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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에 밀리는 나뭇잎처럼
 지칠 때까지 동네를 쏘다니며
 꼴깍꼴깍 더디 지는 해
 등 떠밀던 어린 날

 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도 되고
 돈 많이 버는 사장이 되어
 으리뻔쩍 자가용에
 우리 엄마 태우면

 흙먼지 속으로
 동네 친구놈들 쫓아오는 꿈도 꾸었는데
 눈 한번 질끈 감았다 뜨니
 무엇이 되고 싶던 꿈들 홀라당 까먹고
 그 꿈들 가짓수만큼 안 해본 짓이 없는데

 새벽밥 먹고
 공장 들어서는 오늘
 다리가 후들 거린다
 2년 계약직 노동자
 시한부 선고 받은 환자마냥
 철컥철컥 빠르게 흐르는 시간

 붙잡고 늘어지고만 싶은데
 시퍼렇게 젊은 녀석에게
 내 자리 빼앗길까 두려워
 신음소리 속으로만 삼키는데

 어린 시절 꿈 따먹기
 안주삼아 거칠게 넘기는
 비정규직 신씨
 오늘도 꿈꾼다
 애초부터 밑천 없이
 꾸는 꿈은 개꿈만 못하다며
 지발, 목숨 같은 밥줄 끊어지지 말았으면
 오늘도 무사히
 하루치기 꿈꾼다

 

 詩作노트…
어린 시절 꾸던 꿈은 천하를 얻는 듯이 마음속에서 한없이 펼쳐지고 있었다.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려있는 듯이 꿈은 희망을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꿈이 비껴가는 현실 속에서 까마득한 미래의 힘겨움이 밀려오면서 거역할 수 없는 하루가 희망으로 되살아 날 수 있는 길을 걸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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