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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또다시 보물선이 발견됐다는 소식이다. 지난 75년 고려청자 등 유물 2만2,000여점과 함께 발견된 신안선 이후 최대의 보물선이다. 이번에 발견된 보물선은 한 어부가 다리에 접시를 감싸고 있는 주꾸미를 눈여겨보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보물선은 수중고고학의 최대성과로 알려진 신안선과 비슷한 연대의 고려선박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배에는 고려왕실과 귀족들이 사용하던 청자 약 8000점을 적재하고 있다고 한다. 진품가치가 무려 300억대라고 하니 주꾸미 한마리가 대단한 일을 한 셈이다.
 사실 보물선의 역사는 중세시대부터 계속된 인간 욕망의 기록이다. 이는 모험을 즐기고 부귀 영화를 꿈꾸는 인간 본성의 하나다. 그로인해 수세기에 걸쳐 숱한 탐험가와 몽상가들이 이 꿈을 쫓아 일생을 바쳐왔다. 그러나 성공보다는 좌절과 실패를 맛본 사람이 훨씬 많다. 정말 운 좋게 일확천금을 챙긴 사람도 없진 않았지만 이 경우도 대개 비밀에 붙여져 공개되지 않았다. 그래서 보물 발굴에 성공한 사례보다 실패한 이야기가 세상에는 더 많다.
 보물로 인생이 바뀐 예로는 필리핀 전대통령 마르코스가 있다. 1952년 필리핀 북 일로코스에서 변호사 일을 하며 지역 의회 의원으로 활동하던 그는 그해 봄 왕위군 고참병에게서 밀린 월급을 받아 달라는 두 명의 노동자로부터 군 기지 부근 웅덩이에 일본군의 금괴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그곳에 가서 사실을 확인한 마르코스는 곧바로 무장한 군인을 동원해 일본 경비원들을 죽이고 2톤이 넘는 금괴를 차지한다. 그 뒤 마르코스는 5년간 일본인을 통해 태평양에 산재한 보물선 지도를 손에 넣게 되고 이를 밑천으로 대통령에까지 오른다. 
 국내에서는 아직 금괴 더미가 실린 보물선이 발견됐다는 공식적인 기록은 없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때 금광을 찾아 백만장자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사실유무를 떠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가운데 천만장자에까지 올랐다든 최창익 이야기나 조선일보를 인수했다는 방응모도 금광으로 팔자가 바뀐 경우다. 이에 비해 '야마시타 금괴'를 실은 일본 군함의 비밀을 쫓아 40여년간 전재산을 탕진한 신동식씨의 이야기는 이미 세간에 알려진 '금괴 괴담'이다.
 보물선 이야기는 대체로 비슷한 패턴이 있다. 배경은 2차 세계대전이고 주인공은 일본군이나 일본 고위관리가 등장한다. 레퍼토리가 비슷하고 대부분 픽션으로 끝나지만 묘하게도 보물선이야기는 잊을 만 하면 한번씩 세상에 고개를 쳐든다. 몇 년 전에는 거의 휴지가 된 신동아의 주식이 동해 보물선 인양 기사 때문에 폭등했다가 마지막에 1주당 단돈 30원으로 '걸레'가 된 이야기는 픽션이 아니라 실화다. 역시 이번 주꾸미에 걸린 고려청자처럼 보물이라는 신기루는 욕망의 그물에 걸리는 법은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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