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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구 토박이'다. 동구에서 태어나 자랐고 역시 동구에서 삶의 터전을 일궈 살고 있다. 그만큼 우리 고장 소식에 대한 관심도 많다. 우리 동구는 본래 평범한 어촌마을이었다. 그러다가 조선소가 세워지면서 우리 동구는 세계 최고의 조선산업 도시로 발전했고, 전국에서 주민의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곳이 됐다. 세계 최고 조선산업 도시의 주민으로서 지금까지 큰 자부심을 갖고 살아왔다.
 요즘 문화재청이 울산 동구 대왕암공원을 명승으로 지정할거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우리 동구가 신문이나 방송에 자주 거론되고 있다. 대왕암공원을 명승으로 지정하는 것을 두고 찬성 또는 반대하는 사람들이 서로서로 옳다고 주장하면서 대왕암공원이 새삼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다.
 대왕암공원은 우리가 어렸을 때 수시로 찾았던 곳이다. 벚꽃이 활짝 피는 봄이면 울기등대로 도시락을 싸들고 나들이를 가곤 했다. 문화재라고 하면 일반 시민들은 함부로 손 댈 수 없는 귀한 존재라고 생각해 왔는데, 우리가 늘 나들이를 다니던 대왕암공원이 문화재로 지정된다고 하니 놀랍기만 하다.
 내가 보기에도 대왕암 주변 바위나 바다경관은 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아름답다. 게다가 전문가들로 구성된 문화재청이 대왕암공원을 명승으로 지정할 만하다고 했으니 당연히 문화재로 지정되는 것은 옳다고 본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은 우리 후손에게 그대로 보존해줘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아름다운 경관 문화재 가치있어

 그러나 대왕암공원의 문화재 지정을 앞두고 사실 주민 입장에서 걱정되는 점이 있다. 지금도 대왕암공원 주변은 개발제한에 묶여 있어, 인근에 땅을 가진 주민의 불만이 많다. 개인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화재로 지정되면 지금보다 더 제한을 많이 받게 될 것이다. 솔직히 주민들의 불만이 없을 수 없다.
 또 하나 더 있다. 멀리서 찾아온 친척이나 친구를 대왕암공원으로 데려가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경치는 정말 좋은데 바다 말고는 볼 것이 없다"고 한다. 멀리서 관광 오는 사람들은 그저 구경만 하는 것 말고 보다 참신한 즐길거리를 원한다. 그래야 다음에 가족과 친구를 데리고 한번더 오고, 하룻밤 묵어가며 동구에 돈을 쓴다.
 그나마 2~3년 전부터 울산시와 동구청이 대왕암공원 안에 고래생태체험장과 기타 편의시설을 갖추는 대왕암공원 조성사업을 펼치면서 한결 깔끔해졌다. 무료 주차장이 생겼고 진입로가 정비됐다.  또 조만간 학생과 교사만 이용할 수 있던 울산교육연수원을 울산시 교육청에서 넘겨받아 지역 주민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만들 거라고 한다. 여기에 고래생태체험장이 들어설 거라는 말도 들린다. 또, 지난해에 울산대교 공사가 시작됐는데, 그렇게 되면 울산 동구는 세계 최고의 조선산업 도시에다, 살아있는 고래를 체험할 수 있는 해양관광도시라는 멋진 이름을 하나 더 가질 수 있게 된다.
 대왕암공원을 찾는 사람이 연간 100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러나 그 많은 관광객들에게 동구가 보여 줄 것이 별로 없다. 대왕암의 해안경관이 아름답다고는 하지만, 자동차나 버스를 여러 시간 타고 울산 동구라는 먼 곳에 와서, 1~2시간동안 아름다운 해안 경관만 보는 것으로 만족할 만한 관광객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들이 대왕암에서 머물다 갈 만한 최소한의 시설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왕암공원은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자연이기도 하지만 우리 동구주민의 자산이기도 하다. 대왕암공원 전체를 문화재로 묶어 버리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결정인지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조성사업' 머물고 싶은 동구 되길

 대왕암공원 전체가 문화재로 지정되면, 각종 사업이 지금 상태에서 중단될 텐데, 벤치 몇 개를 제외하고는 쉴 곳 하나 없고 즐길거리와 먹거리조차 빈약한 대왕암공원이 지금 상태에서 정비사업마저 중단된다면 지금까지 지역 주민들의 아름다운 휴식처로 사랑받던 대왕암공원이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릴까봐 걱정된다.
 우리 동구는 산과 바다뿐이다. 땅이 넉넉해 공장을 더 짓지도 못한다. 우리 동구가 가진 아름다운 해양자원을 잘 활용해 앞으로 우리 후손이 지금의 우리처럼 넉넉히 생활할 수 있는 산업기반을 만들어 줘야 한다. 대왕암공원 명승지정이 우리 동구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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