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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시가 '포스코 주식 한 주 더 갖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운동의 전면에는 공무원들이 있다. 박승호 포항시장을 비롯해 시청과 구청 공무원이 직접 나서 주식사기에 나서고 있다. 시장은 벌써 지난달 28일 한 증권사에서 증권계좌를 개설했고, 각 구청들도 '주식 구입 날'을 정해 포스코 주식을 살 예정이다.
 이들은 포항 지역경제의 버팀목인 포스코를 외국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주식갖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4년 울산지역에서 벌어졌던 'SK주식 사주기운동'과 판박이다.
 당시 울산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지역내 초우량 기업인 SK(주)의 경영권이 외국인에게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범시민적인 'SK주식 사주기운동'을 벌였다. SK가 지역기업으로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고, 그동안 한국경제와 울산경제 발전에 많은 공헌을 해온 기업이기에 외국자본의 손에 순순히 넘기지는 않겠다는 것이었다. 특히 SK는 1천억원을 투자해 울산대공원을 조성하는 등 포스코 못지않게 지역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었다.  이때문에 SK의 경영권 사수를 위해 지역상공계와 시민단체, 일반시민들이 앞장서 주식사주기 운동을 전개한 것이다.
 당시 15%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인 소버린 자산운용은 최태원 회장의 이사 자격을 문제삼아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소버린은 SK글로벌 사태로 SK그룹 전체가 어려움을 겪던 지난 2003년 3월 부터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K주식을 대량 사들여 단숨에 2대 주주가 됐고, 그 시세차익이 1조원에 달할 만큼 엄청난 이득을 보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작된 주식사주기운동은 결과적으로 SK(주)의 경영권을 방어하는데 적 잖은 기여를 했다. 또 '기업사랑운동'과 '울산사랑운동'을 본격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울산시민들은 지난해 정몽구 회장의 구명운동을 벌이며 또 한번 지역 기업살리기 운동을 했다. 노조와 진보적 시민단체들의 구명운동의 성격을 놓고 심각한 반대를 벌였지만 '지역에서 기업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시민들의 명분을 가로 막지는 못했다.
 지방자치제가 성숙되면서 '지역과 기업'은 갈수록 뗄래야 뗄수 없는 관계가 될 것이 자명하다. 기업은 지역민을 먹여 살리는 경제의 원천이고, 경제의 원천인 기업이 무너지면 지방의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이와 유사한 기업사랑운동은 연이어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
 최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현대자동차 노조의 정치 파업 강행 철회 요구도 기업사랑운동의 일환으로 봐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들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현대차로 대별되는 한국자동차는 지금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자동차 선진국인 일본의 자동차들은 꾸준한 연구 개발과 생산성 향상으로 글로벌 시대 세계자동차 시장을 그야말로 쌩쌩거리며 달리고 있다. 그 뿐 아니라 후발국인 중국의 저가 자동차들도 세계시장을 향해 성큼 성큼 나아가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세계자동차 시장의 경쟁에서 밀려날 우려가 높다. 이런 때에 현대자동차 노조는 한미 FTA체결 저지라는 다분히 정치적인 파업 전선으로 나아가려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 노조의 기념품 비리와 올초 신년 시무식 폭력 사태를 거치면서 현대자동차 불매운동이 일어났을 때 그래도 울산시민들은 '그래도 현대자동차를 사야한다'는데 공감을 하며 후폭풍을 최소화하는데 적잖은 기여를 했다.
 지금 일부 시민들은 언제까지 현대자동차에 '사랑'을 일방적으로 배풀어야할 지 고민하고 있다. 시민들의 마음이 떠난 현대자동차가 달리는 길은 추락과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의 퇴출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선택은 노조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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