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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문해교육과 관련해 북구의 경로당 서너 군데를 방문한 적이 있다. 60대 초반 정도의 우리 어머니 정도 연배 어르신께서 감자를 깎고 계셨다. "어머니, 이곳을 이용하는 어르신 중에서 한글을 모르시는 분이 어느 정도 될까요?" "글쎄 많이 모를 걸" "그럼 한글교실 운영하면 오실 수 있으세요?" "세상이 좋아졌나보네. 우리한테 한글을 다 가르쳐준다하고, 나도 한글 모르는데 부끄럽다"

 앳띤 소녀처럼 무척 부끄러워 하셨다. "공부하고 싶어도 딸이라고 글자를 안 가르쳐 줬어, 그게 한이 돼" 그러면서도 자녀들 대학까지 공부시킨 얘기며 남편이야기까지, 오로지 가정과 자식을 위해서 살아오신 어르신을 보면서 짧은 시간에도 질곡의 삶이 절절히 배어있어 같은 여성으로 가슴이 무척 아팠다. 평생교육법 제2조 3호에 문해교육이란 '문자해득교육'이란 용어로 쓰여 있다. '문자해득교육이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기초능력이 부족해 가정·사회 및 직업생활에서 불편을 느끼는 자들을 대상으로 문자해득(文字解得)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조직화된 교육프로그램을 말한다'고 돼 있다.

 평생교육법 제39조 1항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성인의 사회생활에 필요한 문자해득능력 등 기초능력을 높이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로 문해교육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2008년 국립국어원에서 38년만에 국민 기초문해력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의하면,  19세 이상 79세 이하 성인의 98.3%가 문해자이며, 읽고 쓰는 능력이 전혀 없는 비문해자가 국민의 1.7%인 약 62만명, 낱글자나 단어를 읽을 수 있으나 문장 이해능력은 거의 없는 국민이 5.3%인 약 198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1966년과 1970년에 실시된 통계청 인구 총조사에서 비문해율이 각각 8.9%와 7%로 조사된 것에 비하면 크게 향상됐으나 여전히 비문해자는 교육의 소외자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우리 울산에는 비문해자가 어느 정도 될까? 2008년 울산광역시 북구 평생학습도시 컨설팅 조사에서 20대 이상 미취학 성인이 전체 인구의 4.21%인 2만8,625명으로 조사되고 있다. 미취학 인원이 모두 비문해자라고 볼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추정할 수는 있지 않을까?

 현재 북구의 한글교실 현황을 보면 북구노인복지관, (사)울산여성회 북구지부, 행복발전소, 대영교회 외국인 한글교실 등 이외에도 다양한 곳에서 한글교실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글자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경로당 설문조사와 북구 노인지회에서 조사한 설문조사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배우고 싶어도 자식들 이미지에 누가될까, 나이 들어 이제 배워서 뭐하겠어, 거리상의 문제 등으로 속 끓이만 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북구에서는 동 주민센터를 비롯한 한글을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한글교실을 개강할 예정이다.

 또한 문해교육 강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하여 강사 양성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지난 2010년 12월 문해교육 정책 및 방향, 문해교육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세미나를 비롯해, 오는 2월9일부터 10일까지 이틀 동안 문해교육 방법 및 운영실무에 대한 교육이 진행된다. 또 5월19일에는 문해교육 강사의 역할과 비전찾기 심화 과정도 계획돼 있다. 강사 양성 과정을 통해 교육의 현장에서 비문해학습자를 이해하고 지역의 문해교육에 대한 관심과 교육나눔을 기대한다.

 북구에서 한글교실이 다양한 곳에서 개설된다는 소식을 듣고 인근 경주지역에서도 찾아오신다. 더 이상 한글을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닌 당당히 한글을 배울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도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사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비문해자가 글을 아는 것은 글을 통해 나를 찾고, 세상을 읽고, 목소리를 갖게 하는 것이다. 곧 문해학습권은 인권을 찾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울산 북구에서는 제3대학, 주민자치대학, 무룡서당, 각 도서관에서 이루어지는 다채로운 문화·교육 프로그램 등 평생교육차원에서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교육에 소외돼 있는 비문해자를 위한 교육은 지자체의 책무이자 주체적 성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하는 것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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