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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는 현실의 역경을 이겨내는 정신활동이다. 이 때문에 일반사람들이 생각할 수없는 많은 일들이 종교적 활동에서 나오곤 한다. 이번에 아프간에서 발생한 봉사활동 대원들의 납치사건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문제이다. 사실 이슬람 문화권은 우리와 오랜 교류를 지속해온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신라시대부터 이슬람권 사람들은 우리 땅과 바다에서 중동의 문화를 전하고 우리문화를 낯선 땅에 전파했다. 이는 이슬람이 갖는 문화적 포용력의 강점이자 오랜 세월 이슬람을 존재하게 한 동력이기도 했다.
 이슬람권에서 오늘과 같은 테러집단이 등장한 것은 서구문화에 대한 반발이 직접적인 배경이 된다. 유럽과 아시아의 중간에 위치한 이슬람권은 태생적으로 타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
 이는 곧 자신들과 다른 지역의 문화가 다름을 인정하는 포용적이고 다문화적인 시각을 갖게 했다. 여기에 이슬람문화의 특징이 있었지만 서구사회, 특히 미소가 주도권 다툼을 벌이던 냉전의 시대는 냉전의 주체들이 이슬람의 포용력을 자신들의 세력확장에 이용해버렸다.
 이슬람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고 서구의 제국주의를 배격하려는 움직임은 극단적인 과거지향으로 나타났다. 서구세력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슬람을 재단해버린 현대사의 비극은 이슬람 스스로를 단결하게 하는 기제가 됐다.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납치와 테러의 주체가 바로 현대사의 냉전체제와 서구의 중동장악음모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구의 욕망에 잠식당한 이슬람사회는 교리에 충실한 과거 복귀현상이 일어났고 이슬람 근본주의라 부르는 극단주의도 생겨나게 됐다. 이번에 우리 청년들을 납치한 탈레반도 바로 이 같은 흐름 속에 탄생한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이다.
 이들은 한 때 과도정부인 이슬람공화국을 선포하면서 약탈과 강도, 부정부패를 없애는 데 힘을 쏟아 전통적인 아프간 가문의 지지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내전이 계속되면서 지휘관들의 부패상이 나타났고 급기야 이슬람 근본주의의 확대해석으로 여학교 폐쇄, 텔레비전 금지, 가혹한 이슬람식 처벌제도 부활, 아동 학대 등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또 지난 2001년에는 군대를 동원해 로켓과 탱크 등으로 아프간 내 불교 유적과 불상들을 파괴해버리는 만행을 자행했다.
 선교활동은 바로 이 같은 고난과 역경의 땅에서 더욱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우리 젊은이들이 편안한 길을 두고 굳이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아프간에 간 이유는 순수한 박애정신의 발로이다. 위험상황에 대비했어야 한다는 지적부터 정부가 애초부터 여행금지국 지정을 통해 안전을 담보했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결과중심주의적인 주장도 있다. 문제는 그들의 행동이 결과를 예측하기 보다는 동기의 순수성에서 나온 이름다운 정신적 행위였다는 사실이다. 납치나 테러는 걱정거리이긴 하지만 그들의 용기를 덮을 만큼 위협적인 것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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