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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서울 간 KTX가 개통되던 날 잠을 설쳤다.
 촌놈인 필자는 울산의 모든 일을 접고 EBS방송강의를 계기로 2004년 1월 3일부터 서울로 입성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울산에서 서울까지 가려면 울산공항 아니면 고속버스를 이용해야 했다. 정확히 3개월 뒤 4월1일 KTX 1구간 서울~동대구 구간이 개통되면서 신복로터리에서 동대구까지는 시외버스를, 동대구역에서 서울역까지는 KTX를 이용했다(매주 목요일은 상행선을, 토요일은 하행선을 탔고 소요시간이 정확히 3시간 40분이다).

 이 과정을 6년 6개월이나 겪고 11월 1일 드디어 KTX가 완전 개통 되었는데 흥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돌이켜보면 한 분의 천성산 스님이 제기한 도롱뇽 사태로 무려 3년 이상을 보수-진보의 논쟁으로 보내야 했던 과거가 있었고, 1기 KTX승무원들의 비정규직 사태로 승무원 없이 보냈던 아픔을 간직하며 4개월(?)을 보내야 했고, 주말마다 주요 이슈에 맞추어 열리던 서울역 광장의 집회를 멀리서 접하면서 코레일 사장이 3번이나 바뀐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KTX이다. 명절이나 주말이면 표를 구하지 못해 입석을 이용하던 일, 비즈니스카드를 사용하며 서울역을 오가던 수많은 비즈니스맨들, 전국을 투어하며 강의하는 명강사들이 즐겨 이용하던 곳, 매주 수요일 열리는 동대구역의 수요콘서트를 즐기던 공간, 서울·대전·동대구 역사(驛舍)에 개방된 대·중·소 회의실을 이용하던 민초(民草)들, 2시간대 전달을 가능케 하는 택배서비스, 전국의 각양각색의 지역민·세계의 인종들이 모여 이용하는 곳이 KTX이다.

 울산역유치가 '되는냐', '마느냐'로 고민했던 일, 울산출신 국회의원들이 사활(死活)을 걸고 유치전을 펼쳤던 일, 선로 부실공사로 혹시나 개통이 늦어지지는 않을까 걱정했던 일, '울산역이냐' '울산·통도사역이냐'로 옥신각신했던 일, 울산택시들이 생존권을 요구하며 벌였던 집회와 시위 등으로 몸살을 겪으며 태어난 KTX 울산역이다. 

 이 많은 사연들을 뒤로하고 개통된 경부선 KTX 2단계 동대구~부산 구간은 미래성장 동력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가늠케 해준다. 그동안 만성적자에 허덕이던 코레일(korail)은 아픔 만큼 큰 희망을 전하고 있다. 프랑스의 떼제베(Train a Grand Vitesse)를 수입하던 우리나라가 역(逆)으로 열차수출의 나라로 우뚝 섰고, 북한을 지나 시베리아(Siberia)를 거쳐 이스탄불(Istanbul)까지 연결시키는 열차르네상스를 이루겠다는 대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제 울산은 KTX의 혜택을 철저히 누려야한다. 철도가 주는 부가가치를 이용해 이 나라 동쪽의 변방이 아니라 그야말로 동북아 허브(hub)의 중심역할을 다해야한다. KTX 개통은 항상 뒤쳐져만 가던 교육 불균형을 해소시켜 줄 것이고, 출장가서 숙소를 구하려고 애먹던 일을 줄여줄 것이고, 공무원 시험 한번 치러 갈 때마다 관광버스를 타고 새우잠을 자던 진풍경을 단숨에 해결해 줄 것이다.

 울산과 서울까지가 '2시간 11분' 꿈의 거리가 아닌가? 반나절 생활권인 점을 십분 발휘해야 한다. 다방면의 인적·물적 자원의 상호교류를 확대하는 일, 다양계층에서 최고의 인력풀을 넓히는 일, 경주(慶州)에만 머물다 가던 관광객을 옹기마을, 영남알프스, 반구대 암각화와 정자 횟집으로 유입시킬 일, 전국규모의 스포츠대회를 개최해 산업시찰과 연계시킬 일, 서울로만 가면 돌아오지 않으려던 울산 인재를 다시 불러와야 한다.   

 필자는 서울 등 다른 도시를 오가는 일이 잦아 KTX의 혜택을 많이 보고 있다. 이번에는 '2010 SK텔레콤배 전국휠체어농구대회' 참여 차 울산을 대표하는 울산장애인휠체어농구단 선수들과 함께 KTX특실을 제1호로 예약했다. 승무원들에게 최고의 대접 까지 받으면서 탑승하니, KTX 울산역 개통으로 가장 혜택받은 행복한 울산사람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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