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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걸레라면 좋겠습니다
저 걸레니까
모든 걸 닦아드리죠
제가 더러워지면
당신이 깨끗하게 되니까
그러나 거기뿐입니다
걸레는 한번 더러워지면
그뿐입니다
더러워진 걸레로
다시 당신을 닦는다면
당신과 나 모두 걸레가 됩니다
모두 더 더러워집니다
그렇죠 아예 걸레라면
좋겠습니다 단 한 번 뿐인
이 목숨 걸레처럼
저 더럽혀진 당신의 목숨
당신의 얼굴
당신의 영혼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서
나를 걸레로 바친다면
당신은 흔쾌히
삶의 이 오물을 치울 수 있으시겠죠
저 가을의 점 하나지울 수 있으시겠죠
당신의 영혼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이걸레를 어떻게 치우시렵니까
당신의 손 앞에 놓인
이 걸레 같은 삶

 

□詩作노트…
삶이 자꾸 누추해집니다. 나이도 들고, 나이에 맞게 삶도 안정되는 듯싶지만, 다시 또 살펴보면 이 또한 누추함을 벗어나질 못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 삶이 자꾸 누추해져서 걸레 같아진다면, 스스로 내 삶을 걸레로 정하고, 단 한 번 누군가를 위해 깨끗한 삶을 살아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그 마음을 쉽게 시적으로 서술해 보았습니다. 시꼴을 갖추었는지는 의문이지만, 그 마음은 며칠이 지난 지금도 똑같이 살아 있어서, 다행입니다. 걸레는 확실하게 빨아 널어야 걸레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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