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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많아도 또다시 긴장하게 돼

대한민국 사람처럼 시험을 많이 보는 국민들이 또 있을까. 학교 때 시험 말고도 남자들은 군대에 가서도 시험을 본다. 사격도 합격하지 못하면 재시험을 봐야 하는 과목 중 하나이다. 그래서 아마도 우리 국민들은 시험에는 어느 정도 '도사'가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경험을 했어도 시험 같은 상황을 앞에 높고 있으면 처음처럼은 아니라도 또 다시 긴장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인 모양이다.

 이제 곧 고3학생들 그리고 재수생들이 수능시험을 보게 되어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예전에는 수능 보기 하루 전 시험 보게 될 학교에 가서 자기 자리를 확인하고 수험표를 받게 되는 절차가 있었는데 지금도 그때 일이 생생하다. 그리고 시험 성적을 떠나 필자는 재수를 했었다. 그때가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당연히 거치게 되어 있는 통과의식인 것이고 조금 더 열심히 할 걸 하고 생각하게 되는데 물론 막상 시험에 닥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모든 것이 그것에 달려 있고 시험을 잘못 보면 모든 것이 끝난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리라. 그냥 평소 모의고사를 보던 대로 치르면 되는 일이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하던 대로 하면 되는데 시험이라는 것이 그렇지 못한 불안한 심리를 유발하는 점이 있다.

불안한 심리 그대로 받아들여야

 시험을 앞에 두면 당연히 긴장되고 불안한 것이니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일이다. 시험을 너무 잘 보려고 하지 말고 두려움이 생기면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느끼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역설기법'이라고도 하는데 불안해하지 않으려 하면 불안이 멈추어지지 않으니 오히려 긴장을 늦추지 않으려 하면 긴장이 가라앉는다는 식의 심리요법이다. 배수진을 치는 역할을 한다고 할까.

잠못 이루는 것도 자연스런 현상

 시험 보기 전날 잠을 제대로 못 잤던 것도 기억이 난다. 무엇 때문이었는지 커피를 마셨었는데 그래서 잠을 설쳤던 것이다. 하지만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해도 시험 보기 전날은 어차피 제대로 숙면을 취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시험 보는 데는 크게 상관은 없는 것 같고 이런 모든 과정이 사실 시험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서 이것을 나쁜 병적인 것이라고 생각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

 이렇게 대학 시험을 보고 그리고 나서 의과대학에 들어갔는데 의과대학에서의 시험은 차지하고라도 그 다음 의사국가시험, 인턴시험, 레지던트시험, 전문의 시험까지 그야말로 시험의 연속이었다. 이 시험 중에서 전문의 시험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은데 전문의 시험을 떨어지면 학생 때 보다 더 '쪽팔리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하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우선은 같이 근무하는 간호사들에게 미안한 것이고 또 하나는 결혼한 와이프와 자식이라는 것이다. 나의 경우는 그래도 수능 시험이 가장 '떨렸던' 처음 경험이었다. 그때의 경험이면 나중의 것은 그 곳에서 습득한 요령으로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이었던 것이다.

위험을 경계·미리 준비하게 해줘

 시험이라는 단어는 불안이라는 단어와 많이 연상되는 성격의 것인데 시험불안(performance anxiety)은 약물 치료로 큰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다. 나는 불안을 가진 환자들이 방문하면 불안의 좋은 기능에 대하여 이야기해준다. 인간이 만약 불안한 감정을 프로그램에 갖고 있지 않았더라면 생명의 진화과정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을 해준다. 불안은 위험을 경계할 수 있게 해주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리 준비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당장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있는 경우에 불안을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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