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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국대 신정아 교수의 가짜박사 학위논란이 뜨겁다. 예일대 가짜학위로 시작된 그녀의 가짜논란은 생년월일부터 삼풍백화점 붕괴 때 살아남은 신정아는 그녀가 아니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 쯤 되면 그녀의 존재여부까지 검증이 필요하게 될지 모를 일이다. 우리 사회의 가짜 학위 논란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지난주에는 경찰이 괌에 있다는 유령대학의 가짜 학위로 교수행세를 해온 사람들을 적발했다. 이곳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우리사회 지도급인사가 무려 39명이었다.
 가짜 이야기가 가장 많이 나오는 분야는 단연 미술계다. 가짜 골동품부터 유명화가들의 위작이나 모작 등 미술작품의 가짜논란은 언제나 세간의 화제가 된다. 미켈란젤로도 젊은 시절 가짜 골동품으로 추기경을 속인 일화가 있을 정도다. 진짜는 언제나 하나일 뿐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이 같은 희소성 때문에 가짜가 나오는 것일 수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학력이나 실력보다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구조는 가짜가 판을 칠 만하다.
 고전소설 옹고집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오만불손한 옹고집을 응징하려고 고승이 허수아비로 가짜 옹고집을 만들어 진짜 옹고집을 혼쭐 낸 이야기 속에는 삶의 교훈도 있지만 가짜가 판을 치는 조선후기 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도 함의되어 있다. 본질보다 외양을 중시하는 사회는 현란하다. 대도시가 현란한 네온으로 밤을 밝히지만 정작 사람들은 도심에서 될 수 있는 대로 멀리 떨어진 한적한 곳에서 가족과 밤을 보내고 싶어 한다.    
 음악의 나라 오스트리아도 과거에는 음악가의 실력보다 누구의 제자인가에 따라 출세의 길이 갈렸다. 이 때문에 피아니스트인 리스트가 가짜 제자를 진짜 제자로 받아들인 일화가 있다. 노년에 리스트는 오스트리아의 한 작은 도시에서 제자를 사칭하며 돈을 벌어온 피아니스트를 만났다. 가짜 제자는 스스로 잘못을 고백하고 생계 때문에 그의 이름을 빌렸다며 용서를 구했다. 리스트는 가짜를 벌하는 대신 연주를 하게 했다. 그의 연주를 듣고 난 리스트는 그녀를 다음날 연주회에서 자신의 제자로 소개했다. 이 일화는 리스트가 진짜 파아니스트를 외면하고 명성만을 좇는 오스트리아 음악계에 던진 질책이었다.
 가짜 논란의 핵심은 가짜 학위로 교수가 되고, 국제적 미술행사의 총감독이 됐다는 사실이 아니다. 그 것은 한 개인의 도덕성과 관련한 문제다. 우리 사회는 이미 황우석 논란을 통해 가짜 논란에 면역성을 갖고 있다. 검증장치의 부재나 학벌위주 사회의 병폐, 한탕주의나 실적주의의 반성 등 '신정아 논란'은 그 당시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결국 우리는 가짜 논란이 있을 때마다 흥분만 하는 감정적 반응에 길들여진 셈이다. 이번 가짜 학위논란을 통해 우리가 잊지 말아야하는 것은 진짜가 진짜답지 못할 때 오히려 가짜가 판을 치는 법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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