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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화강 상류 반구대 일대 서쪽 기슭의 암벽에 작살 맞은 고래, 새끼를 배거나 데리고 다니는 고래의 모습 등 고대 울산인들의 삶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는 반구대암각화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선사시대 암각화다. 현재 보존방법이 활발하게 논의 되고 있다. 울산신문 자료사진

울산은 1960년대 한국의 공업중심지로 지정된 이래 40여년간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등 산업개발을 통해 경제성장의 원동력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가장 소득 수준이 높은 부자도시가 되었지만 각종 산업개발로 인한 환경오염으로 공업도시의 이미지를 떠안았고 마땅히 보존·전승해야 할 문화유산들이 사라질 위기에 놓이게 됐다.
이에따라 본보는 신묘년을 맞아 단순한 산업도시가 아닌 문화와 생태가 살아숨쉬는 도시로서의 울산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연중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울산의 옛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토박이들을 만나 울산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면서 향토사부터 생활사, 그리고 보존·계승해야할 문화유산의 가치를 되짚어본다. 편집자

공업화의 그늘에 가려
잊혀져버린, 잃어버린 문화

저기 골목길, 옛 이야기 하나도
울산만의 색깔 물씬한 역사

사라져가는 울산의 옛모습
영원히 사라지기전에 보존해야

1.프롤로그

울산은 1960년대 공업기반 형성시기를 거쳐 1970년대에 이르러 도시기반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1970년대 초 석유화학단지와 온산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산업단지가 조성된 이래 1980년대까지 자동차와 조선산업, 온산국가산업단지 개발로 인구가 급증했다.
 1896년 이후 울산은 중화학공업 중심의 고속성장을 거듭해 전국 7대 도시로 성장했고 1995년 울산시는 울주군을 통합함으로써 천혜의 자연경관을 품으면서 새로운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1997년 광역시로 승격하면서 자율적인 도시계획과 개발을 추진하며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2011년 현재는 공업에 묻힌 역사와 문화의 빛깔을 찾아 문화생태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부자도시 울산, 후유증은 무엇

   
▲ 울산공업화의 상징 '공업탑로터리'

지난 40여년간 산업수도로 위상을 떨치며 부자도시로 성장한 울산. '태화강의 기적'이라 불리며 화려한 변신을 꾀했지만 그에 따른 후유증도 만만치않다. 보잘 것 없던 황무지 도시가 공업도시로 바뀐 모습은 울산시민들에게 가슴 뿌듯한 자긍심을 주었을 지 몰라도 울산의 역사와 문화는 그 그늘에 가려지게 됐다. 외지인들의 유입으로 울산 토박이들은 점점 줄어들었고 울산 고유의 지역색을 간직한 문화 자료 등이 소멸될 위기에 놓이게 됐다.
 
#공업도시 이전의 울산의 모습
공업도시 이전의 울산의 모습은 천혜의 자연을 기반으로 한 선사유적의 보고이며 포경, 교역, 성곽의 도시로 역사와 문화가 깃들어있다.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이 바로 울산에 있다.
 고래잡이 등 고대 울산인들의 삶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는 반구대암각화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선사시대 암각화다.
 청동기 시대의 각종 기하학적 추상문양, 신라시대 화랑들이 새겨놓은 300여 자의 한자 명문 등이 새겨진 천전리 각석 또한 암각화 못지 않은 가치를 지녀 학계로 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또 울산읍성, 언양읍성, 병영성, 울산왜성, 서생포 왜성 등 여러 성곽들로 이루어진 읍성도시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문화유산도 울산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이밖에도 태화강은 왜구와의 국제교역의 중심지였으며 장생포는 고래잡이의 전진기지로 울산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이처럼 울산은 삭막한 도시가 아니라 가꾸기 나름에 따라 역사와 문화의 자신이 풍부한 도시인 것이다.
 
   
▲ 삼한시대부터 철이 생산됐던 울산에서는 철을 만드는 제련작업을 '불매'라 불렀는데, 이때 불렀던 노래와 몸짓를 정리해 놀이로 만든 것이 '쇠불이놀이'다.
#울산 고유의 지방색 간직한 다양한 문화유산

울산지역은 고유의 지방색을 간직한 다양한 문화유산이 산재돼 있다.
 쇠불이놀이는 북구에서 제련작업과 그 과정에서 불렀던 노동요를 재구성한 민속놀이다.
 삼한시대부터 철이 생산됐던 울산에서는 토철, 즉 철분이 많이 함유돼 있는 흙이나 모래를 녹여 판장쇠(쇳덩이)를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 철을 만드는 이 제련작업을 예로부터 쇠부리 또는 '불매'라고 불렀는데, 이 작업을 하면서 불렀던 노래가 '불매소리(불매가)'이다. 그리고 오랜 철 생산의 과정을 되새기고 당시의 몸짓과 노래를 정리해 놀이로 다시 만든 것이 곧 '쇠불이놀이'이다.
 울산쇠부리는 1981년 정상태가 두서면 인보리에 생존해 있는 최재만(당시 81세)옹을 만나면서 세상에 존재를 알리게 됐다. 쇠부리 작업이 자취를 감춘 지 80여년 만에 불매대장과 편수들의 경험 그리고 구술을 통해 되살아 난 것이다.

 울주군 재애밟기 놀이도 대표적인 지역 문화유산이다.
 울주군 온산읍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여성들의 집단놀음이다. 재애란 기와의 울산 방언이며 기와밟기란 뜻이다. 사람이 마치 수키와처럼 줄을 지어 엎드리면 그 위로 사람이 지나가는 모양을 따 붙인 이름이다. 원래 기와지붕을 엎거나 보수를 하게 되면 연질의 기와를 밟고 지나가야 하는데 이때 체중이 가벼운 사람이 올라가 작업을 하게 됐고 이 모습을 본 부인들이 남자들의 일하는 모습을 흉내내어 만든 놀이이다.

 1950년대까지 이 놀이가 성행했으며 경험자들의 고증을 통해 본 내용은 아녀자의 놀이라 할지라도 노동행위의 짓시늉으로 표현되는 특징이 있으므로 원형의 재현에 충실했다. 울산에서는 1990년대 놀이를 구성하고 울산의 각종 행사에서 시연하고 있다.
 중구에는 병영서낭치기놀이가 있다.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울산 중구 병영일대 여러마을이 함께 했던 민속놀이다. 병영지역을 동서남북 4개 동네로 구분해 각 방위에 따라 다른 색깔의 옷을 차려입은 풍물패들이 각각 서낭기를 앞세워 집집 마다 찾아다니며 풍물놀이를 하고, 각 가정집은 음식을 대접하고 함께 몰려나와 달집을 불태우며 함께 하는 민속 축제다.
 각 구·군 문화원에서는 독창적이고 고유한 문화를 계승·발전시킬 수 있는 학술심포지엄을 비롯해 전국 규모의 민속놀이 행사에 참여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잊혀진 역사, 문화 등 복원하기 위한 움직임 활발

   
▲ 중구 '병영서낭치기놀이'

최근 울산지역에서는 잊혀진 역사와 문화 등을 복원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올해 한국문화원연합회 울산광역시지회는 울산의 지난 100년을 사진으로 담아낸 <사진으로 본 울산 100년>을 펴냈다. 지역 원로 사진작가인 울산사진문화연구소 서진길 소장이 제공한 사진 등을 중심으로 꾸며진 이 사진집은 살아있는 울산역사의 교과서로 지역 사진 애호가들을 비롯한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책자에는 울산의 정치, 행정, 경제, 문화, 예술, 종교,명승지, 문화재, 환경, 농어촌의 변천하는 생활상 등 울산을 소재

   
▲ 울주군 '재애밝기 놀이'
로 한 작품 420여점이 실려있다. 나룻배가 오가던 태화강, 옛날 장이 서던 울산초등학교 앞 거리, 울산의 정치와 역사·문화의 중심지 시계탑 사거리 주변, 물난리가 잦던 새치마을과 강변둑, 울산의 중·남구를 이어주는 태화교, 울산 산업화의 상징탑이 세워진 공업탑 등 울산의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담겼다.
 울산시에서도 울산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의 삶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울산 달리 달동> 등을 펴냈다.
 이 책자는 울산시와 국립민속박물관, 일본국립민족학박물관이 일제치하인 1936년 달리에서 이뤄진 한·일 민속조사를 기념하기 위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울산 달리 100년' 학술교류사업(2009~2012년)의 1차 성과물이다.
 1936년 일제강점기 농촌 달리에서 2009년 도시 달동에 이르는 생활공간과 생활문화의 변화를 생생히 기록했다.
 달동 토박이의 삶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고 있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기록했고 현재 달동에 살고 있는 사람 가운데 울산의 특수성을 보여줄 수 있는 경험을 가진 인물에 대한 기록과 더불어 울산 젊은이의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자서전을 담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활동도 눈에 띈다.
 울산문화예술포럼은 울산의 역사를 채록하는 작업에 나섰다. 울산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우르는 울산의 역사를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로 남기는 '옛 이야기 하듯 말할까' 사업이 바로 그것.
 강연회 형식으로 진행하는 이 사업은 기존의 명사 초청 형식의 강연에서 벗어나 부담없이 울산의 옛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다.
 심완구 전 울산시장이 첫 강사로 나서 광역시 승격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며 당시 광역시 승격에 대한 범시민적 움직임을 생생히 전했다.
 또 울산의 원로 희곡작가이자 수필가인 김태근 울산예총 고문도 강사로 나섰다. 김 고문은 해방 직후 울산의 모습을 전했다.
 울산문화예술포럼은 이 내용들을 기록, 엮어서 책으로 곧 발간할 예정이다. 범서문화마당에서는 최근 사라진 지역의 옛길과 그 속에 담긴 역사, 문화 등 인문지리를 복원하는 '마을 옛길찾기 운동'의 성과를 엮은 <범서, 옛 길을 찾아서>를 펴냈다.
 이 책자에는 '범서 옛길 찾기를 통해 소통문화를 만들어간다'는 슬로건 아래 스물 세 곳의 동넷길 정보를 제공한다. 또 범서 일원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들의 추억담과 옛 사진도 함께 소개한다.
 
#생활문화가 꽃피는 도시, 울산으로 가꾸어야 할 때
울산은 이러한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한 산업문화, 현대에 접목된 현대적인 생활문화가 꽃피는 고장으로 울산이 나아가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사라져가는 울산의 옛 모습을 기억하고 지역의 문화유산을 적극 개발하고 보급해야 한다.   손유미기자 ymson@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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