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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마로천문대가 위치한 봉래산 정상에서 바라본 영월군의 모습. 숙박이 가능한 천문대에서 바라보는 영월의 야경은 또따른 추억을 남겨준다.


(3) 숨겨진 문화 이끌어 낸 강원도 영월

  • 1995년 기안 2005년부터 신활력사업 본격 시작
  • 원스톱 시스템 도입등 통합 발권시 관람료 할인
  • 공공주차장 요금 무료·한우연계 캐시백 도입도
  • 지역특성화 발전 기반으로 인구 증가 등 가시화


"동강도 버리고, 단종도 버리자."
 탄광지역이었던 영월은 폐광 이후 동강을 활용한 래프팅과 단종 왕릉 등이 대표 관광자원이었다. 지역의 대표 관광자원을 버리기에는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래프팅과 단종 왕릉은 분명히 한계가 있었다. 일부 레저 애호가나 한번 둘러보고 지나가는 관광은 지역경제에 큰 파급효과를 주기 힘들어서다. 일반적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런 경우 동강 개발이나 단종 왕릉을 중심으로 한 역사관광 분야에 치중했을 가능성이 높다. 

   
▲ 별마로 천문대에서 천체망원경을 들여다보고 있는 관광객들.

    하지만 영월군은 다른 접근방식을 보였다. 바로 박물관이다. 1995년 박물관 유치 계획이 기안됐고 10년 만인 2005년부터 본격적인 '박물관 신활력사업'이 시작됐다. 이는 영월군이 '시대의 변화'에 주목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문화를 강조하는 시기,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시기에 박물관이라는 아이템을 발굴해냈다.

#폐광 이후 경제 붕괴 인구 12만명 감소
강원도 영월군. 인접한 정선, 태백과 함께 태백 탄전지대에 속해 있는 지역이다. 영월군의 모든 산업은 석탄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영월은 1980년대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 이후 폐광지역으로 전락했다. 16만명에 달했던 인구도 4만명으로 줄어드는 등 지역경제는 붕괴됐다.

 영월은 면적의 88%가 산악지형이다. 그 속에 동강과 서강, 탄천강, 주천강, 남한강 등 5개의 강이 흐르고 있다. 하천 수계가 315㎞다. 가진 것이라고는 산하고 물 밖에 없는 '깡촌'이다. 산과 물을 기반으로 죽어가는 지역경제를 일으키기란 녹록치 않은 일이다. 그만큼 고민은 클 수 밖에 없다.
 
#산업구조를 바꾼 박물관

   
▲ 동강사진박물관의 한 큐레이터가 관광객들에게 사진 설명을 하고 있다. 동강사진박물관에는 연중 세계적 거장들의 기획전시가 이뤄져 관광객들을 꾸준히 불러모으고 있다.
현재 영월군에 소재한 박물관은 20개소에 이른다.(표 참조)
 영월군이 '박물관 고을' 정책을 추진하면서 가장 먼저 바꾼 것은 공공 주차장의 요금을 무료화한 것이다. 실제 영월지역 어느 박물관·관광지를 가더라도 주차료를 받는 곳은 없다. 대신 관람료를 소폭 인상했다. 또 박물관 인접 관광지와 묶어 패키지 상품을 내놓았다. 원스톱 박물관 투어시스템을 도입, 3개 이상 통합 발권시 관람료를 50% 할인해주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오히려 이득이다. 각 박물관과 관광지 입장료는 소액 카드결제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 영월군은 카드 수수료로 별도 예산을 책정, 집행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박물관 관람객들이 영월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주변상가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초 박물관 정책은 관(官)이 주도해 끌고 나갔지만 현재 추진체계는 관이 아닌 주민과 학계다.

 석탄산업 붕괴 이후 침체 일로였던 지역경제는 박물관 고을 사업을 통해 회생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거엔 석탄 등 1차 산업 위주였지만 지금은 3차 산업 종사자가 50%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구조가 관광 분야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박물관-한우 연계 '캐쉬백' 도입
   
 
'박물관 고을' 사업은 지역민 소득 창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 예가 '박물관&다하누촌 캐쉬백(Cash-Back)' 사업이다. 다하누촌은 영월지역 영농한우법인의 브랜드명이다. 공·사립 박물관 20개소와 다하누촌 간에 업무협약을 체결, 홍보와 캐쉬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2만원 짜리 박물관 관람 영수증을 갖고 가면 2만원 어치의 한우를 준다. 영월 내에만 다하누촌 한우 판매처가 3곳, 구워먹는 곳이 60곳이다. 반대로 한우 구입 영수증을 갖고 박물관에 가면 30% 가량 싸게 입장권을 구입할 수 있다.

 다하누촌의 연간 판매량은 300억원. 다하누촌의 한우 판매량 중 여름 성수기에는 12% 정도가 캐쉬백으로 나가고 있다는 게 영월군의 자체 분석이다. 캐쉬백 공급량은 연간 4.5%나 된다.
 당장 밑지는 장사로 보이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관광객들의 영월 체류 시간이 증가하고 그만큼 돈을 더 쓰게 된다는 게 영월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영월군 이형수 문화관광과장은 "다하누촌에 온 관광객은 박물관 영주증의 몇배를 더 먹는다. 식당에서는 영주증만큼 할인해준다는 개념이다"며 "관광객은 제값에 영수증만큼 더 먹을 수 있으니 모두가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리버풀' Only One
영월의 변신은 아직 진행형이다. 우선 지역특성화 발전기반을 창출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박물관고을의 내적 역량 강화로 사업완성도가 높아지고 있고 특성화된 박물관도 늘었다.
 사회·문화적으로도 세계화·국제화 기틀을 마련하는 한편, 지역·산업간 협력사업 활성화, 글로벌 네트워크 사업 다각화라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경제적으로는 인구가 증가세로 돌아섰다. 서비스업체도 6.8% 늘었다. 박물관과 3개 관광지를 찾는 관광객만 지난해 110만명(입장권 발행 기준)을 기록했다. 올해는 지난 8월 110만명을 돌파했고 연말 150만명을 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동강사진박물관 전경.
 물론 영월군의 물량 공세가 정답인지는 단언하기 힘들다. 20여개의 박물관 건립에 250억원이 투입됐다. 허나 그만큼의 자체 수익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실제 사진박물관의 경우 연간 5억원의 유지비가 필요한 반면, 수익은 5,000만원에 그치고 있다. 군은 박물관을 찾는 관광객을 통한 지역경제 파급 효과는 단순 계산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입장료 수익은 5,000만원이지만 관광객이 영월에서 쓰고 가는 돈은 몇십배는 더 될 것이라는 것이다.

 어찌 됐건 영월군의 최종 목표는 '박물관 창조도시'다. 한국의 리버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박선규 영월군수는 "한국의 리버풀을 만들어보자는 심정으로 박물관 고을을 만들겠다. 우리의 목표는 넘버원이 아니라 온리원(Only One)이다"고 말했다. 앞으로 10년, 20년 뒤 영월의 모습이 기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터뷰 / 이형수 영월군 문화관광과장

"동강을 버리자는 마음으로 시작"

   
 
"전세계에 유일한 박물관 창조도시 영월을 완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형수 영월군 문화관광과장은 '박물관 고을' 브리핑 내내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타 지역과 차별화된 정책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 과장은 "호주에 가면 오페라하우스와 블루마운틴 국립공원이 있다. 오페라하우스 나이트 프로그램(식사+야경+오페라 관람)은 4인 기준 1,200달러, 블루마운틴 관광은 300달러다"며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라도 이게 한계다. 박물관 고을 시작할 때 동강을 버리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호주는 영국 죄수에서 시작된 나라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건물 하나, 즉 랜드마크가 국가 이미지를 바꾼 사례"라며 "박물관 관련 예산 확보를 위해 중앙부처와 국회, 군의회에서 노 리펜트(No repent) 정책을 논리 근거로 내세웠다"고 소개했다.

 '노 리펜트' 정책은 일부 문제점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후회하지 않을 정책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이 과장은 "강원도를 찾는 관광객의 체류시간은 0.7일이지만 영월은 1.7일에 이른다"며 "내년께 동강 시스타 종합리조트가 개장하면 관광객들의 숙박 불편은 크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와 공동기획으로 취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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