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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부터 울산은 동서남북 풍도가 아름다운 곳이다.
 산자수명(山紫水明), 요산요수(樂山樂水), 산고수청(山高水淸), 풍광명미(風光名媚) 등의 말은 울산을 두고 생겨났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서북쪽으로 치솟아 오른 영남 알프스 7봉은 명실공히 그 산세의 위용을 자랑하는 대장부 기상을 갖춘 1000M가 넘는 준봉들이다. 이들 산정의 골짜기에서 발원한 수맥은 생태환경이 되살아 난 태화강 회야강, 대곡천등의 골짜기와 마을과 산야를 흘러서 종내는 바다에 이른다. 맑고, 푸르고, 시린 물은 때로는 산진수회(山盡水回)의 풍광이 되고, 유상곡수(流觴曲水)의 멋스러움을 안겨주고 마지막에는 떠나는 아쉬움 한입 물고 배산임해(背山臨海)의 낭만을 가져다준다.
 이 모두는 요산요수의 푸른 산과 맑은 물이 있음이며, 높은 산봉에서 발원하여 길게 흘려온 물이 시민의 젖줄인 태화강을 이룬다.
 흐르는 강물을 따라 가슴 높이만큼 출렁이는 감벽의 바다 동해를 가보라.
 포물선을 그리며 해원을 선회하고 낭만을 쫓는 갈매기 떼며, 수평선으로부터 무시로 달려드는 목련꽃떨기 같은 하얀 파도자락은 산골 소년의 때 묻지 않은 미소보다 아름답다. 산과 바다, 강과  들녘, 천혜의 자연경관을 어찌 다 글로써 표현할 수가 있으랴. 이런 명미한 풍광들이 일궈낸 것이 오늘의 울산 12경이다. 울산 12경은 필자와 함께 울산광역시 지명위원들이 심사숙고하여 지정하였다. 자연과 인위적 요소들이 만들어 낸 현대적 관광명소가 되었으나, 그 바탕엔 각 지역의 이른바 옛 8경들이 모체가 되었음을 짐작해야 한다.
 울산의 구팔경은 세종실록(1454)에 기록된 것으로 하나 둘 읊고 있노라면 마치 손에 잡힐 듯 눈앞에 아른거린다.
 『성루화각(城樓畵角), 전함홍기(戰艦紅旗), 동봉일출(東峰日出), 산사송풍(山寺松風),
 남포명월(南浦明月), 강정매설(江亭梅雪), 조대소우(釣臺疎雨), 염촌담연(鹽村淡烟)이며, 동국여지승람(1530)에 기록된 울산8경은 구8경과는 그 내용이 다르게 나타난다.
 평원각(平遠閣), 망해대(望海臺), 벽파정(碧波亭), 은월봉(隱月峰), 태화루(太和樓), 장춘오(藏春塢), 백련암(白蓮岩), 개운포(開雲浦)이고, 근대(1940~50)에 최두출(崔斗出)이 읊은 8경은 또 다른 내용이다.
 학성세우(鶴成細雨), 태화어간(太和漁竿), 백양효종(白楊曉鐘), 문수낙조(文殊落照), 염포귀범(鹽浦歸帆), 서생모설(西生暮雪)이다.
 지금 울산시민 다수는 생태도시로 거듭 태어난 것이 태화강 물만 정화되면 자연환경이 좋아지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그러나 강물을 맑게 하고 생태계가 되살아남은 수질을 개선시키는 약품도 아니며, 시민 모두가 강물을 정화하자는 의식과 사고에 달려 있다. 상류에서 흘러오는 맑은 물과 하류에서 내보내는 생활폐수, 공장하수의 정화작용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울산의 자연경관과 생태도시로 거듭 태어남은 태화강에만 기인되는 것은 아니다.
 수십억의 예산을 들여 꾸민 간절곶 등대가 서푼도 투자하지 않은  방어진 대왕암(울기)등대의 발끝에도 쫓아가지 못함은 천혜의 자연적 환경은 자연이 만들어 준 특혜이기 때문이다.
 울산시민 여러분! 생태도시 울산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선 옛 경관을 되찾는 일이 무엇보다 우리에겐 미래를 약속해 주는 크나 큰 선물이라 생각되며, 어느 한두 곳 특정지역에만 투자를 치중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 생각된다.
 사람과 숲이 만나고, 강과 바다가 만나고, 향토문화예술이 꽃필 때면, 그 도시는 번영과 미래의 행복이 약속되는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거듭 태어나리라 확신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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