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사람들의 호흡조차도 훼손 요인

   
▲ 알타미라 동굴에 그려진 그림들은 대부분 역동적인 움직임의 들소 그림들로 숯으로 외곽을 그린 후 붉은색으로 채색되어 있다. 마치 한사람의 뛰어난 화가가 그린 듯 그림 그리는 방법이 일정하다. 모형 동굴의 암각화는 첨단 3D 기법을 통해 원형과 거의 일치하게 복제해 놓았다.

가로 8·세로 9m 석회암 동굴 천장 그대로 재현
뛰어난 색감·일체감 벽화…선사인 예술성 기염
박물관 1만6천여 세계 각국 사서 학자에 대출도
200여m 떨어진 '진짜 알타미라' 재개장 준비중

 

알타미라 모형동굴은 벽화를 처음 발견한 사우투올라의 딸 마리아가 "소 그림이 있어요"라고 외쳤던 가로 8m, 세로 9m의 석회암 동굴 천장을 거의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알타미라 동굴 입구는 수많은 세월이 흐르면서 무너져 내려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공간만 남았다. 하지만 모형 동굴은 바깥이 훤히 보이도록 만들었다. 그 옛날 동굴에서 그림을 그렸던 시절의 빛의 효과까지 똑같이 재구성해 놓은 것이다. 조명이 없어도 햇볕이 드는 낮시간에 벽화를 볼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천장에 그려진 그림은 모두 25마리의 동물들이다. 멧돼지 3마리, 말 2마리, 이리 1마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들소 그림이다. 몇개의 쪼기 기법으로 그린 것도 있지만 대부분 채색된 그림이다. 벽화는 첨단 3D기법을 이용해 원작을 거의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들소 그림은 1만8,000년전의 선사인이 그렸다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뛰어난 색감과 일체감을 보여주고 있다.
 부드러운 곡선인 석회암 동굴 천장면의 요철을 적절히 활용해 볼륨감을 주었고 콧구멍과 눈, 앞다리와 뒷다리 볼기 부분은 돋을새김으로 처리해 입체감을 살렸다.
 숯으로 그린 윤곽 선은 떨리거나, 흐트러짐 없이 단숨에 '휙휙' 갈 긴 느낌이다. 그렇게 만든 형상위에 붉은 색조를 입혔다.  붉은 색은 자연에서 얻은 황토에다 적철광, 망간 따위가 더해진 가루에 동물 기름 따위를 섞어 만든 것이다. 천장에 그림을 그릴 때에는 손가락과 나뭇가지, 이끼뭉치나 깃털을 이용했다.
 그런데 왜 하필 붉은 색일까. 동굴벽화에 채색된 붉은 색은 석회암 용식 와지(돌리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테라로사(Terarosa) 지형에서 비롯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 석회암 지질의 알타미라 동굴 '아주 넓은 방' 천장 전체에 걸쳐 벽화가 그려져 있다.
 1만 5,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를 거치면서 북부·중부 유럽인들이 남하를 멈추고 정주한 지역인 프랑스의 '라스코'나 스페인의 '알타미라'지역은 석회암 변성토양 '테라로사'의 붉은 빛이 나는 대지였다고 한다. 포르투갈과 스페인 두 나라 모두 유독 붉은 빛이 도는 기와 지붕이 많은 것도 이 지역의 지질 때문이라고 한다.
 빙하기에서 벗어난 이들에게서 알타미라의 붉은 색 대지는 낙원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경외의 대상인 대지의 색을 이들 동물에 입힘으로써 풍요와 다산을 기원했을 것이다.
 알타미라 동굴을 처음 발견했을 때 벽 가까이에서 많은 뼈와 따개비 등이 발견됐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것을 식사의 흔적으로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동굴을 밝게하는 연료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동물의 골수에 식물 섬유로 만든 심을 박은 연료를 넣은 점토 램프(Clay Lamp)를 사용해 연기를 내지 않고 동굴 안을 비출 수 있었다는 것이다.
 데크를 따라 동굴 천장에 그려진 수많은 들소를 보고 난 후 빠져나오는 길은 '아주 넓은 방'에서 200m 정도 더 이어진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좁은 통로를 복제한 것이다. 이 벽에도 사람의 형상을 가진 조각 바위는 물론 갖가지 동물 상징의 그림이 있다.
 모형 동굴을 빠져 나오면 다시 박물관으로 이어지는데, 눈 앞에 남미 콜롬비아의 거대한 바위그림이 서 있다.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인류문명은 유럽을 거쳐, 아시아로,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어졌다. 바위그림도 비슷한 길을 따라 그 곳으로 갔을 것이다. 그리고 반구대 암각화로 이어졌을지도 모르겠다.
 박물관 한켠에 마련된 사무공간에는 암각화 관련한 도서관이 있다. 이곳에는 구석기, 신석기, 철기 등과 관련된 세계 각국의  서적을 보관하고 있다. 연구자들이 미리 신청하면 1만6,000권 가량의 도서를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박물관을 나와 실비아가 안내한 곳은 모형동굴에서 200여m 가량 떨어진 '진짜 알타미라 동굴'이다. 198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기념하는 표지석 너머로 알타미라 동굴의 입구를 볼 수 있다. 일반 방문객들의 관람은 이 곳까지다.
 실비아는 밧줄로 된 경계선을 사뿐히 넘어 취재팀을 동굴 입구까지 안내했다. 다른 관람객들의 부러운 시선을 등에 지고 취재팀은 동굴 입구까지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동굴입구는 철근으로 막혀있었고, 주위는 최근 재 개방을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는 탓에 어지럽게 파해쳐져 있었다. 좁은 입구로 들어 간 마리아가 벽에 그림을 보고 놀라 뛰어나오며 "아버지, 저 안에 소 그림이 그려져 있어요"를 외칠 때의 모습은 아닌 듯 싶었다.
 동굴에서 조금 벗어난 지점에는 지금의 박물관이 들어서기 전까지 박물관 구실을 했다는 건물이 있다. 새 건물을 지으면서 마땅히 허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이 곳 사람들은 그것 마저도 기록으로 남기고 있었다. 

[카멘 데 라스 헤라스 알타미라 박물관 책임연구원]

"살아있는 바위 인공처리·보존 옳은방법 아냐"

   
▲ 알타미라 박물관의 카멘 데 라스 헤라스 책임연구원.
알타미라 동굴벽화와 이와 관련된 선사문화 전반을 연구하는 알타미라 박물관의 카멘 데 라스 헤라스 책임연구원은 취재팀이 포르투갈 포즈코아 암각화를 다녀왔다는 설명을 듣자 "공공시설과 문화재 공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 어려운 점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포즈코아 주민들의 판단은 매우 가치있는 일이다"고 평가했다. 헤라스씨는 "독일 드레스덴의 엘베 계곡의 경우 대형 교각 건설로 훼손됐다며 세계문화유산에서 제외됐다"면서 "문화유산은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 인류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지켜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알타미라도 공공시설 건설 등과 관련한 어려움을 겪었나
-알타미라 지역도 도로 개설과 관련해 지방정부와 적지 않은 갈등을 겪었다. 지방정부에서 알타미라 동굴 인근을 지나는 도로를 계획했고, 고고학자들과 지역 주민들이 나서 이 계획을 변경시켰다.
 특히 동물 분뇨 등에서 나오는 가스, 침출수로 인한 동굴 벽화의 오염과 훼손을 막기 위해 동굴이 위치한 알타미라 언덕의 목장 전부를 정부가 사들여 목축업을 할 수 없도록 했다.
 
▲동굴폐쇄라는 극단적인 조치는 무엇 때문인가
-지난 2002년 발견된 치명적인 결함, 즉 동굴 벽면에 곰팡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인원수를 제한하기는 했지만 동굴을 완전 폐쇄하지는 않았다.
 곰팡이가 처음 발견 됐을 때 약품을 사용하는 등 화학적 처리를 검토하기도 했지만 이것이 오히려 동굴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치유될 수 있도록, 더 확장되지 않도록 동굴을 폐쇄하는 조치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이후 동굴은 긍정적인 상태로 돌아왔다. 관람객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동굴 암각화에 무엇인가 처리해서 보존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바위는 살아있고, 생명력이 있다. 악화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좋다. 내 경험으로는 건드리는 것은 좋지 않다.

▲모형 동굴만 관람해야 하는 관람객들이 실망하지 않는가
-방문객들의 문화적 수준이 상당히 높아 동굴을 닫아놓는 보존 노력을 인정한다. 대신 입장료(3유로)는 매우 상징적으로 책정해 놓고 있다. 누구나 접근 할 수 있도록 배려하자는 차원이다. 박물관과 알타미라 동굴 실제와 가장 가깝게 제작된 모형동굴로도 방문객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알타미라 동굴벽화가 가지는 가치는
-알타미라의 실제가치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전세계를 통틀어 최초로 발견된 구석기시대 벽화로 많은 관람객들이 찾아왔다. 많은 예술가들이 이곳을 찾아와서 영감을 얻어갔다. 피카소도 방문한 것으로 추정되고, 많은 유명화가들도 다녀갔다.
 지금 박물관과 모형 동굴 관람을 위해 한해 20만명 정도가 방문하고 있다. 스페인 스페인최고연구과학기구(CSIC)와 유럽공동체문화재청에서 세계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를 알고 있나. 보존을 위한 제언은
-취재요청을 받고 데이터를 입수해 검토했다. 매우 뛰어난 가치를 가진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심사숙고해서 문화유산에 지정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특히 고고학적으로 검증을 해야하는 자문가들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이들을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반구대 암각화가 세계적 문화유산으로 그 가치를 인정 받으려면 위원회를 구성해서 정확한 연구와 조사가 필요하다. 이러한 충분한 연구 결과를 유네스코에 전달하면 위원회에서 검증하게 될 것이다. 이들이 요구하는 과정을 빼놓지 않고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