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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하루만 지나면, 다시 한 해를 마감해야 하는 세모(歲暮)의 달이다. 누구나 새해를 설레는 마음으로 맞지만, 보내는 해는 쓸쓸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통상 이 같은 연말연시를 시끌벅적한 송년회와 신년회로 지새우고 있다. 개인파산자가 10만을 넘고 있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는다. 거리로 내몰릴 처지에 있는 이웃들의 불행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무덤덤하다. 나만 괜찮으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또 연말연시를 얼마나 요란하게 보내느냐에 따라 새해의 길흉이라도 결정되는 냥 몰입한다. 각종 동창회는 말할 것도 없고, 직장과 마을의 망년회 등 열손가락으로 셀 수도 없을 정도다. 한 마디로 세모의 달과 새해 첫 달은 그저 흥청망청한다. 그런데 이를 불우이웃돕기로 대체한 동(洞)이 있어, 우리들 마음을 더 없이 훈훈하게 하고 있다. 남구 신정3동 주민자치위원회 위원들은 이틀간에 걸쳐 동사무소 광장에서 '2006 사랑의 김장 담그기 행사'를 통해 이웃사랑을 실천했다. 물론 모든 경비는 주민자치회 회비로 충당했다. 올 한해를 마무리하기 위해 준비했던 송년회를 취소하고, 그 예산으로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 해마다 해 오던 행사를 갑자기 취소한다는 것이 말처럼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주민자치회는 그러나 일회성 행사에 많은 예산을 쓰는 것 보다 무엇인가 뜻있는 일을 하자는 한 위원의 의견에 공감, 난상토론 끝에 이 같이 결정했다. 또 이왕이면 계절적으로도 맞고, 가장 많은 이웃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김장 담그기'로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무엇보다 지역의 5개 여성단체가 발 벗고 나섰다. 술 먹고 흥청거리다, 자칫 주민들 간에 볼썽사나운 일이라도 벌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것보다 백번 좋다는 것이 여성단체 회원들의 의견이었다. 사실 여성단체 회원들은 28일 배추를 절이고 김장 속에 들어갈 양념을 만든 후 다음날 김장을 버무리고 배달하는 일까지 도맡아 했다. 이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배추 500포기, 무 200개 김장이 삽시간에 완료됐다. 또 이렇게 마련한 김장 김치는 지역의 경로당과 어려운 이웃 135가구에 돌려졌다. 김장을 끝내고 점심식사를 하는 자리는 모두가 즐겁고 가슴 뿌듯한 덕담으로 채워진 하루가 됐다. 이날 행사를 직접 주관한 동장과 주민자치위원장은 앞으로도 송년회나 신년회를 별도로 할 것이 아니라, 이번 같은 행사로 대체하는 것이 주민화합에도 훨씬 바람직 할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만족해했다. 신정3동의 이날 사례를 다른 동에서도 벤치마킹한다면 연말연시가 한층 인정미 넘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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