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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전 댓바람 먼지 폴폴 날리며
마라도나를 꿈꾸는 옆집아이
전봇대를 골대삼아 공을 차고있다.
너무 낡아 바람이 반쯤 빠져 버린공
자꾸 아이의 발을 헛돌게 하고
애간장을 태우는 저놈의 공은
더 이상 원이기를 거부한다.
 
강도, 들도, 해안선도,
인간의 주제 넘은 간섭으로 직선이 되길 거부하면서
세상의 모든 원들은
옆집아이의 공처럼 둥글기를 포기했다.
 
해수면 상승으로 점점 가라앉고 있는
남태평양 작은섬 투발루의
이름 모를 소년의 눈에는
 
물한동이를 위해 몇십리길을 왕복하며
하루를 보내는 아프리카 어린 소녀의 눈에는
 
생명수가 빠져나가 바람 빠진
옆집 아이 공처럼 쭈굴해진 지구는
더 이상 원이 아니라 네모다.

 

□詩作노트…
어린시절 가파른 언덕, 꼭대기에 살던 나는, 부실한 상수도 시설 때문에 머리에 양철 물동이를 이고 산너머 샘터로 물을 구하러 다니곤 했다. 지금도 단수로 잠깐이라도 수돗물이 끊기면 머리꼭댕이가 아프고, 맘이 불안한 것이 어린 그 시절의 후유증이리라. 인간의 이기심 생태계는 파괴되고, 자연은 몸살을 앓고 있다. 아프리카 물부족 국가의 어린 아이들은 물한동이를 얻기 위해 학교도 못가고 수십리 밖 샘터를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왕복하는 이 아픈 현실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환경 파괴에 의한 가장 큰  피해자는 우리 자신이라는 걸 다시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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