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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 서울행 비행기 안. 한시간 정도 읽을거리를 위해 신문을 찾았다. 하지만 울산의 지역신문은 누구도 손대지 않은 채 처음 놓인 부수 그대로 있었다. 그것도 B신문 몇 부뿐이었다. A신문을 요구하자 승무원은 울산의 신문은 B신문 밖에 모른다고 답했다.
  늦은 밤, 신정동의 한 식당. 행사 후 뒤풀이 자리에서 지역 언론이 안주거리로 등장했다. C신문 기자도 함께였다. 지역 언론의 역할 등을 주고받던 일행은 그 기자의 자조 섞인 한마디에 대화를 끝냈다. "지역신문은 그 가족들도 잘 보지 않는다. 공무원이 가장 충실한 독자이다"

지역민에 외면 받는 참담한 현실

  어느 연구원의 질문. "울산의 언론은 울산을 위해 복무하고 있는가? 과연 어느 신문이 울산을 대표하는 지역지라고 자부하는지 궁금하다."
 필자는 '울산'이라는 지역에 관심이 많다. 역사와 문화, 현재의 이슈와 정치지형까지 서울이나 전국의 소재보다 울산의 문제, 울산 이야기를 더 소중하게 여긴다. 당연히 지역 언론을 자주 찾는다. 서울만 쫓아 흉내 내는 것이 싫고 '부자 도시'라는 허세나 '지방'에 사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패배의식도 싫다. 한마디로 울산이 울산다우면서 살기 좋은 고장으로 지속 발전해 가기를 희망한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지역 언론 특히 지역신문의 가치를 인정하고 앞으로의 발전에 관심이 많다. 지역과 지역문화를 가꾸는데 지역신문이 중요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필수적인 요소라고 믿기 때문이다. 또 지역신문이 다소 덜 읽히고 인기가 없더라도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본다. 서울에 비하면 지역은 작고 보잘 것 없는 존재다. 하지만 지역신문의 작지만 큰 역할과 가치에 대해서는 시장 논리에 앞서 공익성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 신문사는 사적 기업이지만 신문은 공공재이다.

지역을 대변하는 지역민의 신문

 울산의 지역신문은 '울산이라는 바다에 떠 있는 배'다. 모든 언론활동은 울산을 기반으로 하고 울산을 취재하고 울산을 비판해야 한다. 촌스럽지만 철저히 울산이란 바탕 위에 울산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또 지역 기자는 더 강한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자신이 쓴 한 줄의 기사라도 분신으로 여기며 자신과 주변에 당당하게 읽기를 권해야 한다. 공공장소나 기내에서, 그리고 사무실에 자기 신문이 안 보이면 떼를 쓰더라도 자기 신문을 가져 오라고 요구해 독자가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동안 일부 지역 신문은 '울산과 시민'을 외면하고 관급 기사를 나열하고 지역주의에 기댄 편향된 기사를 쓰는 등 수준이하의 행태를 보여 왔다. 그렇다고 모든 지역 신문을 한 통속으로 몰아서는 곤란하다. 또, 지역 신문의 위기 중 하나인 시장 왜곡은 중앙지의 무료 경품에서 촉발되었는데다 단순히 시장의 왜곡으로만 그치는게 아니라 지역 여론의 왜곡으로 이어진다는게 더 큰 문제다.

왜곡의 사슬 벗어나 제역할 찾길

 중앙에 기반을 둔 기업이나 기관의 자세도 문제다. 자신들의 소속이 중앙이라 해도 현재 발붙이고 있는 곳은 지역이다. 자신들이 상대하는 고객이 지역민이라면 지역민을 위한 서비스는 필수다. 그런데도 지역민을 위한 지역신문의 제공에는 불친절로 일관하는 태도는 지역을 무시하는 것과 다름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지역 신문의 위기는 곧 지역의 위기이자 지방자치의 위기와 같은 말이다. 지역 신문의 위기는 여론 다양성의 파괴이자 민주주의의 위기와 직결된다. 지금처럼 지역 신문이 외면 받는 일이 계속되는 사이 지역여론은 '배제'와 '왜곡'의 사슬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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