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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정치가나 유명인에 대한 대중들의 생각은 지극히 단순한 논리구조를 가지고 있다. 인터넷이나 언론매체, 영상미디어가 거미줄처럼 널려 있는 오늘날엔 과거와 같은 신비주의가 상당부분 효력을 상실했지만 신비주의를 거둬들인 다양한 미디어가 대중의 생각을 조정하는 또 다른 신비주의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 때문에 요즘 선거판은 '미디어 선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나 미국의 부시 대통령 모두 선거초반의 절대적인 열세를 뒤집고 막판 역전승을 거둔 것도 '미디어 선거'의 덕택이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이 같은 미디어의 영향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미디어의 속성을 잘 간파할 수 있는 단적인 예가 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행사장에 두 사람의 유명인사가 자리를 함께 했다. 당시 영국의 총리 블레어와 미국의 빌게이츠는 함께 자리를 했으나 블레어는 적절치 못한 행동으로 영국언론의 난도질을 당했다. 문제는 회의장에서 발견된 낙서메모였는데, 언론은 동그라미와 세모 등 낙서가 그려진 메모지를 근거로 블레어가 회의 내내 딴생각만 했다고 공박했다. 영국언론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저명한 심리학자를 동원해 낙서와 블레어의 심리상태를 추적하며 산만한 그의 정신세계가 총리직 수행에 부적절하다는 식으로 몰아 붙였다. 그 메모의 주인공이 블레어가 아니라 빌게이츠의 친필로 밝혀지면서 언론의 태도는 완연하게 달라졌다. 산만함은 창의성으로 딴생각 운운하던 것은 상상력의 추구로 탈바꿈한 것은 말할 것도 없는 일이다.
 이미 2000년 대선에서 미디어 효과를 체험한 부시는 2004년 대선에 임하면서 새로운 선택을 한다. 고어와의 힘겨운 싸움이 양측의 포지티브 선거전략에 따른 지루한 힘겨루기였다면 케리와의 싸움은 보다 전략적인 접근을 이룬 지능적인 한판이었다. 당시 부시가 선택한 선거전략은 네거티브였다. 부시는 유권자의 여론이 자신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공화당의 고정 지지자들이 케리의 과거 전력에 불쾌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부시는 이를 역으로 이용했다. 선거운동에 임하면서 자신에 대한 지지보다는 케리가 대통령으로 부적격자라는 점을 강조하는 네거티브 전략에 올인했다. 그 싸움에서 부시는 자신에게 냉담했던 전통적 공화당 지지자들의 발걸음을 투표장으로 돌려세웠다.
 한나라당 후보 경선에서 가장 많이 지적된 것이 네거티브 전략이다. 네거티브는 사진의 원판에서 나온 어원으로 선거판에서 사용하는 흑색선전과는 다른 말이다. "~카더라" 식의 마타도어가 줄어들고 사실에 근거한 네거티브가 우세했던 한나라 빅2의 선거판이 아직도  '마타도어'식 선거전으로 인식되는 것은 전략과 전술이 따로 놀았다는데 이유가 있다. 한가지 사안을 가지고 실체에 접근하려는 노력보다는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데 치중한 결과이기도 하다. 흑색선전은 선거판에서 사라져야할 구시대의 악습이다. 네거티브 전략은 언제나 원판을 보존하기에 선거가 끝나면 원판을 가린 오물을 걷어낼 수 있지만 마타도어는 원판자체가 없기 때문에 재생이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마타도어가 난무한 선거판의 끝자리는 갈등이 깊어지고 경선불복을 걱정해야하는 부끄러움이 도사리고 있기 마련이다.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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