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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묵은 논쟁거리지만 보신탕은 여전히 우리 음식문화의 아킬레스건이다. 인터넷으로 개고기를 판매하던 한 업체가 네티즌들의 격론에 휘말려 3개월만에 사이트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다. 먹을거리를 가지고 같은 민족끼리 이처럼 갑론을박하는 나라도 보기 힘들다. 논쟁의 쟁점은 역시 개와 인간의 관계로부터 연관된 도덕적 문제이다. 이번 논쟁에서 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거론한 반대 근거는 개고기가 불법 혐오식품이기 때문에 통신판매는 할 수 없다는 논리다.
 개고기의 식용 논란은 동물보호단체의 문제가 아니라 민족의 문화적 전통과 현실적인 선호도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개고기의 식용을 법으로 금한 것은 지난 88올림픽 때 서울시가 자체규정으로 명시한 적은 있지만 올림픽이 끝난 뒤 유명무실해졌다. 일본도 도쿄올림픽 당시 생선회를 선호하는 자국민들의 기호가 외국인의 눈에 혐오스러울 것을 우려해 도쿄 일원에서 생선회 판매를 금지시킨 일이 있다. 일본이나 우리의 경우를 봐도 한 민족의 입맛은 법이나 제도로 다스릴 대상이 아니다.
 개장국이 보신탕으로 바뀐 것은 이승만 정권 때의 일이다. 명칭이 변한 것에 대해 많은 학자들은 친미정권인 이승만정권 관료들이 외국인들의 정서에 개장이라는 용어가 혐오감을 준다는 '문화사대주의'의 결과로 보고 있다. 개장국은 우리나라 고유음식의 하나로서 '구장(狗醬)','지양탕(地羊湯)'으로 일반화 됐다. 동국세시기 등의 옛 문헌들이 복날의 개장국을 유월의 절식(節食)으로 기록하고 있는 것만 봐도 예로부터 삼복(三伏)에 개고기를 먹는 풍습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복날에 개고기를 먹는 이유는 음양오행설에 근거했다. 개고기가 화(火),복(伏)은 금(金)에 해당하여 화기(火氣)로서 금기(金氣)를 억눌러 더위를 이겨낸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더운 성질의 개고기를 먹음으로써 더위에 지친 몸을 이열치열로 회복시켜 준다는 과학적 근거에서 나온 음식문화다.
 로마인들의 혀끝을 유린하고 중국인과 북미대륙 원주민의 오랜 식문화였던 개장국이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은 불과 20년 안팎의 일이다. 그것도 서양의 애견문화가 들어온 후 본격적인 논쟁의 불이 붙었다. 우리나라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보신탕집이 어느 날 갑자기 불법이 되고 혐오식품이 될 수는 없다. 식당에서는 먹어도 되고 인터넷에서 판매하면 불법이라는 논리는 우리의 전통 식문화를 영원히 음지에 가두려는 서양의 시각이다. 이번 논쟁은 사이트 폐쇄로 막을 내렸지만 덕분에 며칠 앞으로 다가온 복날, 전국의 개고기집은 문전성시를 이룰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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