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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된 '국기에 대한 맹세'를 놓고 네티즌들의 논쟁이 뜨겁다. 국기가 한 국가의 상징이 된 것은 오래된 인류의 전통이다. 일부 학자들은 국기의 형성이 근대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고구려하면 '삼족오' 깃발을 떠올리는 우리의 예만 봐도 그렇지 않다. 국기는 한 국가의 상징기호다. 그 상징기호에는 그 나라의 정체성과 존엄성이 함의되어 있다. 적대적인 국가에 대해 시위를 벌일 때 그 국가의 국기부터 불태우는 시위대의 행동도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해방직후인 1945년 9월9일 조선총독부 건물에 게양돼 있던 일장기가 내려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 미국의 국기인 성조기가 걸렸다. 그 광경을 우리는 박수를 치면서 바라봐야 했다. '태극기'가 국기가 된 것은 1883년(고종 20)이고, 1948년부터 대한민국 국기로 사용되고 있다. 국기 제정 논의가 처음으로 거론된 것은 1876년(고종 13) 1월이다. 운요호사건(雲揚號事件)을 계기로 한일 간에 강화도조약 체결이 논의되는 동안 일본측은 "운요호에는 엄연히 일본의 국기가 게양되어 있었는데 왜 포격을 가하였느냐"고 트집을 잡았다. 그러나 우리 조정의 인사들은 국기가 무슨 의미와 내용을 지니고 있는 것조차 몰랐다.
 국기를 신성시하는 것은 우리보다 미국이 더하다. 미국의 대부분 공립학교들은 아침마다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고 수업에 들어간다. 이 같은 신성성을 바탕으로 미국인들은 일찍부터 성조기를 하나의 문화코드로 만들었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성조기가 펄럭이는 앤딩신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고 미국의 대중문화에서 성조기 문양을 만나는 것은 이미 익숙한 일상이다. 특히 지금 미국 대통령인 부시가 같은 당내 최대 경쟁자였던 듀카키스 후보를 부인의 '성조기 훼손사건'을 빌미로 궁지에 몰아넣어 대통령 후보가 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번에 바뀐 국기에 대한 맹세 수정안은 기존의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를 헌법에 명시된 가치를 반영해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로 수정한 것과'몸과 마음을 바쳐'를 삭제한 것이 핵심이다. 1968년 충청도의 한 학교에서 시작된 '국기에 대한 맹세'가 군사정권과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를 거치면서 한 때 통치자의 통치이데올로기로 전용되기도 했지만 40여 년간 존재해온 것은 맹세의 대상인 태극기에 함축된 의미 때문이다. 맹세를 하든 안하든 태극기에는 치욕과 탄압의 역사로 출발해 붉은악마의 열정과 희망이 세계인을 감동시킨 민족사가 함께 펄럭이고 있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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