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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 월드컵 때를 생각하면 가장먼저 태극기와 붉은악마가 떠오른다. 하지만 붉은악마의 상징코드에 치우천황과 삼족오가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국기게양대의 높은 곳이나 유리상자의 경건함에 갇힌 태극기가 화려한 의상이나 페이스 페인팅으로 재창조되는 과정에서도 태극기속에 담긴 삼족오와 태극정신의 실체는 까맣게 묻혀 있었다. 태극이나 삼족오가 우리만의 것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지만 고대사의 중심에 있는 동북방의  주류인 동이족의 정신적 요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태극기는 1882년 일본으로 향하던 박영효 일행이 우리고유 문양인 태극사괘를 기초로 도안했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학계의 연구성과로 고종이 직접 도안하고 색깔까지 지정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청나라의 마건충이 고종에게 청나라의 국기를 본받아 조선의 국기를 만들 것을 강요하자, 이에 분개한 고종이 청나라의 국기를 따르지 않고 청색과 적색으로 이루어진 태극원과 사괘를 그려 국기로 정한다는 명을 내렸다고 한다. 얼핏 생각하면 고종황제의 감정적 발로로 볼 수 있지만 사실은 조선황실의 고유문양이 태극문양이었고 그보다 훨씬 앞선 삼국시대부터 태극문양이 왕실의 상징코드로 자리하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이 태극문양이 고구려의 상징문양인 삼족오와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태극의 뿌리가 삼태극이라는 사실은 이미 학계 연구자들의 학문적 성과로 나타나 있지만 우리고유의 삼태극이 물과 불, 하늘과 땅이라는 태극문양으로 바뀐 사실은 좀더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같은 문양의 변화보다 우리의 태극문양이 그 뿌리에 삼태극 사상을 깔고 있다는 사실이다. 삼태극은 천 지 인을 상징하는 우주만물의 작동원리이고 삼족오 역시 세가지 상징코드가 기호화되어 있다. 이는 우리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의 이념적 증거물로 천지인이 순환구조로 작동하는 상생의 문양이기도 하다.
 삼족오 문양이 태극기로 이어져 온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비록 삼족오가 상고시대부터 동북아 지역의 여러 민족이 함께 사용해온 문양이었다 하더라도 이를 민족정신의 상징기호로 받들어 그 정신을 승계한 점에서 우리의 상징코드로 해석해도 무방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동북아권 어디에도 없는 삼태극 문양이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점에서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중국이 동북아의 고대사를 전반적으로 왜곡하고 우리의 역사를 폄하하는 뿌리도 삼족오 깃발 아래 무너진 자신들의 고대왕국을 옹호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환단고기'의  사실성 여부나 수메르 문화와 우리문화의 연결성 등 우리의 묻혀진 고대사에 대한 연구작업이 활발하다. 이미 미국 시카고대학의 강신택교수 등 언어학자들이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일으킨 수메르인과 한민족의 문화적 연결성을 입증한 바 있다. 특히 중국 북방의 만주지방에서 발견된 수백기의 피라미드는 발굴단계에서 우리 고대문화의 유물들이 쏟아져 중국당국이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며 연구를 중단한 사실도 있다. 삼족오로부터 태극기까지 수천년의 역사성 속에는 우리가 지키지 못한 우리의 과거사가 은폐와 날조, 왜곡과 폄하를 거듭한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광복 62년을 맞는 이 시점에 '과거사청산'과 함께 잃어버린 '고대사 바로세우기' 작업도 국가차원에서 시도되길 기대해 본다.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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