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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보다 죽음이 가까운 연세라서인가
이젠 맞대거리할 이 없어
늘어나는 외로움
주름 깊게 자라고
손주녀석 복주 사들고 찾아오는
명절이 더욱 기쁜 영희네 할아버지
오랜 세월 어리광 부리며 안기던 큰손네도
이젠 서먹해 말이 궁색해진 할아버지께서
부쩍 커버린 이웃 손녀가
그렇게 반갑단다
스무 몇 해를 빈 손으로 찾아든 내가
처음으로 술 받아 뵙던 날
반가워
앉은 자리에서 큰 술 한 병
그득 비우시며
친구는 술처럼 무르익는 거라시며
진정한 친구는
허물을 덮어주고 그 허물
대신 아파하는 거라시며
친구놈과 영원한 벗되라 하신다
눈굽 녹은 세월 따라
눈물 절로 흐를 때
돋보기 안경 올리시며
할아버지 세상에 하고픈 말씀
처음 풀어내신 듯
고맙다 고맙다고 몇 번을 되풀이하시며
사람 찾는 이
너밖에 없구나 하신다

 

□詩作노트…
마른 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날마다 오르던 산길에 바짝 말라버린 개울 바닥이 꼭 내 마음 같습니다. 가을 하늘처럼, 텅 비어버린 마음에
찰랑찰랑 차오르는 물소리를 듣고 싶어졌습니다. 불현듯 옛 추억 눈 앞에 스치고, 그 추억 속 내 소중한 친구 얼굴 떠올라 그리움이 물결처럼 일렁입니다.
이렇게 차오르는 기억으로  마른 마음에 물길을 열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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