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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내용보다 그 울림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일반인들로선 상상할 수 없는 파격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28일 국무회의에서 "임기를 다 마치지 않는 첫번째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피력하자 정치권이 도 다시 메가톤급 파장에 휩싸이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임기중 당적을 포기하는 4번째 대통령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대통령 하야'를 의미하는 임기중 사퇴 가능성을 발언의 행간에 녹인 것이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권은 일제히 "국민을 불안케 하는 협박 발언"이라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설마 진짜 물러나겠느냐'는 의구심이 깔린 것도 사실이다. 임기와 당적 등 거취문제를 걸어 정치적 곤경을 돌파하려는 노 대통령 특유의 승부수가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는 노 대통령의 '깜작 발언'이 대통령 특유의 성정과 여소야대라는 정치상황 등과 어우러져 정치적 고비 때마다 반복됐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발언이 단순히 충격 요법만은 아닐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즉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당의 거듭된 재보선 패배와 당 중진의 일부마저 이에 대한 처방으로 민주당과의 합당을 거론하는가 하면, 하나 둘씩 대통령의 탈당 필요성까지 거론하고 있다는 상황 논리가 결코 만만치 않다. 여기다 11월 대선정국의 길목에 이르자 여당의 유력 대권주자들이 앞다퉈 "열린우리당의 실험은 실패했다"며 노 대통령과의 거리두기를 본격화하고 나섰고, 급기야 김근태(金槿泰) 의장이 노 대통령의 회동 제의를 거부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면서 당·청관계는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 이 상황에서 나온 노 대통령의 탈당 불사 및 임기 단축 언급은 "대통령직을 못해먹겠다"는 푸념의 연장선인지, 아니면 속마음을 털어놓은 것인지 판단이 쉽지 않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노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나는 시작부터 레임덕이었다"는 대통령 자신의 자조와 여야의 레임덕 공세를 무색하게 하는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는 점이다. 열린우리당은 이대로 가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며, 대통령 탈당까지 서슴없이 주장하던 지금까지의 자세와 달리 고분고분한 저자세로 돌아서고 있다. 여당으로선 대통령의 당적유지 끈을 놓칠 수 없다. 이 같은 이해관계가 향후 정치상황을 한층 어렵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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