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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의 많은 지역이 중국의 동정호(洞庭湖) 남쪽의 소수(瀟水)와 상강(湘江)이 합류하는 지점에 있는 여덟 곳의 빼어난 경관인 '소상팔경(瀟湘八景)'의 영향을 받아 제 고장의 승경을 가려 뽑아 팔경을 정하고 팔경시(八景詩)도 지었다. 울산도 역시 팔경을 갖고 있었다.
 울산의 팔경을 처음으로 가려 뽑고 팔경시를 남긴 사람은 고려 충혜왕 복위 3년(1342년)에 개경의 중앙 관직에서 좌천을 당해 울주군수로 부임해 온 설곡(雪谷) 정포(1309-1345)였다. 그는 고려 때 고을 이름이 울주(蔚州)였던 울산지역을 유람하면서 여덟 곳의 승경을 선정해서 '울주팔경(蔚州八景)'이라고 했다. 아울러 울주팔경 시(詩) 작품도 남겼다.

 정포가 뽑은 울주팔경은 태화강 용금소 벼랑 위에 있었던 누각 '태화루(太和樓)'와 근처의 '평원각(平遠閣)'과 태화루 건너편의 달빛이 숨는다는 봉우리 '은월봉(隱月峰)과, 역시 태화강 건너편의 갖가지 기이한 꽃과 풀이 자라는 봄이 숨은 언덕 '장춘오(藏春塢)'와 청량면 율리 망해사 곁의 돈대(墩臺) '망해대(望海臺)'와 삼산에 있던 정자 '벽파정(碧波亭)'과 무룡산 서쪽에 있던 흰연꽃 같은 큰 바위 '백련암(白蓮巖)'과 신라 때 처용이 나타난 포구 '개운포(開雲浦)' 등 여덟 곳이다.

 정포는 태화루를 <난간은 관도를 내려다 보고/강물은 절의 문간 저 편에서 출렁거리고/덜컹대며 가는 마차의 수레바퀴가 하직인사를 하네./노래소리 피리소리 번거로운데/이슬비에 꽃과 나뭇잎은 피어나고/봄바람은 솔솔 불어 술두루미 채워져 있구나./예나 이제나 이별의 한은 달이 뜨는 황혼에/뱃노래는 마을 앞에서 들려오네.>라고 읊었다.

 은월봉은 <하늘이 가까워 은하수 그림자가 환한데/봉우리가 높아 달빛이 숨네./지팡이 짚고 멀리 푸르고 높은 산에 오르니/오솔길은 구름 속으로 들어가 기울었네./옛 나무는 가을빛을 머금었고/빈 바위는 저녁 노을을 떨치네./깊은 숲에 절이 있음을 알겠거니/범종(梵鐘)과 법고(法鼓) 소리가 산언덕 너머에 있네.>라고 노래했다.

 <섬에 비치는 구름 빛은 따뜻한데/강에 이어진 물줄기가 통하네./사람들이 말하기를 옛날 처용 노인은/푸른 물결 속에서 나고 자라났다네./풀 띠에 비단치마가 푸르고/꽃자취에 취한 얼굴은 붉었다네./미친 척 세상을 놀리는 뜻이 무궁하여/늘 춤추며 봄바람을 지냈다네.>라고 개운포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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