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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송파구에서 우측보행을 하기로 하고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인다는 소식이다. 유치원 시절부터 '차는 오른쪽, 사람은 왼쪽'에 길들여진 우리의 생활문화를 애써 뜯어 고치려는 이면에는 뼈아픈 과거사가 숨어 있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통행법이 만들어진 것은 1906년이다. 이때는 자전거, 인력거는 왼쪽으로 다니고 사람은 오른쪽으로 다녔다. 그러다 일제에 의해 1921년에 처음으로 좌측보행제가 실시됐다.
 문제는 이 좌측보행제가 처음 실시된 배경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우측보행제가 습관화 된 나라다. 그런데 일본인들이 우리나라에서 생활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같은 방향으로 통행하는 것이 불편하다며 좌측보행을 시행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일본순사들이 일본도를 차고 다닌 위치가 오른쪽이어서 서로 부딪치는 것을 방지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식민지 백성들과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게 싫었던 모양이다.
 좌측보행을 우측보행으로 바꾸려는 것은 일제잔재 때문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인도에서 우측보행을 하고 있는 것은 인간이 가진 본능적인 우측선호도 때문이다. 인간은 원래 왼쪽 보다 오른쪽을 선호한다. 니스베트와 윌슨이라는 사람이 실험을 통해 이런 가설을 세웠다. 인간은 주로 왼쪽 뇌가 발달되어 있는데 신체의 선호 방향은 그 반대다.
 인간에게는 '친근 효과'라는 심리 메커니즘이 있다. '친근 효과'는 가장 최신 정보를 가장 믿을 만 하다고 여기는 심리에 기인한다. 그 최신정보의 위치가 바로 오른쪽이다. 잡지나 신문에 최신 정보만을 고집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언론 매체의 광고에서 가장 광고료가 비싼 곳은 오른쪽 상단이다. 백화점에서도 진열대의 오른쪽에 있는 아이템이 가장 많이 팔리고 또 이렇다 보니 세일 품목은 소비자가 보기에 오른쪽에 위치한다.
 일제강점기가 끝난 지 50여 년이 흘렀지만 우리주변에는 좌측통행과 같은 일제의 잔재가 널려 있다. 어린 시절 즐겨 불렀던"아침 바람 찬 바람에 울고 가는 저 기러기" 같은 동요에서부터 인감증명제나 얼마 전 폐지된 호주제 등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다.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는 것은 민족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기본 작업이다. 36년의 일제 잔재를 털어내는 데 반세기 이상이 걸리는 이유는 바로 의식과 문화의 청산부터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제가 통치편의를 위해, 내선일체의 '정신적 마취'를 위해 심어둔 수많은 생활 속의 잔재는 마땅히 털어내야 한다. 특히 좌측보행처럼 인간의 기본적인 선호도마저 식민통치의 권위로 눌러버린 제도는 우리가 먼저 오른쪽으로 걸어가며 밟아줘야 한다.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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