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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14. 새로 선출된 한라나당 대표가 취임사에서, 7·17. 국회의장이 제헌절 기념사에서 개헌필요성을 제기했고, 한나라당 일부의원들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이들이 제기하는 개헌의 이유는 1.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할 필요성이 있고, 2. 국회 내 폭력사태 등 극심한 여야 대결을 방지해야 하고, 3. 87년에 헌법을 개정한 후 23년이 지났으므로 새 시대의 흐름에 맞추기 위한 필요성이 있다는 등을 들고 있다.

 그 이유를 살펴본다.
 1.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는 주장은, 현행 헌법이 엄격한 3권 분립 기조위에서 국회가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 비판, 감시 하도록 되어 있고, 국회의 견제기능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46조)라고 명령하고 있다.
 또한 헌법은 국회의원의 자율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정당의 국회의원후보에 대한 공천은 민주적 절차에 따른 상향식 공천을 하도록 강제하고 있고, 이를 위반 시 정당 해산사유가 되며, 이럴 경우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 정당 해산제소를 해야 한다'(8조)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조항이 지켜진다면 대통령 권력에 대한 비판견제가 확실하게 이루어지고, 권력집중문제도 논의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당과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자율권을 거세, 여당소속의원들은 대통령에게 맹목적으로 종속되기를 자원하고 있지 않은가? 한나라당 신임대표는 원내대표시절에도 대통령의 의중에 맞추어 미디어법 등 특정안건에 대해서 소속의원들을 당론이라는 이름으로 일사분란하게 야당과의 대결전선에 내세워 정면 돌파 하였고, 당대표가 된 이후에도 소속의원들을 당론이라는 족쇄에서 풀어줄 방안의 제시는 없이 오히려 소속의원 다수를 장관직에 기용할 것을 대통령에게 권고하고 있다.

 이런 태도는 자율권을 제대로 행사해야 할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을 대통령의 수족으로 전락케 하는 처사이다. 한나라당 대표는, 말로는 대통령 권력의 분산, 완화를 위한 개헌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실제 행동은 대통령권한 강화에 몰입하고 있다. 앞뒤 맞지 않은 모순된 행동이다. 개헌론에 대한 저의가 의심받는 이유이다.

 2. 국회 내에서 여야의원들이 특정안건을 두고 대결, 파행, 폭력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을 개헌으로 고쳐보겠다는 생각은 그 원인을 도외시한 발상이다. 국회가 여야 투쟁장이 된 것은 헌법 46조의 '자율권'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당론의 포로가 되어 정당의 똘마니로 전락한 자화상을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지, 헌법 탓에 돌려서는 안 된다.
 3. 개정한지 23년이 되었으니 21세기 새 시대 흐름에 맞추기 위해 개헌한다는 주장은, 도대체 어떤 조항이 맞지 않고, 무엇이 부족한지 밝혀야만 할 것이다. 경제, 복지, 인권, 평화통일 등 디지털시대에 어긋나는 조항은 없다.

 헌법은  130개 조문을 종이에 인쇄해 놓은 국가의 기본법이다. 헌법상의 각 기관인 국민, 국회의원, 정당, 대통령, 총리와 장관, 법관, 공무원 등이 활자에 표현된 권리와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때 헌법위반사태가 일상화되고, 지나치면 민중봉기, 군사쿠데타 등 헌정중단상태에 이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헌법은 한낱 종잇조각에 지나지 않으므로 헌법상 기관들은 이를 명심해야 한다.

 현행헌법이 완벽한 것은 물론 아니다.
 장기적으로 국회 내에 헌법연구기구를 상설화하여 운용상의 문제점 등을 면밀히 검토, 대안을 축적해가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지만 지금은 개헌을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
 국회의원이 소속 정당 수장의 거수기 역할에서 자유로워질 때 모든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국회의원의 자율권 회복이 가장 시급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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