가정환경을 인지하여 같은 반 다른 친구들이 눈치 채지 않도록 생활지도를 하는데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우에 따라서 교사는 자신의 학급에 소속된 학생들과 일과 중에 다하지 못한 내면적 대화를 일기를 통해 교류하면서 다정한 친구의 역할, 어떤 때는 부모와 같은 보호자가 되기도 해야 하며 상담자로서 격려하고 힘을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해야 한다. 이런 생활지도 방법도 긍정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일기장 검사이다. 이 '검사'라는 단어에 함몰되어 인권적 침해의 논란에 집착하는 것은 너무 민감한 반응이라고 볼 수도 있다.
 또 인간성 회복을 위한 차원에서 공개된 사랑의 일기 쓰기 운동을 펼치는 단체도 있는 것으로 안다.
 교사는 학생들이 중요한 지식을 이해하고 새로운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탐구하도록 그들을 자극하는 학습조력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도 모두 다 잘 아는 사실이다. 학생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그들을 도와주는 것 뿐만 아니라, 믿음을 가지고 일기장 속에서 마음의 문을 열어 지도하고 도와주는 것이 교사의 할 일이라는 것을 되새겨야 한다.
 교사의 일기장 검사는 생활지도, 질서 유지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학업성취에도 적지 않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담임교사는 도덕적 양심과 교사의 의무인 비밀엄수의 의무를 항상 되새기고 긍정적인 일기 쓰기를 통한 선생님과의 대화의 일기장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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