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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고래(Gray Whale)가 돌아왔다. 한반도 해역에 귀신고래가 돌아온 것은 대단한 경사가 아닐 수 없다. 멸종되어 자취를 감춘지가 지난 70년대 초반이었으니 40여년만에 다시 돌아온 셈이다.
 필자는 지난 2009년 5월 7일자에 '돌아오지 않는 귀신고래'란 제목으로 칼럼을 쓴적이 있다. 그 때 돌아오지 못하는 원인을 4가지로 들었다.
 첫째 바다의 오염, 둘째 회귀의 통로차단(각종 양식장, 정치망, 어초시설물 등) 셋째 환경(생태계)과 기후변화, 넷째 새끼를 번식하고 기를만한 포구(만) 상실 등의 예를 들었다.
 이런 부적합한 바다의 환경과 악조건 속에서도 감포 앞 바다에 귀신고래가 돌아 왔다는 것은 고래를 사랑하고 기다리는 동물애호가 뿐만이 아니라 어민들과 울산 시민들에게도 매우 흥미롭고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고래를 목격한 사람이 고래잡이로 '잔뼈가 굵었다.'는 고래의 본산지 장생포의 남경호를 타는 김상규씨이니 틀림없는 사실로 믿어진다.
 고기를 잡는 어부라해도 과거에 귀신고래를 보았거나 체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첫눈에 귀신고래인지 여타의 고래인지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이 발견 당시 네사람이 함께 보았고, 그것도 2마리가 30여분간 수면에서 회유하며 노는 모습을 휴대전화로도 왜 촬영을 못하였는가가 궁금하다. 휴대폰을 소지한 사람이 한사람도 없었던가? 이날 목격한 귀신고래는 40자 가량의 크기라 했으니 약 13m나 되는 어미 고래에 속한다.
 필자가 포경한 귀신고래를 방어진 해체장에서 가장 큰 것을 본 것은 1956년 가을에 감포 앞 바다에서 잡은 70자(1尺x3.3cm)의 초대형 고래였다. 그 고래의 턱뼈가 지금도 울산교육연수원(구 방어진 중학) 진입로 입구에 새워져 있는 것이 지난날을 입증해 준다.
 귀신고래. 한반도 연안에 살던 귀신고래는 정말 귀신같아서 귀신고래란 칭호가 붙었다. 다른 고래에 비해 연안 얕은 곳까지 접근하여 해초류와 치어들을 먹이사슬로 삼았다. 운수사납게 포경선 망루의 탐경사(망통쟁이)에게 포착되어 일촉즉발 포경포가 발사되려는 순간 신출귀몰하게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다. 더욱 영리한 고래는 수면에 솟은 바위 뒤에 죽은 듯 숨어서 꼼작않고 위기를 모면할 때도 있으니 얼마나 지혜로운가.
 옛말에 '범 없는 산중에 토끼가 왕질한다'는 속어가 있다. 그 동안 우리 연안에는 쓸 만한  가치성 있는 대형고래는 사라지고 돌고래 떼들만 무리지어 날뛰고 있으니 천연기념물 제126호로 지정된 해역 바다의 왕도가 잡어들이 소란스럽게 길을 어지럽힌다.
 정약용의 '자산어보(1814)'나 서유규의 '난호어목지(19세기초)'에 경(鯨)을 한글로 '고래'라고 설명하였고 수컷은 경(鯨), 암컷은 '아'라 하는데 생김새가 미꾸라지를 닮았다고 했다. 종류는 모두 같지 않고 대소(大小)도 다르다고 했다. 일본의 사도량안(寺島良安)이 18세기초에 지은 책으로 화한삼재도회(和漢三才圖會)에 세미(世美), 좌두(座頭), 장경(長頸), 진갑(眞甲), 소경(小鯨) 등으로 명칭을 구분했다. 이것은 곧 고래의 종류와 크기를 분류한 것이다.
 태평양에는 두 개의 귀신고래 무리가 있다. 하나는 오호츠크 해와 대한민국을 오가는 작은 개체군으로 한국계 귀신고래라고도 불린다. '한국계'라는 표현은 1912년 미국인 탐험가 로이 앤드류스에 의해 붙여졌다. 한 때는 많은 개체수가 있었으나 무분별한 포획으로 그 수가 급감하였다. 1962년 울산 장생포 앞바다인 귀신고래 회유해면(廻遊海面)이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126호로 지정하고 보호에 나섰으나, 1977년 이후로 대한민국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태평양 북동부에 있는 다른 개체군은 알래스카 주와 멕시코의 바하칼리포르니아 주를 오간다. 이 개체군은 한 때 멸종 위기에 놓여 있었으나, 꾸준한 노력으로 이만여 마리 이상으로 증가했다. 한 때 대서양에도 귀신고래 개체군이 있었으나, 남획으로 인하여 300년 전에 멸종당했다.
 수산연구소에 따르면 한국해와 접해있는 사할린 연해와 일본연안에 귀신고래 150여 마리가 살고 있다니 필시 한반도 연안으로 멀지 않아서 회귀할 것이라 기다려진다.
 이제 국립수산 과학원에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탐구를 통해 한반도 연안에 살았던 귀신고래가 돌아왔음을 입증해야 할 책임이 무겁다.
 발견자의 내용이 사실이고 이를 입증한다면 처음 발견자인 김상규씨는 상금 1000만원을 타게 된다. 김상규씨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동안 목말랐던 귀신고래의 모습을 직접 보고 전해준 소식은 가슴속의 단비처럼 기다림의 해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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