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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투쟁만이 능사 아니다

   
▲ 지난 15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들이 울산공장 정문 앞 도로를 점거한 채 정규직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울산신문 자료사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조(사내하청 노조)가 25일동안의 1공장 점거농성을 풀면서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점거농성 해제 이후 진행되고 있는 5자(현대차 노사, 사내하청 노사, 금속노조 대표)협의가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한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가 '조합원의 정규직화'를 굽히지 않는 상황에서 해결의 실타래를 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비정규직 노조는 점거농성 해제후 △농성자 500여명(노조 주장) 고용보장 △지도부 신변보장 △불법파견 교섭대책 △고소 고발 및 손해배상소송 철회 등의 협의의제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또 다시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혀 제2의 불법 파업 사태까지 우려되고 있다.

#노사 뚜렷한 입장차

5자간 특별협의는 비정규직 노조가 점거농성을 해제한 지난 9일 부터 매주 1회(화요일)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2차례 진행됐다. 그러나 협 의의제 하나하나를 두고 노사 양측이 뚜렷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어 합의점을 도출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회사측은 농성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및 손배소 취하 등에 부정적인 데다, 정규직화 문제도 법원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는 입이어서 협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는 5자 협의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2차 총파업을 결의하는 등 투쟁기조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는 최근 쟁대위 소식지를 통해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에 대한 징계절차가 통보된다면 잔업거부를 포함한 파업을 전개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 12일 전 조합원 결의대회에서 2차 총파업을 결의했다"며 "정당한 파업을 한 조합원이 어떤 피해를 입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노조는 이어 "지난 투쟁과정에서 96명이 넘는 인원에 이뤄진 손배와 고소고발, 체포영장 발부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투쟁은 끝날 수 없다"며 "울산공장 시트사업부의 사내하청업체인 동성기업 조합원 29명에 대한 고용문제 해결안도 다음 교섭까지 인내하며 기다리겠지만 회사가 시간끌기를 한다면 당당히 투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다 현대차 아산공장 비정규직 노조가 오는 20일 5자 협의에서도 별다른 성과가 없을 경우 울산과 전주지회에 재파업 돌입을 제안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비정규직 재파업 사실상 불가능

그러나 비정규직 노조의 총파업 등 추가 실력행사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정규직노조의 연대파업 찬반투표가 사상 최저치의 찬성률로 부결된 데다, 지난 25일간의 불법 점거농성에 대한 퇴로를 찾아야 한다는 현실론이 조합원사이에서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는 지난 8일 비정규직 투쟁 지원을 위해 연대 파업 여부를 투표에 부치고 14일 개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4만4,093명(투표참여 3만5,867명)중 9,004명(20.4%)만이 찬성했다. 찬성률 20.4%는 현대차 노조 투표 사상 최저 찬성률이다.

 물론 20.4%나 되는 정규직 조합원들의 찬성률에 위안을 삼고 있지만 조합원들도 있지만 상당수 조합원들은 현대차 정규직 노조 찬반투표 결과에 실망하는 분위기다.
 현대차 정규직노조의 찬반투표 부결은 추가 파업에 있어 더이상의 지원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울산1공장의 25일간 점거사태 시 점거농성장에서의 이탈자 수가 급증한 것도 재 파업돌입에 대한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점거농성의 경우 첫날 570여명에 이르던 농성자는 농성 해제 시점에서 200여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비정규직 노조 내부에서도 이견이 생긴 것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결국 비정규직 노조가 또 다시 총파업 등 실력행사에 나설 경우 지난 점거농성 때보다 더 고립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추가 파업보단 협의에 집중

지역 노사전문가들은 "비정규직 노조가 불법 장기 점거농성을 해제하고 어렵게 5자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추가 파업보다는 협의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양측간 입장차가 크기 때문에 서로 만족할 만한 적절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 대화가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락현기자 rh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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