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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음식물 쓰레기 문제 발단은 '상다리가 부러져야 한다', '푸짐해야 체면이 선다'는 우리 전통의식이나 관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과거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어쨌거나 음식은 푸짐해야 하고, 손이 커야 복이 온다고 믿어 온 조상들의 생각과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잘못된 풍습 또는 관념이 장구한 세월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변하지 않고 오늘날에까지 이어져 오고 있으니 정말 이상하기도 하다.

 잠시 음식물 쓰레기에 수반되는 몇 가지 문제점을 알아보고 성찰의 기회로 삼아보기로 하자. 첫째, 음식물 쓰레기는 일반 쓰레기와 달리 처리가 어렵다는 데 문제가 있다. 금방 부패되기 때문에 단시간 내에 이송, 처리해야만 한다. 가장 신속한 처리 방안은 매립하는 것이나 이를 위해 선행조건으로 우선 매립지를 확보해야 하지만 이는 민원발생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설령 매립지를 확보한다 해도 침출수 처리, 토양·수질 오염 등 골치 아픈 문제가 뒤 따른다.

 그 다음으로 소각 처리 문제인데 이것은 다이옥신 등 각종 유해물질이 다량 배출되는 문제점이 있고 또한 물기가 많은 음식물을 소각한다는 것은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되는 문제가 있다.  기타 방안으로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방안이 있는데 각 지자체에서 나름대로 퇴비·사료·가스화를 추진하지만 완벽하게 처리하기란 쉽지 않고 기술·재정적으로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 음식에 있는 염분 관계로 재활용 사료나 퇴비가 농가로부터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며 가스화 역시 침출수를 처리해야 하는 문제가 뒤따른다. 현재 완벽한 음식물 쓰레기 처리 방안은 없으며 단지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가정과 업소에서 쓰레기 발생을 처음부터 적게하는 것이다.

 둘째로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들어가는 예산문제이다. 우리나라 음식물 쓰레기 처리예산을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15조원이다. 이 돈은 월드컵 상암경기장 70개, 인천국제공항 2개를 만들 수 있는 비용이며, 울산시 연간 예산의 7배에 해당된다. 이에 그치지 않고 토양·수질·대기오염 기타 사회적 경비까지 합산하면 계산이 안나오는 천문학적인 수치다. 골몰히 생각해 보면 이러한 예산은 우리 국민이 음식물 처리에 따른 문화수준을 높인다면 전혀 안 들여도 되는 경비요, 최소화 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환경오염에 따른 직·간접적 피해까지 고려하면 우리 음식문화는 잘못돼도 한참 잘못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셋째, 음식을 버린다는 것에 대해 도의적으로 묻고 싶다. 음식은 그저 되는 것이 아니고 수많은 사람의 땀과 정성이 뒤 따른다. 봄에 씨앗 뿌리고 거름 주고, 잡초 매고 농약치고, 타작하고 정미를 거쳐 마지막으로 요리를 해야 비로소 상에 오르는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농작물이 자라기 위해서는 각종 미생물과 태양, 물 등 무한한 자연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음식은 그야말로 농부의 땀과 자연의 은총이 함께 한 성스러운 성과물이다.

 넷째, 음식물 남기는 것과 관련해 우리 인간의 양면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우리는 식당에서 흔히 음식을 남기게 되는데 내놓은 잔식을 다른 손님에게 올린다고 생각해 보았는가? 남 먹던 음식이 또 상에 올라온다. 상상하기도 싫고, 불쾌한 일이다. 이러한 일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조금 냉정하게 보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려면 먼저 허례허식 추방에 나서야 한다. 이것은 누구를 탓할 것이 아니라 푸짐함의 허세가 우리들에게 가져다준 응당하고 자연스런 보답은 아닌지 조용하게 반성해 볼 일이다.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깨닫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심각하게 보이는 문제도 그 대안은 의외로 간단하다는 것이 놀랍다. 푸짐하게 보다는 먹을 만큼만 내놓고 모자라면 더 상에 올리면 되는 간단한 것이다. 이 방법은 어린아이고 어른이고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며,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요 힘이 드는 것도 아니다. 단순히 이행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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