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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예보제가 첫 시행된 올해 벌써 기상청은 폭염주의보에 이어 폭염경보까지 발령하는 숨가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날씨는 우리의 주된 관심사다. 다만 옛사람들에게 날씨가 숙명이었다면 오늘날엔 극복의 대상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문제는 바로 날씨를 극복의 대상으로 삼은 현대인들의 삶의 방식에 있다. 여름을 겨울로, 겨울을 여름으로 바꿔보려는 인간의 이기심이 더위를 피하는 피서법까지 바꾼지 불과 수십년만에 지구가 이상증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옛사람들은 더위를 어쩔 수 없는 섭리로 받아 들였다. 물론 과학기술의 발달이 이뤄지기 전이었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자연의 현상을 순환적 세계관으로 바라본 가치관 때문이라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이 때문에 선인들은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는  가치관으로 더위를 이겨냈다. 죽부인이 바로 그 피서법에 사용된 유용한 도구였다. 대나무의 곧은 선비정신에 길든 옛사람들이 무더운 열대야에 죽부인을 끼고 더위를 피했다니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대나무의 찬 성질을 피서법에 적용한 지혜가 돋보인다.
 이 대나무가 요즘 지구온난화의 지표로 대두되고 있단다. 대나무과의 대표종인 왕대나무가 최근에는 서울 경기지방까지 식생대를 넓히고 있다. 조선시대까지 경남과 전남지방 등 남부지방에서 자라던 대나무의 식생환경이 최대 100㎞ 가까이 북상한 것으로 '발 없는 대나무'가 하루에 3m씩 움직인 셈이다. 제주 내륙에서는 바나나 나무 같은 열대성 나무들이 잘 자라고 잎이 넓은 활엽수가 식생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소나무 등 침엽수는 기온이 낮은 곳을 찾아 한라산 정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4~5년 안에는 한라산에서 침엽수를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염천더위라는 옛말도 있지만 삼복더위를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 이후엔 언제그랬나 싶은 것이 자연의 섭리였다. 지구 곳곳에서 봄과 가을이 실종되고 무더위와 한파가 한해의 기후를 장악하고 있다. 지난해 유럽을 달군 폭염은 파리 시민 50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독일과 영국은 사상 처음으로 화씨 100℃를 넘는 기온이 관측됐다. 우리나라도 올해 벌써 연 4일째 폭염주의보와 경보가 잇따르고 있다. 울산의 경우 30년간 평균기온이 약 1.6℃나 상승했다.
 올해 1월 발간된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는 무서운 경고를 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21세기 말에는 지구 온도가 최고 6.4℃ 상승하고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최고 59㎝ 상승하며 가뭄과 폭염 등 각종 기상재해의 강도가 심해진다는 내용이다. 일찍부터 지구온난화를 경고하며 지구촌 차원의 대책을 주장해온 '그린피스'는 이번 여름 터키 아라랏산에서 '노아의 방주'를 제작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상징적 의미이긴 하지만 순리를 거스른 삶의 방식은 언제나 댓가를 치른다는 사실을 염천더위에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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