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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헐리우드 영화 '웩더독'은 정치와 여론의 함수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준 영화로 기억에 남아 있다. 재선을 앞둔 백악관 주인이 여고생을 성추행하면서 벌어진 여론조작의 행태는 정치를 희화화 해버린 측면도 있지만 초점은 역시 관객, 즉 유권자들의 긴장을 유발하는 독특한 메커니즘이 깔려 있다. 사실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이지만 생명이 가진 속성처럼 환경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요즘 우리 정치판도 '웩더독 효과'를 둘러싼 후보자와 정당간의 설전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도 벌써부터 대선후보들에 대한 검증이 한창이다. 미국은 후보에 대한 검증이 가혹할 정도로 철저하다. 대선레이스가 시작되면 정당은 먼저 대선주자들의 재산부터 공개한다. 여기서부터는 언론의 몫이다. 간간히 상대진영에서 의혹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언론의 검증을 통해 시비가 갈린다. 이때부터 대선후보는 이미 개인이 아닌 공인으로서만 평가된다. 후보의 거의 모든 것이 언론에 의해 도마에 오르고 여론의 심판을 받는다. 지난 198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던 게리 하트 후보가 혼외정사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경선을 포기한 사건은 미국 대선의 언론검증과정이 얼마나 살벌한가를 잘 보여주는 예이다.
 문제는 이 같은 개인적 치부를 폭로한 언론에 대한 후보자나 정당의 태도다. 지금까지 미국 대선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의 정보 입수경위가 정치적 공방이 된 적은 없다. '웩더독 효과'처럼 자신의 불리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정치적 공작은 무수히 발생하지만 "누가 내 일기장을 들춰 본거냐"고 억지를 부리지는 않는다. 보도가 사실이면 경위를 설명하고 사과하고, 사실이 아니면 방증 자료를 제시하며 반박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인다. 한창 주가를 올리는 민주당 오바마 후보는 자신의 마약중독에 대한 의혹이 보도되자 "코카인은 했지만 헤로인은 안 했다. 그것도 대학 때 끊었다"고 먼저 고백해 오히려 '정직한 정치인'이라는 평판을 얻기도 했다.
 많은 역사학자들은 조선이 오백여년의 긴 세월동안 왕권을 유지해 온 것은 언론의 기능이 왕권의 중심을 잡아주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특히 사헌부와 사간원, 홍문관은 언론 3사라 하여 이들 기관의 역할과 기능에 따라 왕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갈렸다. 물론 연산군처럼 문신들의 직간이 귀찮다는 이유로 여론과 관련되는 제도들은 남김없이 철폐해버린 시절도 있었지만 역사는 그 시대를 폭정이라는 이름으로 단죄했다. 이런 점에서 요즘의 검증공방에서 언론의 기능은 여러모로 생각해볼 일이 많은 것 같다.
 검증의 미명아래 날만 새면 새로운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다. 후보자는 후보진영에서 정당은 정당 나름으로 별동대 같은 첩보팀을 운영하는지 모를 일이지만 언론의 검증 역할이 온전히 후보진영으로 넘어간 상태가 우리의 후보검증 형국이다. 새로운 사실이든 그 사실에 대한 꼬리를 문 의혹들이든 터져나오기만 하면 요란하게 떠들어주는 나팔수의 모습이 마치 '웩더독'처럼 현란한 꼬리치기로 비춰지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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