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순에 서울 갈 일이 있었다. 상경하기 직전 며칠 간 무척 추운 날씨가 이어졌다. 서울에 있는 딸들이 옷을 단단히 챙겨 입고 오라며 신신당부를 했다. 애들 당부대로 안 입던 내의까지 챙겨 입고 폴라 티까지 입고 갔었다. 예보와 달리 그날은 봄날처럼 포근했다. 종일 갑갑한 채 다녔다. 기온 변화가 극심해서 생태계가 이상 현상을 보이는 것이 어제 오늘은 아니다. 낙엽 지는 늦가을에 장미가 만발하고 진달래며 철쭉도 피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져 철모르고 핀 꽃들과 날아든 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얼어 버렸다. 이런 현상
우리가 초등학교 시절 과학책 속에서 배울 때 동물은 뇌를 가지고 있어 식물과 다른 점이라고 배웠다. 움직임이 있을 때 뇌는 존재하고 발달한다는 의미로 들렸다. 인간의 뇌도 마찬가지다. 50세가 넘으면 뇌 안의 해마 부피가 줄어들기 시작하는데 걷기를 부지런히 하는 사람은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부피가 줄어들지 않아 기억을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공부를 잘하려면 운동을 해서 뇌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는 의사, 과학자도 많다. 뇌과학이 발달하기 전에는 몸을 쓰면 근육만 좋아지는 줄 알았다. 이제는 바뀌었다. 몸을 쓰면 뇌도 함께 좋
새로운 이동수단으로써 개인형 이동장치가 대중화됨에 따라 개인형 이동장치(PM)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개인형 이동장치(PM)란,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1인용 교통수단으로, 개인형 이동장치의 일종으로는 전동킥보드가 대표적이다. 전동킥보드는 시속 25㎞ 이상으로 운행할 경우 전동기가 작동하지 아니하고 차체 중량이 30㎏ 미만인 것을 말한다.안전상의 문제로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되었지만, 여전히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자 중 대다수가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거나, 여러 명이 탑승하는 등 위험천만한 주행을 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반복되는 일상으로 인해 삶의 생기를 잃을 때면 산행을 하거나 여행을 하곤 한다.먼저 산행은 땀의 진실을 일깨워 주는 맛에 즐겨하는 편이라 생활의 일부가 됐다. 짧은 산행이든 긴 산행이든, '혼산'은'혼산'대로 동반산행은 동반산행대로 즐거움이 있다.다만, 뭔가 일상에 새로운 열정을 불러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반면 일 년에 한두 번 하는 여행은 어떤가. 낯선 곳에서 만나는 사람도 좋고 아름다움의 의미를 되새겨 주는 자연은 더욱 좋다.무엇보다도 여행의 동반자와 함께 만드는 모든 순간이 행복으로 다가온다.그리하여 삶의 활력이 필요할 때면
라디오를 듣다 보면 저마다의 사연이 어찌 그리 많은지…. 이런 늦가을이면 라디오를 틀어놓고 밀양으로 가는 국도를 타고 구불텅한 옛길을 넘으며 혼자 호사스러운 여행을 즐기곤 한다. 천황산, 가지산을 타고 흐르는 붉은 단풍잎도 좋고, 가지가 부러질 듯 위태로운 나무에 매달린 태양 빛 닮은 사과는 꽃보다 더 아름답다. 바이올린 연주가 마치 유자색처럼 은은하고, 거기에 이어진 독자의 사연이 마음을 더 훈훈하게 만들어 주었다. 사연인즉, 둘은 여고 시절 같은 반 친구였지만 그저 데면데면 지내던 사이였다. 그런데 그해 가을, 버스로 수학여행을
예방접종은 감염병을 예방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과거 영유아 중심의 예방접종이 주로 강조되었다면, 이제는 다양한 환경 변화로 인해 성인 및 노인에 대한 예방접종의 필요성이 중요함에도 예방 접종률은 영유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으로 성인에게 필요한 대표적인 예방접종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매년 겨울철에 유행하여 고열과 함께 기침 등의 호흡기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갑작스러운 발열(38℃ 이상), 두통, 근육통, 피로감 등의 전신 증상과 함께 인두통, 콧물, 코막힘 및 기침 등이 인플루엔자의 흔한 증상이다. 모든 성인에게
"그건 선생님이 잘못하신 것 같네요."라는 ㅇ의 지적을 받으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너무 예민한 거 아닌가요?" 오히려 상대에게 날을 세웠다. 나름의 방어기재다.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며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해 줄 근거를 찾아 중언부언했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다. '인정하기 싫지만, ㅇ의 말이 맞다. 그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면서 아주 천천히 아주 조금씩 생각을 틀게 된다. 그 과정이 사실 쉽지 않다. 가끔은 안 되기도 한다. 그건 나의 오랜 가치관이나 습관의 한 부분을 부정해
책을 읽다가 덮어버린 경험이 있다.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책은 읽기가 힘이 든다. 필자의 책이 출간되고 난 뒤에 듣는 공통적인 이야기가 '가독성'이 좋다는 말이었다. 즉 책장이 잘 넘어가고 읽기가 쉽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그 내용조차 가벼운 것이 아니다. 필자의 실패한 이야기가 그 책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가독성이 좋은 이유는 꼭지마다 하나의 스토리가 들어있어서다. 스토리가 들어있기에 읽기가 쉽고 책장이 잘 넘어간다.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를 비롯한 베스트셀러 반열에 있는 책의 공통점은 스토리가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논
지난 봄 지방 패키지여행 때 알게 된 여성 한 분이 있다. 귀경 후 서로 연락하자 하여 그분이 주도하는 모임에 두 번 갔었다. 인사동에서 만났다. 전업주부가 주류로 10명 가량이 나왔다. 사람들도 순하고 좋아 보였다. 두 번이나 봤으니 그만하면 얼굴은 알겠다, 단톡방에서도 서로 답신이 오고 갈 줄 알았다.그러나 나를 소개한 한 분을 빼고는 내 카톡 글에 전혀 답신이 없었다. 자주 문자를 올리라는 독촉을 받았으나 남자가 별로 할 말도 없어 매주 신문에 연재 되는 내 칼럼만 올렸다. 물론 답신이 없었다.이 단톡방에는 이른 새벽부터 댓글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오늘도 바쁜 걸음으로 퇴근하는 이 시대 엄마들을 응원하며 『폭탄을 안은 엄마』를 소개합니다. 책장을 펼치면 매일 오후 6시가 되면 토끼 엄마의 폭탄이 째깍거리기 시작해요. 직원들을 감시하는 호랑이 상사의 레이저를 피해 토끼 엄마는 살금살금 사무실을 벗어나요.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오늘, 퇴근길은 더욱 힘들어요. 엘리베이터는 만원이고 비바람에 우산이 뒤집어져요. 난데없는 물벼락에 옷도 홀딱 젖었답니다. 32분, 17분, 10분 시간이 줄어들수록 토끼 엄마의 마음도 급해져요.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환하게 갠 하늘을
올해도 어김없이 수능이 끝났다. 언론에서는 문제가 워낙 어려워서 만점자를 찾지 못한다느니, 올해에도 초고난도 문항이 있었느니 없었느니, 여러 가지 논의들이 꾸준히 진행 중이다. 수험생 아이들은 소위 코로나 이전의 보통으로 치르던 방식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무사히, 그리고 안전하게 끝마쳤다. 시험을 준비하는 지난한 기간 동안 고생했을 대견한 수험생들의 마음, 그리고 그동안 마음을 썼을 수험생 가족 모두의 마음도 헤아려 본다. 수능시험 이후에 여러 대학의 면접 등 과정이 남아 있는 학생들이라면 친구들과 실컷 마음을 놓는 만남도 갖기
국가의 정의에서 보면 국민·국토·주권, 이 3요소가 존재하는 것을 '국가'라고 했다. 그러나 이 모두가 없어서 국가가 성립되지 않아도 그들만의 문화는 존재한다. 수천 년 세계를 떠도는 유랑민들에게도 그들만의 문화는 있다. 흔히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는 말로 우리는 로마의 문화와 예술을 말한다. 문화는 오랜 전통을 이어오는 것들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럼 문화도시의 정의부터 살펴보자. 사전적 의미는 다른 도시보다 문화적 사적이 많거나 학문, 예술의 문화 활동이 활발한 도시라고 했다.각설하고 울산은 유구한 전통의 문화와 예술
'유럽의 문제아'였던 그리스. 그러나 불과 10여 년 만에, 국가부도위기에서 투자적격으로 국가신용등급을 회복했다.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빠른 부채감소율이다. 거기다 외국인들의 직접투자증가율까지 50% 이상 끌어올리는 최고치도 찍었다. 언제나 그래왔듯, 이런 급물결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기 마련. 그는 바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 그리스 중도우파 성향의 신민주당 소속인 그는 3년 전 급진좌파 정당인 시리자를 완전히 굴복시켰다. 그리고 곧장 그만의 강력한 추진력으로 시장친화적 친기업정책을 주도했고, 그 결과는 '그야말로
옛날 사람에게 99살은 한자 일백 백자(百)에서 한 일(ㅡ)를 덜어낸 백수(白壽)이고, 100살은 사람의 수명으로는 최고라는 상수(上壽)다. 천수란 갑의 갑, 곧 두 번의 환갑인 120살이다. 우리 선조들은 하늘이 내려준 수명이 120세라고 알고 있었는지 120살을 천수라고 했다. 하지만 현대 과학에서는 인간의 수명이 이보다 훨씬 더 길어 질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몇 해 전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는 최고 142세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그렇다면 이제는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그 나이까지 어떻게
“여기 무단투기 된 쓰레기가 너무 많은데 빨리 좀 치워주이소!" 하루에도 몇 번씩 수화기 너머로 듣는 말이다. 예전에 비해 인식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남몰래 양심을 버리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일반 봉투에 생활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 가구 등 대형 폐기물을 신고하지 않고 무단으로 버리는 행위, 배달음식 등 일반 쓰레기와 음식물을 분리하지 않고 투기하는 행위 등 그 경우도 다양하다.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규정을 지키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이익과 한순간의 편리함을 위해 정해진 기준
안동에 가면 까치구멍집을 볼 수 있다. 부엌을 안으로 들인 까닭에 환기를 시킬 만한 공간이 필요했던지 지붕 위에다 까치가 드나들 만한 환기 구멍을 만들어 놓았다. 집 문지방을 넘어보았다. 주인은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먼 곳으로 가버렸다. 훗날 누군가 자신의 흔적을 짚어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잠시 나의 뒷자리는 어떤 느낌으로 타인의 눈에 비칠까 생각했다. 한 이불을 덮고 자는 남편이 문득 그런 말을 했다. 자신이 힘들 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더라는 것이다. 우리는 늘 감정과 싸운다. 나의 감정과도 싸우고 타
우리 동네에 사는 베트남에서 온 여성이 있다. 한 번씩 그 베트남 외국 여성은 아이와 함께 내가 운행하는 택시에 타곤 했다. 택시를 타고 가며 이야기하는 중에 자연스럽게 그녀의 사정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결혼이주 여성이었는데, 우리나라 60대 남자와 결혼할 때 나이가 겨우 20살 정도였다. 40년이라는 나이 차이가 있는 결혼이었음에도 베트남 여성은 정말 열심히 살았다. 그녀는 동네 작은 고물상을 운영하는 남편과 함께 밤낮으로 열심히 일했다. 언젠가 그녀의 손을 한 번 본 적이 있다. 20대의 고운 손이 아니라 막노동을 한 60대
대추는 꽤 늦게 열매를 맺는다. 아주 작은 열매가 올망졸망 달린 모습은 경이롭다. 그렇지만 그뿐, 여린 열매가 붉어지는 걸 보면서도 그러려니 지나치곤 했다. 그 안에 우주가 들어있을 거라는 생각은 추호도 해본 적이 없다. 국화 한 송이를 피우기 위해 소쩍새가 울고, 간밤에 무서리가 내렸다는 것처럼 시인이 읽어내기 전에는 깊이 들여다보지 못했다. 시인의 안목은 시를 읽는 독자의 안목까지 넓혀준다. 늦가을 햇살이 내려앉은 마당을 본다. 초록으로 빛나던 잔디마저 누렇게 퇴색한 채 햇살에 겨운 모양새다. 이파리를 모두 떨어뜨린 나무들은 앙
울산시민이라면 누구나 내 집 앞 공원처럼 드나드는 곳 중 하나인 울산의 대표정원인 태화강국가정원은 올해 봄부터 다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코로나 팬더믹으로 국가정원이 관광지라는 이미지를 벗고 시민들의 산책과 힐링이 되어주는 역할을 하다가 다시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였다. 지난해까지 잔잔하고 조용한 공원 산책로인 마냥 느껴졌다면, 올해부터는 다시 다양한 음악, 행사, 이벤트 등이 등장하면서 옛 태화강국가정원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방문객들의 계측기 집계, 설문 데이터를 살펴보면 2022년 5월 대비 2023년 5월
이제는 두툼한 패딩을 꺼내 입을 정도로 추워진 날씨에 계절이 겨울로 접어들었음을 느낄 수 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정부와 병원에서는 독감 예방접종을 안내하는데, 일부 시민들 사이에선 독감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사람과 안 맞아도 된다는 의견들로 종종 언쟁을 벌이기도 한다. 그리고 독감을 '독한 감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일반인들은 겨울철 추운 날씨 때문에 기침과 재채기를 하면서 머리가 아픈 증상이 나타나면 감기에 걸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감기약을 먹어도 빨리 낫지 않고 증상이 심해지면 독감에 걸린 건 아닐까 하고 의