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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 없이 1주일만 견뎌보라. 당신 앞에 새로운 삶이 열린다"
 우리 집에서는 뉴스나 다큐멘터리를 시청할 때 외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한 TV를 잘 켜지 않는다.
 요즘 TV를 보면 대부분 드라마나 오락프로 일색인데, 아이들은 그런 프로에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 학교에서도 TV에 나오는 연예인 흉내내거나, 특정한 인물의 행동을 잘 따라하는 아이가 인기가 많은 경우를 종종 보게된다.


 문제는 아이들이 그런 말투나 행동을 따라하면서 그것의 옳고 그름을 걸러낼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저 잠깐 웃고 스쳐가면 그만인 말장난이나 행동을 별 생각없이 따라하다보면 사고가 단순해지고 사물에 대해 깊이 생각하려는 습성을 키우지 못하게 된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독서를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나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발견하고 그 사실에 대해 나름대로 깊이 생각하고 깨닫는 과정을 통해 성숙하게 된다. 그런데 TV는 그러한 과정이 생략되어 말초신경만 자극해 아이들의 사고력을 저하시킨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땐 둘다 잠들때까지 기다렸다가 9시뉴스만 30분 정도 시청하는 정도였다.
 TV를 아예 없앨까 하는 생각도 안해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기 보다는 좀더 자연스러운 방법을 찾는게 나을 듯 싶었다. 그런 생각에 아이들이 TV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후에도 거실에 그대로 두었다.


 대신 아이들과 한가지 약속을 했다.유치원 다닐 땐 아침 유아프로 30분, 그리고 초등학교 2학년때까지는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 아동프로 30분씩 2편만 본다는 약속이었다. 이약속은 반드시 철저하게 지키게 했고 만약 어떤 잘못을 했다면 그에 대한 벌로 그날 약속된 TV 시청 시간을 제한하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


 TV는 중독성이 강하다. 만화 영화 한두편보다보면 시간은 금세 지나가 버린다. 하루 종일 그 앞에 앉아 있으라고 해도 싫증을 내지 않을 만큼 아이들은 TV마력에서 좀처럼 헤어날 줄 모른다. 그 만큼 자극적인 프로그램들이 너무 많다. 아이들을 바보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부모의 통제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무조건 보지 말라고 만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른 집 아이들이 다 보고 이야기 하는 것을 자기만 못보게 한다면 또래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소외감을 느껴 부모를 원망할 수도 있다.
 "다른 것도 재미있는 것이 많은데 왜 꼭 30분만 봐야 하는 거죠"


 한번은 유치원에 다니던 아이가 불만을 표시한 적이 있다. 그 심정을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차근차근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엄마 아빠도 TV를 보고 싶지만 대 신 그 시간에 책을 보거나 다른 할일을 찾는게 훨씬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참고 있는 거란다. TV 보는 것을 줄이면 똑같은 시간에 그 보다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단다"


 처음에는 잘 수긍을 하지 못하던 아이들도 부모가 모범을 보였더니 점차 책읽는 재미를 붙여가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나쁜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는 먼저 부모가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한다.
 엄마는 하루종일 드라마나 오락프로그램에 빠져있고, 아빠는 아빠대로 스포츠 바둑 낚시 채널을 열심히 돌리면서 아이들에게는 TV보기 자제를 강요할 수는 없다.


 부모의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 교육은 자녀들의 반발심만 불러올 뿐이다.
 다행히 우리는 아이들과 큰 갈등 없이 TV 시청 자제에 성공했다.
 TV를 보지 말라고 정식으로 말한 적은 없고, 다만 시청 시간을 약속했을 뿐인데 초등학교 3학년이 지나면서부터는 아이들 스스로 TV를 멀리 하기 시작했다.


 우리집 아이들에게 TV 시청 자제를 요구한 것은 TV를 비난하거나 지나친 TV 시청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게 하려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로 하여금 TV가 자신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더 잘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TV 시청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뭐든지 억지로 해서 되는 일은 없다하지 않는가.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일수록 부모가 강요한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곤란하다.
 가장 효과적인 교육은 아이들 스스로 깨닫고 실천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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