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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현대차지부 파업부결의 의미

  명분앞세운 상급단체 총파업 이미 세차례나 부결
"불법 점거 피해 정규직에게도 올 수 있다" 부담감
  비정규노조 투쟁동력 상실 파업강행시 고립 자초

   
▲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조가 지난 14일 울산공장 노조사무실에서 금속노조의 총파업 방침에 따라 실시한 비정규직 지원을 위한 전체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 개표작업을 하고 있다. 울산신문자료사진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사내하청 노조(비정규직 노조)의 정규직화 투쟁 지원을 위한 총파업 찬반투표를 부결시켰다. 찬반투표 부결은 비정규직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더이상의 지원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명분보다 실리를 우선하는 조합원의 밑바닥 정서가 이번 찬반투표에서 그대로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현대차 노조 역대 최저 파업 찬성

지난 8일 치러진 현대차 정규직 노조의 비정규직 노조 파업 지원을 위한 총파업 찬반투표는 역대 최저 찬성률을 기록했다. 이번 투표에는 전체 조합원 4만4,093명 중 3만5,867명이 참가했으며, 이 가운데 9,004명(찬성률 20.4%)만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는 현대차 노조의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가장 낮은 찬성률이다. 가장 큰 상징적 의미는 노조가 이전과는 확실히 다르게 완전히 실리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000년 대우차 매각, 2002년 노동법 개정, 2004년 비정규직 법안 관련 등 정치적 성격을 띤 총파업 찬반투표에서도 50% 이상 찬성률을 기록하며 선봉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미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는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찬성률이 48.5%로 부결시켰고, 올 4월 타임오프제의 무력화를 주장하며 금속노조가 결의한 총파업에 대해서도 38%만이 찬성의사를 밝혀 부결시켰다.

 지금까지 명분만을 내세운 상급단체의 총파업계획에 세 차례나 반대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결국 정치적 투쟁에 현대차가 이용되는 것에 대해 현대차 정규직 조합원들은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는  정서를 확인시킨 셈이다.
 
#사내하청 필요성 묵시적 인정

현대자동차 정규직노조 조합원들의 비정규직 파업 지원을 위한 찬반투표 부결은 불법 점거에 대한 피해가 고스란히 회사와 정규직 조합원들에게 돌아올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사내하청노조의 25일간 불법 점거 파업으로 인해 회사가 총 2만7,974대를 만들지 못해 모두 3,147억원의 생산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울산 1공장에서 만드는 소형차는 90%이상이 수출차량이어서 수출차질과 이미지, 신뢰 하락 등의 유무형 피해가 더컸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현대차 정규직 노사도 막대한 생산차질을 빚거나 조업단축으로 임금이 줄어들고 휴업조치까지 검토되면서 고용불안까지 가중됐다. 이 때문에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에 대한 정규직 조합원들의 부정적 여론은 거세지면서 찬반투표 부결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할 수 있다.

 찬반투표 부결은 정규직노조의 사내하청도급의 필요성에 대한 묵시적 인정으로도 풀이된다.
 생산공장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생산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내하도급의 활용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사내하청 근로자의 정규직화는 정규직의 고용불안과 직결된다는 심리가 이번 찬반투표에서 크게 작용했다.
 
#비정규직 노조투쟁 지원 불가

역대 최저의 파업 찬성률이 나옴으로써 향후 사내하청노조가 파업 등 추가적인 투쟁에 나서더라도 정규직 노조의 지원은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 노조는 점거농성 해제 이후 진행되고 있는 5자(현대차 노사, 사내하청 노사, 금속노조)혐의를 통해 사태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비정규직노조는 이번 협의에서 △농성자 500여명(노조 주장) 고용보장 △지도부 신변보장 △고소 고발 및 손해배상소송 철회 등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또 다시 파업에 돌입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는 불법 점거농성 사태를 해결하기 5자협의를 적극 중재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이지만 비정규직 노조가 또 다시 불법파업 등이 이뤄질 경우 이번사태에서 한발 뒤로 물러날 수 밖에 없다.
 찬반투표 부결에 따라 정규직 노조의 지원이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지난 25일간 불법 장기 점거 파업에서 이탈자 수가 급증하는 등 투쟁력이 떨어진 것도 비정규직 노조의 추가 파업에 대한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비정규직 노조가 또 다시 총파업 등의 실력행사에 나설 경우 자체 고립될 가능성이 큰 만큼 5자협의에서의 적극적인 사태해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락현기자 rh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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