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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려나간 단면
뿌연 새벽을 담고 있다
가늠하지 못했던 힘을 받아내며 내려 선 무게를 정갈한
호흡으로 돌려놓고
단단한 겨울 정수리를 절개한
새벽을 밟으며 기림사에 오른다
낯선 몇 번의 합장으로
허물어진 둑 위에 기우뚱 꼽혀있는 오래된 기왓장을 들춰
묵으로 낮아진 어제를 만난다

절 밖으로 버려진 약사여래
흘러흘러 닿은 감포 바다는 먹빛이다
어수선한 갑판에 기대어
해장술 몇 잔에 붉어진 가슴들
숨을 놓아버린 아가미를 뜯는데
불기둥이다

결 없는 바람
겨울을 등진 감포 앞바다엔 뜯긴 호흡으로 뭍을 기어오르는
은가시들이 살고 있다  

□詩作노트…
기림사를 오르며 생에 대한 기원을 하기위해 오르는 이들의 발길을 하나하나 새겨 보았다. 그 기원 속에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병을 치유하기 위한 기원의 발길이 많았을터 아마 문턱이 닳도록  넘나들었겠지. 그런데 버려진 약사여래와 함께 나뒹굴고 있는 통일에 대한 기원이 많은 이들의 발길 속에서 버려진채 비를 맞고 있는 모습이 가슴 속으로 선연히 다가왔다. 방황 하는 바람의 모습이 숲을 빠져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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