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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석준 울산지검 검찰시민위원회 위원장

삼권분립은 민주주의의 초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실질적인 삼권분립이 구현되어 있지 않은 나라이다. 우리나라의 입법부인 국회에는 사법부 혹은 준사법기관 출신인 법조인들이 여럿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특히 언론보도에 자주 등장하는 요직에 있는 이들이 그런 경우가 많다. 우리의 사회·경제적 현실에서 판·검사를 하다가 퇴직 후 소위 전관예우 차원에서 고액의 보수를 받으면서 대형 법무법인 혹은 대기업에서 재직 하고 이를 통해 경제적 지위를 확보한 후 정치에 입문해 입법부에 진입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더 나아가 정부여당 소속의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은 행정부 진입이 어렵지 않다. 다소 진보적 성향으로 이해되고 있는 직전 대통령조차 판사, 변호사, 국회의원, 장관, 대통령직을 수행함으로써 입법, 사법, 행정을 모두 경험하였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법조인들이 삼권을 두루 섭렵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워 보인다. 좀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우리나라의 입법, 사법, 행정은 법조인들, '그들만의 리그'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구조에서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그 균형은 가능할 것인가?

 우리나라의 통치구조상 사실 국회의원이 행정부로 위치 이동하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타 분야에서 사법부로의 이동도 그러하다. 그러나 사법부에서 타 분야로의 위치이동은 사법정의와 관련하여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왜냐하면 행정조직의 생리 상, 판사직은 언젠가는 그만 두어야 하는 직이라면, 그리고 변호사업을 해야만 한다면, 혹은 대기업에 취업해야 한다면, 판사는 판단함에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법률과 양심뿐만 아니라 혹시 무의식중에서라도 변호사협회의 의견과 대기업의 이익도 고려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법시험과 같은 관리임용 절차를 통해 사법기관에 진입하였으나, 결국은 일반적인 사회활동에 재진입해야 하는 현재의 현실에서는 근본적으로 불가피하다. 역사를 통해 절대적 정의개념이 확립된 적은 없다. 그러나 기본과 원칙에 입각한 객관적 사법판단은 보편타당성을 지향하는 건전한 사회의 필수요소이다. 이러한 최소한의 기준이 담보되지 않을 때, 무규범상태와 사회분열은 필연적으로 초래되게 마련이다.

 증상만 치료해서는 병을 치유할 수 없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누가 그랬던가? 로스쿨제도의 도입은 고려 광종 때 시행된 과거제도 폐지를 의미한다고. 한번 통과된 과거시험은 신분을 바꾼다. 특권계급으로 만들어 준다. 입법, 사법, 행정을 두루 섭렵할 수 있게 해준다. 권력과 부를 함께 갖게 해준다. 삼권을 통합하여 그들만의 리그를 가능하게 한다. 견제와 균형을 무력화 할 수 있다. 민주정치가 아닌 귀족정치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만일 이런 것들이 싫다면, 과거제도를 계속 시행해서는 안된다. 문제는 과거제도이다. 로스쿨은 과거제도를 폐지하는 방향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작년 말, 변호사 자격시험 합격률 50%설이 제기되자 로스쿨 학생들 대다수가 자퇴하겠다며 정부청사 앞에 대거 집결하였다. 그리하여 위 설은 제기된 지 며칠 만에 자취를 감추고 로스쿨 정원의 75%로 확정되었다. 50%와 75%의 차이는 매우 크게 느껴진다. 로스쿨 전체 정원이 2,000명임을 감안하면 25%는 그 1/4인 500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즉 1,000명에서 1,500명으로 며칠 만에 바뀌었으니 학생들이 다소 만족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휴학 혹은 자퇴 등 자연탈락 비율을 고려하면 정원의 75%라면 로스쿨 첫해 졸업생들은 대부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지적하고 싶다. 왜냐하면 2012년 3월에 로스쿨 졸업생들이 치러야 하는 시험의 내용 때문이다. 시험과목은 공법, 사법, 형사법, 소송기록 네 개 분야이지만 과목 수는 여덟 개로 보아야 한다. 민법, 민사소송법, 상법, 헌법, 행정법, 형법, 형사소송법, 소송기록이 그것이다. 이는 현 사법시험 1,2차 시험범위에 해당한다. 난이도도 사법시험과 비슷할 것이라고 한다. 로스쿨 전체 정원 2,000명의 75%의 학생들 1,500명이 2012년 3월 자격시험에서 과락 없이 모두 합격할 수 있을 것인가? 필자는 솔직히 예스라고 말할 수 없다. 우리 보다 일찍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 첫해 40%대의 합격률에서 30%대로 급기야 작년에는 20%대의 합격률로 그 비율이 매우 저조하다. 물론 일본의 경우를 우리와 그대로 비교할 것은 아니다. 그러나 참고는 할만하다. 필자가 결론적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학생들이 목숨 걸 곳은 합격률이 아니라는 점이다. 학생들도 시대착오적인 과거시험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75% 안에 들어 특권을 누리고자 하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법조인들이여, 배출되는 젊은 변호사들이 그대들의 송무시장에 모두 진입하여 현재의 시장경기를 악화시킬 것이라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양이 질을 해칠 것이라는 걱정도 그만 하시라. 그대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젊은 세대들은 그리 어리석지 않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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